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시각장애인 최초로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주관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김현아(31세, 시각1급) 씨. ⓒ에이블뉴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그 목표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2월, 한국 여성 시각장애인 최초로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주관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김현아(31세, 시각1급) 씨. 선천성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그녀가 미국 변호사가 되기까지 긴 시간동안 그녀를 길들인 것은 바로 목표,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였다.

김 씨는 점자와 녹음도서로 공부하며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초·중·고등부 과정 12년을 부산맹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녀는 시각장애 고등부 교육과정인 이료 교육과정에서 안마와 침술 등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장애인의 교육과 인권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됐다.

이를 계기로 법 관련 서적과 법정 드라마를 좋아했던 그녀는 마침내 법이 장애인의 교육 및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법률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2004년 공주대학교에 입학해 특수교육과 법학을 복수 전공하고 2007년 미국 Collumbia college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며 미국 로스쿨 진학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SAT)을 준비할 때는 시험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책이나 자료를 구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전맹시각장애인이 LSAT를 준비한 것은 그녀가 처음이어서 점자나 컴퓨터 파일로 제작된 관련 자료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상복지관을 비롯한 여러 복지관과 부모님, 친구들의 도움으로 열심히 공부에 임할 수 있었고, 2009년 12월 미네소타 로스쿨에 합격했다.

“로스쿨 생활은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며, 그녀는 로스쿨을 “삶의 배움터”라고 말했다.

케인을 사용해 보행하는 그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기 전에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큰 캠퍼스에 있는 로스쿨의 복잡한 건물의 길을 익혀야 했고, 영어 윈도우와 미국 스크린 리더(JAWS)가 설치된 새로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들의 사용에 익숙해져야 했다.

학기가 시작된 후에는 비장애인들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느린 읽기 속도와 한 학기 동안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것이 전부인 영어 실력으로 미국인 수재들과 같이 공부해야 했다. 처음 접하는 어려운 법률 용어로 가득한 과제가 하루 평균 100페이지 내외, 그와 관련된 내용의 토론과 교수님의 돌발 질문이 가득한 수업들, 많은 자료를 분석해 정해진 기호와 형식에 맞추어 작성하는 법률 서류들.

부족한 수면량 때문에 방향 감각이 흐려져 길을 가다가 넘어질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고, 미네소타주는 겨울이 유난히 길고 눈이 많이 와서 겨울에는 학교에 가다 길을 헤맨 적도 많았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었다”는 김씨는 삼성에서 학비를 지원받았고, 미네소타 로스쿨에서도 그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좌절할 때마다 가족들과 친구들, 옛 은사님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던 것.

현재, 로스쿨에서 배운 지식과 로펌 인턴 및 조정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 변호사로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매 순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 시간 꿈을 향해 달려오면서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세 가지는 “긍정적 사고, 적극적 태도, 기다림의 미덕”을 발휘하는 인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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