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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요” 중증장애인의 잔인한 연말

김율만씨, ‘활동보조 삭감·비싼 보조기구’ 울분

“방송 나왔지만 변한 건 없어…내년도 무섭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12-30 16:23:31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 김율만씨. 하루종일 누워 생활하는 와상장애인이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 김율만씨. 하루종일 누워 생활하는 와상장애인이다.ⓒ에이블뉴스
‘탁, 탁’ 2015년 12월은 김율만씨(34세, 지체·뇌병변 1급)에게 너무 잔인한 달이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새벽1시까지, 한 달을 꼬박 민원을 넣는 것이 일상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물론, 장애인단체, 사회복지기관까지. 한 공중파 방송에 보도되며 율만 씨의 어려움이 알려졌지만 그 뿐이었다. 2016년을 앞둔 율만 씨의 심정을 물었더니 그저 ‘꺼억, 꺼억’하며 웃었다.

‘기존 400시간 가깝게 받던 활동보조가 절반인 200시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살고 있는 동생이 18시가 넘어 성인이 됐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동생 혼자서 저를 온전히 돌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발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 주세요.’

꼬박 3일을 걸쳐 혀만으로 보조기구를 이용해 A4용지 2매가 넘어가는 긴 호소문을 적어 내려간 율만 씨는 언론사, 장애인단체 등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으로 모두 보냈다.

율만 씨의 어려움은 활동지원제도 취약가구로 선정, 추가로 받던 273시간이 12월부로 삭감된 점이다. 기존 총 496시간을 받던 율만 씨는 당장 223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다행히 한 공중파 방송이 이를 보도하며 12월 한 달간 구 예산으로 기존 시간을 보전했지만 내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율만 씨는 잠도 제대로 오지 않는단다.

딱한 사정에 구청은 율만 씨에게 내년부터 77시간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300시간만으로는 어림없다. “이마저도 공중파 뉴스 보도가 아니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죠”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율만 씨는 에이블뉴스의 오랜 독자로, 힘든 점이 있거나, 기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메신저를 보내왔다. 고입 검정고시를 합격했을 때도, 방문목욕비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그때마다 율만 씨에게 느꼈던 점은 ‘정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부당함을 당했다면 컴퓨터를 켜서 정책을, 법령부터 살폈다. 그 후 “문제가 있다”고 알려왔다.

이번 활동보조 시간 삭감 건은 이미 방송으로 알려졌듯, 해결책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현행 제도상 취약가구의 범위를 18세 미만으로 정한 것은 “한정된 재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복지부의 대답만이 반복됐다.

(위)매일 같이 율만씨가 하는 일은 활동보조 삭감에 대한 민원을 넣는 일이다(아래)보조기구를 이용해 글을 쓰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위)매일 같이 율만씨가 하는 일은 활동보조 삭감에 대한 민원을 넣는 일이다(아래)보조기구를 이용해 글을 쓰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
이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와상장애인 가수 고 최찬수씨의 사례와도 닮아있었다. 찬 수씨는 지적장애 3급인 남동생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취약가구 지원을 받지 못했다. 물론 율만 씨의 여동생은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율만 씨의 걱정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여동생,이, 저를, 돌 볼 수, 없어요.” 침을 넘기며 어렵게 말을 꺼내는 율만 씨의 눈가는 이내 눈물로 고였다. 인터뷰 차 방문한 율만 씨의 집에는 여동생이 함께 있었지만,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에 지쳐 잠든 상태였다. 부족한 돈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율만 씨에게 용돈을 받기도 한다. 내년이면 20살, 겨우 대학생 새내기가 되는 어린 여동생에게 모든 돌봄 부담을 진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사람들이 저에게 댓글을 남겼어요.” 율만 씨의 사연이 공중파 방송으로 나간 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것이 바로 이 나라 복지 정책의 실상입니다’, ‘세금 거둬서 삽질하지 말고 이런 분들에게 더 드렸으면 하네요.’ 등등 응원부터 후원을 하고 싶다는 명단과 휴대폰 번호가 넘어왔다. 하지만 율만 씨는 이 모든 것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돈이 중요하지 않아요, 저에게. 잘못된 정책이 바뀌어야죠.” 율만 씨는 요 며칠 행정심판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현실적이지 못한 시간 감축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여러 장애인단체 실무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구체적 윤곽을 그려나가고 있다.

율만씨의 보조기구가 고장이 났지만, 수리할 곳을 찾지 못해 방치돼있다. 이 보조기구의 가격은 9만원이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율만씨의 보조기구가 고장이 났지만, 수리할 곳을 찾지 못해 방치돼있다. 이 보조기구의 가격은 9만원이다.ⓒ에이블뉴스
“저, 답답한 점이, 보조기구..” 율만 씨의 고민은 또 하나 있었다. 컴퓨터 마우스 역할을 대신하는 보조기구 스위치가 9만원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수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4개 세트로 36만원에 구매했지만, 고장이 나서 1개만이 남았단다. 보험적용도, 수리도 안 되는 현실에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다”며 하소연했다.

크리스마스에도, 올해 마지막 날에도 율만 씨의 계획은 집에서 지내는 것이다. 다가오는 2016년이 반갑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남들은 새해 계획을 세우기 바쁘지만, 율만 씨는 “내년이 오지 않기 바란다”는 대답 뿐.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는 율만 씨는 혀를 이용해 20분이 넘도록 타자를 쳐내려갔다.

‘정부는 중증장애인의 목숨이 달린 활동보조제도에 대해서 현실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마시고 정책에 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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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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