“2000년 1월 1일부터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의 폐 기능은 30%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한 번 감기가 오면 잘 낫지가 않고 숨이 차고 가래가 끓고 계단을 못 오르고 조금 걷다 보면 피를 토하게 된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폐렴이 되는데 그 쯤 되면 병원 응급실로 가야 했다.

“처음 대학병원에서 장애 1급을 받았습니다.”

거실에서 전창배 씨. ⓒ이복남

<호흡기장애 1급1호 -폐나 기관지 등 호흡기관의 만성적인 기능부전으로 안정시에도 산소요법을 받아야 할 정도의 호흡곤란이 있고, 평상시의 폐환기 기능(1초시 강제호기량) 또는 폐확산능이정상예측치의 25% 이하이거나, 산소를 흡입하지 않으면서 평상시 대기중에서 안정시에 동맥혈 산소분압이 55mmHg 이하인 사람>

“처음에는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병원을 갔는데 알고 보니 저는 월남을 갔다 온 사람이라 보훈병원에 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집안에서도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2~3개월을 견디지만 그렇지 않으면 1년의 절반쯤은 병원 신세란다.

“병원에 갈 때는 119를 부르면 보훈병원(부산 사상구 주례)으로 데려다 줍니다.”

퇴원 할 때는 사설 구급차로 온단다. 병원에 가면 보통 2~3주 입원을 하는데 아내가 간병을 한다.

“병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환자 식사에 공기밥을 하나 추가하고 반찬은 집에서 해 갑니다.”

아내 A씨의 설명이다. 남편은 병원식을 거의 못 먹는 편이라 병원에 갔다 오면 거의 반쪽이 되어 온단다.

“몇 년 전 아들이 상견례를 하는데 그 때도 남편은 겨우 갔습니다.”

아들의 결혼 후 그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해운대에 사는 딸이 공기 좋은 곳으로 집을 옮기라고 했다. 그래서 옮긴 곳이 해운대 신시가지 C아파트 23층이다. 23층이라면 얼마 전 지진 때 무섭지 않았을까.

아파트 산책로. ⓒ이복남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강한 지진이 오면 아래층은 깔려죽고 높은 데는 떨어져 죽을 텐데 뭐 걱정이냐고 필자의 말에 그는 오히려 농담같이 대꾸했다.

“이곳은 산책로가 좋고 평지라서 날씨가 좋으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아내와 산책도 합니다.”

대연동에 살았으면 벌써 죽었을 거라며 그의 폐기능은 이제 9% 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남편이 밥 먹는 것 초차 힘들어 하므로 아내는 묽은 비빔밥을 만들어 준단다.

“산소호흡기를 사용하고 장마철에는 가습기도 써야 되고, 날씨가 더우면 에어컨도 켜야 되는데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아내 A씨는 부자도 아니고 24평에 사는 서민으로서 아들딸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겨우 살고 있는데 전기요금 누진제가 너무 한다고 토로했다.

“줄일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남편이 자꾸 산소호흡기를 뺍니다.”

현재 남편의 폐기능은 얼마 남아있지 않기에 산소호흡기를 떼면 죽으라는 소린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혼자서 남편을 돌보다보니 너무 힘에 부치는 것 같아서 활동보조가 시작되면서 동사무소에 신청을 했는데 남편이 싫다고 하더란다. 그런데 지금은 요양보호사가 온다?

“제가 한 번 쓰러져서 병원에 가니까 당뇨 초기라고 하더군요.”

그 때부터는 남편도 아내를 너무 혹사 시킨다 싶은 지 요양보호사를 받게 되었단다. 그는 노인장기요양 3급을 받아 요양보호사는 하루에 3시간씩 주 5일을 오는데 몸을 닦아주고 침대정리 등을 해 준단다.

“장애인들이 활동보조에서 요양보호로 넘어가면 시간이 줄어들어 힘들어 하는데 그나마 아내가 있어서 전 선생님은 다행이네요.”

필자의 말에 전창배 씨는 그의 침실 화장대 유리 아래 놓인 시를 봐 달라고 했다. 필자가 그 시를 읽고 사진을 찍는 동안 아내 A씨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아내에게 쓴 시. ⓒ이복남

‘내가 살아가는 이유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삶에 미련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살아온 세월이 짧아서는 더욱 아닙니다.

나를 사랑해 주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내게 있어 당신은 나의 전부입니다.’

남편 전창배 씨는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누가 집 사람처럼 해 주겠습니까?”

그러게요 당신은 참 복 많은 사람입니다.

그의 호흡기장애 원인은 과로와 흡연이라고 했다. 호흡기장애는 예방도 따로 없고 특별한 치료약도 없고 그나마 산소호흡기가 유일한 처방이라고 했다.

“과로하지 말고, 감기 오래 끌지 말고, 그리고 담배를 끊으십시오.”

그는 사는 날까지 아내와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그것마저 꿈이려나. <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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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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