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2015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강연을 맡은 이지선 작가.ⓒ에이블뉴스

“저 나름 귀엽게 생기지 않았나요?” 언론매체 속에서만 접하다 직접 만난 그녀는 ‘장애인 이지선’보다는 ‘사랑스러운 이지선’이란 수식어가 더욱 어울렸다. 지난 2000년 7월 30일 오빠의 차로 귀가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 중화상을 입은 그녀.

그녀의 사연은 이미 방송, 저서로 인해 많이 알려져 있다. 현재 UCLA 사회복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가 장애인들에게 전해줄 말은 무엇이었을까?

22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주최 ‘2015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강연장에 선 이지선 작가. 그녀 또한 좋은 학교 나와 좋은 직장을 다니며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사고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그녀. 사고나 질병으로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 누구나 그러하듯이 이 작가도 질책도, 절망도, 삶의 끝에 서기도 했지만 조그마한 빛을 보게 됐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사고가 난 2주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도중, 의료진이 잠깐 앉혀놓은 사이 끔찍한 현실과 마주했다. 생닭에서만 보던 노란 지방덩어리, 피부가 없이 빨갛기만 한 형태. ‘나는 살지 못하겠구나.’ 모든 것을 놓고 싶었을 때 삶을 잡아준건 그녀의 어머니였다.

“저에게 밥을 먹이려고 달려오는 엄마가 부질없는 노력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맘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을 했죠. 그랬더니 엄마는 ‘더 이상 상처를 보지 않겠다 약속하라’며 밥을 밀어 넣으셨어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만 주길 바라는 엄마를 보며 열심히 먹고 참았습니다.”

거울을 보기조차 힘들었던 치료과정. ‘너 때문이야’가 아닌 ‘내가 대신해줄께’라는 가족이 있었기에 팍팍하고 어려운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시절.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너랑 바꾸고 싶다”는 부모님의 사랑이 일으켜 세웠다.

“누가 바꿔주겠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바꿔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살다 보면 초로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때 그 사랑을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나대신 아파해줄 수 있는 그사람., 그 사람 생각하면 계속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이지선이 사랑스러운 이유 두 번째는 바로 ‘긍정’이다. 23살 콧대 높은 여대생인 그녀가 화상 장애인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단 한 번도 없었을 터. 눈조차 뜨지 못하고 매일 온몸을 소독했던 죽음 같은 치료와의 싸움 속에서도 ‘물 맛’을 기억했다는데.

“사고 후 1주일 만에 호흡기를 떼고 물을 줬어요. 눈도 떼지 못 한 채로 입으로 빨대가 들어왔죠. 빨아대니까 물이 넘어 들어왔는데 그 물이 얼마나 맛있고 시원했는지 몰라요. 지나온 치료과정은 너무 끔찍했지만 그 때마다 물맛을 기억했어요. 너무나 사소한 일이지만 엄청난 기쁨으로 느끼며 집중하며 살아온 거예요.”

현재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힘쓰는 푸르메재단 홍보대사로써, 사회복지학 학도로써 살아가고 있는 이 작가. 그녀는 몇 년 전 홍보 일환으로 참가한 마라톤 완주를 생각하며 한 발, 한 발의 긍정 에너지를 뿜고 있다.

‘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첫 생각에서 ‘조금만’, ‘조금만 더’란 한 발, 한 발이 7시간 22분 26초 만에 42.195km를 완주할 수 있게 된 힘이었다.

“처음부터 완주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에요. 그냥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하자, 그 목표를 갖고 뛰어온 것이 결국 완주하게 된 힘이에요. 우리의 인생은 가야할 길이 너무 멀지만, 오늘의 계획과 목표를 갖고 간다면 인생의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요?”

22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주최 ‘2015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강연을 듣는 관객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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