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보디빌더 김민규씨.ⓒ김민규미니홈피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그는 10년째 보디빌더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바로 뇌병변장애를 가졌지만, 세계 보디빌더 꿈을 향해 끝없는 도전을 하고 있는 김민규(만34세, 뇌병변1급)씨다.

민규씨가 세상에 알려진건 지난 2011년 포털사이트 속 ‘보디빌더 김민규’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올라오고 나서다. 이 동영상에는 민규씨가 보디빌더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부터 운동기구를 이용하거나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질 몸매 등이 담겨있다.

“뇌병변 장애인 최초의 보디빌더가 되겠다”는 힘찬 포부를 밝혔던 민규씨. 그는 한 방송사의 인연으로 ‘2011년 미스터 충남 선발대회’에서 일반부 특별상까지 수상한 전력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10년 정도 운동을 해왔어요. 원래는 사회복지과를 졸업하고, 현장에 나가려 고 했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것을 채우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보디빌더라는 꿈도 키우게 됐어요.”

158cm, 57kg의 1급 장애인 민규씨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태어나기 전에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어머니께서 놀라셔서 장애를 갖게된 것. 15세까지 걷지 못했던 민규씨는 강해지기 위해 걷는 연습과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를 응원하고 계시죠. 운동은 보통 오전11시부터 많이 할 때는 오후2시까지 해요. 저는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약이 있지만,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김민규씨 미니홈피(위)2011년 대회 당시 모습(아래).ⓒ김민규미니홈피

-주 6일을 운동하지만 예전 강도에 비하면 10%도 안된다. 운동기구도 3가지 원더코어2, AB슬라이드, 무게 조절 덤벨.. 이걸로 복근 팔 어깨 운동만 꾸준히 하고 있다-

-변형시킨 운동방법을 하나 더 만들었다. 내가 만든 운동 방법 두 가지네, 어깨 하나 하복근 하나..-

민규씨의 미니홈피는 온통 ‘운동’에 대한 애착이 묻어난다. 특히 운동일지라는 다이어리는 민규씨의 운동에 대한 열망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문득, ‘뇌병변장애인 1급으로서 보디빌더를 어떻게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홀로 힘든 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민규씨에게는 배승수 트레이너라는 스승이 있었다. 5년전 KBS 사랑의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게된 두 사람은 민규씨의 몸에 맞는 운동법을 고안해 내기위해 애를 썼다. 지금까지 5년간 민규씨의 운동을 봐주고, 그를 있게 해준 ‘참 스승’인 셈.

보디빌더는 자세운동이다보니, 민규씨에게는 제약이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민규씨는 배 트레이너와 함께 자신의 방법을 터득해냈고, 포기하지 않았다.

“배승수 트레이너 선생님은요 제가 있게 해준 분이예요. 5년 동안 운동을 봐주시고 도움도 주신 분이구요. 또 제가 2011년 동영상을 통해 방송에서도 유명한 숀리 트레이너와도 인연을 맺게 됐어요. 동영상을 보고 직접 연락주셔서 조언을 해주시고, 운동법이나 책도 주셨어요. 지금도 연을 맺고 있구요. 직접 지도도 받아보고 싶지만, 제가 사는 곳이 경산이다보니 거리적으로 힘이 드네요.”

하지만 민규씨에게만 좋은 인연만 생기지는 않았다. 바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헬스장을 다니기를 거부하던 직원들이 있었다. 1년 정도 다니던 헬스장에서 그가 나오지 못하도록 한 것. 이유는 다름 아닌 ‘장애’. 민규씨는 억울했지만, 어쩔수 없이 혼자 꿋꿋히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장애인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인지시켜줘야 하는데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예요. 운동도 지금 거의 혼자하고 있구요. 시설이나 인식 같은 변화가 크게 좀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최근 민규씨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미스터 올림피아라는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였던 그가, ‘뇌병변 보디빌더’로 기네스북에 등록되는 것.인터넷을 통해 등록을 마쳤지만, 한 달째 연락이 오지 않아 조금은 불안하다는 민규씨. 그럼에도 끝까지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언어가 불편한 민규씨를 위해 채팅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민규씨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면 아무것도 안 되니까요”란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어릴 때 동네 꼬마들에게 놀림을 받아가며 자랐던 민규씨. 이제는 세계적인 장애인 보디빌더를 꿈꾸는 그의 큰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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