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치뤄지는 '2016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홍수정씨. ⓒ에이블뉴스

마흔살 중반에 회사를 나와 1년도 채 안돼 중등 검정고시와 고등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그것도 모자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는 여성장애인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홍수정(45·지체1급)씨다.

홍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의 한 대형항공사 콜센터에서 일을 하던 상담원이었다.

그러나 홍씨를 비롯한 장애인 상담원을 직접고용 해오던 항공사가 콜센터를 외주업체에 맡기면서 업무시스템이 변했고, 많아지는 업무량에 부담을 느낀 그는 15년을 몸담았던 회사를 나오게 됐다.

재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학력의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에 문의를 했고 입사를 위해 이력서를 쓰려고했지만 학력란에 쓸 것이 없던 것.

"처음 1개월은 놀고 먹고 하니까 시간이 빨리 갔어요. 2개월 쯤 지났을 때 재취업을 하려고 하니 이력서 학력란에 넣을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수능시험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홍씨가 처음부터 수능시험을 준비한 것은 아녔다. 당시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었던 그는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만 합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가 방문한 곳은 강서구에 위치한 누리평생교육원.

그는 지난 2월 누리평생교육원에서 야학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중등검정고시를 준비했다. 40대 중반에 공부를 다시 하려고 하니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준 야학 선생님들의 지도로 지난 4월 중등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공부를 계속하며 기세를 몰아 8월에는 고등검정고시를 합격했다.

그가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많은 인내를 가져야 했고 유혹을 뿌리쳐야만 했다. 처음에 검정고시를 같이 시작한 다른 장애인들이 포기를 할 때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는 것.

"야학에서 같이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장애인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하루, 이틀씩 빠지고 나중에는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저 역시 많이 흔들렸죠.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목표를 이룬 그는 마침내 수능시험에 도전하게 됐다. 계기는 야학선생님들의 격려가 가장 컸다. 야학선생님들이 그에게 "수정씨는 잘 할수 있어", "수정씨 대단한데?"라면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던 것이다.

홍수정씨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문제풀이에 집중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막상 수능시험을 준비하려니 시간은 3개월 뿐, 막막했다.

그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알아봤지만 대부분의 학원은 강의를 마무리하는 시기여서 원생을 받지 않는다고 거부했고, 편의시설 역시 미흡해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과외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이렇다보니 결국 EBS인터넷 강의를 통해 수능시험을 준비했다.

인터넷 강의를 듣다보니 이해 하기 어려운 문제라든지, 설명을 더 들어야하는 문제를 강사에게 물어보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학원에서 공부를 하면 모르는게 있을 경우 수업이 끝난 후 직접 물어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인터넷 강의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그냥 넘어가야만 했죠."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학은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다. 인지도 뿐만 아니라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학교 자체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돼 있기 때문.

요즘은 심리학과와 사회복지학과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주변에서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선택하는 사회복지학과를 추천하지만 정작 그가 정말로 하고 싶은 학문은 심리학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면 독서·토론동아리에 들어가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한다. 장애인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는 것과 비장애인들의 모임에 섞여 활동하는 것이 다르고 평소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이다.

특히 대학교에서 1년에 한번 하는 축제에는 꼭 참가해보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졸업한 후에는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재취업을 하고, 풍족한 삶을 살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오는 12일 성동구의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시험을 치룬다. 이 학교에서 장애인 수험생이 한번도 시험을 친 적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동안 공부한 것을 잘 정리해 시험에 임한다는 각오다.

"저는 제가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머리는 나쁘지만 그저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꾸준히 공부를 했습니다.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이 공부하기 힘든 여건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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