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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처럼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지체장애 3급 진봉환 씨의 삶-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11-17 10:06:19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이 시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라는 산문시이다. 누군가를 애처롭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괴로워 보여도 나에게는 행복이고 즐거움일 수도 있다.

진봉환 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진봉환 씨. ⓒ이복남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지는 일은 극히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엄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그래서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다시 또 겨울이 오면 눈은 또 내릴 것이다. 영원처럼.

그러나 세상에 영원이란 없다. 아무리 즐거운 편지라 해도 언젠가는 그 즐거움도 거칠 날이 있을 것이다. 반면 어느 날 갑자기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장애를 입었을 때 견디기 힘든 고통과 괴로움의 시간들은 이루 다 말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은 고통이나 번민도 언젠가는 그치게 마련이다. 행복한 사랑이나 그리움도 내리는 눈과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그치는 때가 있는 것이므로,

진봉환(1956년생) 씨는 대구 대명동에서 2남2녀의 셋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해질녘이면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방천둑으로 산책을 가셨는데 방천둑에는 염색천이 하늘거렸습니다.”

아버지가 염색공장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염색한 천이라고 했다. 방천둑에서 무지개처럼 하늘거리는 천이 어린가슴을 설레게 했고, 집에서 서너 시간을 걸어서 앞산을 가면 잠자리도 잡고 개암열매도 따먹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두 아들과 함께.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두 아들과 함께. ⓒ이복남
중학생이 되자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를 즐겨 암송하면서 이청준이나 천상병의 작품에 심취했고 노래와 체육을 특히 잘했다. 어느 날 음악실기 시험을 치렀다. 음악선생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서 발성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의 차례가 되어 선생의 반주에 맞추어서 발성을 하는데 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선생은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노래를 잘 불렀는데 그만 들어가라고 하니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음악 선생은 그를 교무실로 불렀다.

“네게 지금 변성기가 온 것 같으니 목소리를 아껴라.”

선생의 그 말씀이 후에 성악을 전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등학교 5~6학년부터 성가대에서 활동하면서 은근히 음악가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과 문학에 남다른 재능을 지녔는데 쾅!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모든 것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어느 연주회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어느 연주회에서. ⓒ이복남
“그 때 상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교 가는 길이었다. 트럭에 치었는데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두 달 쯤 지난 후였다.

“처음은 수혈도 23세병이나 맞고 7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이었다는데, 지금도 다리에는 뼈만 남았습니다.”

그는 필자에게 뼈만 앙상한 오른쪽 다리를 보여 주었다.

“병원에서는 다리를 잘라야 된다고 했는데 할머니가 결사반대를 하셨답니다.”

그동안 수술을 일곱 번이나 했다. 어머니는 그의 회복을 위해서 황소를 4마리나 고았다고 했다. 어머니는 밤새 사골을 고아서 아침이면 병원으로 가져 왔는데 정말 먹기가 싫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정성이 통했는지 절단해야 한다던 다리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보조기와 목발에 의지해야 했지만 그래도 두 다리를 딛고 일어설 수가 있었다. 다들 기적이라고 했다.

1년 3개월 만에 퇴원을 하는데 의사와 간호사가 박수를 칠 정도였다. 그러나 골수염 같은 후유증으로 입·퇴원을 반목하게 되자 그의 삶은 사는 게 아니라 목숨만 붙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자신이 너무 싫어서 방안에만 틀어 박혔다.

“내가 병신이 되다니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은 게 낫지”

수면제도 복용했고 쥐약도 먹는 등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 했으나 팔자인지 모두가 미수였다.<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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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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