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보고 어느 대학을 갈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지리과는 이미 물 건너갔고 문헌정보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마땅한 대학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였다.

인제대에는 시각장애인이 한명도 없는 미개척지라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학교에는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별로 없어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자신도 잘 몰라서 하나씩 고쳐나가는 중이란다.

친구와 함께. ⓒ이복남

요즘은 각 대학마다 장애인지원센터가 다 있어서 같은 과 동기 중에서 학습도우미를 선정한다.

처음 그의 학습도우미는 교수의 판서를 읽어 주기도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러지 말라고 했단다.

교수의 강의는 그냥 듣고 판서는 도우미가 정리를 해서 그의 메일로 보내주면 나중에 한소네로 읽어 본단다. 2학년이 되면서 복수전공으로 법학과를 선택했다.

도우미는 매 학기 다른 사람이지만 1학년 때는 강의실 이동을 같이 했지만 복수전공을 하니까 시간이 달라서 혼자 다닌단다. 한두 번 가보면 혼자 갈 수 있으니까 별 문제 없단다.

시험은 구술이나 대필, 외국어 같은 경우에는 확대경을 사용한 자필로 시험을 치기도 했는데 사회복지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조사론을 배울 때 사회복지에도 통계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지난 여름에는 한국관광공사와 가아자동차가 공동추진하는 ‘트래블 프로티어’에 참여해 10일 동안 영주부석사부터 월정사까지 관광지 20여 곳을 돌아보며 편의시설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트래블 프로티어 참여 보고서. ⓒ이복남

처음 사회복지과를 선택했을 때는 사회복지 일선에서 또 다른 장애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설자리는 없을 것 같았다.

복지관이나 단체에서라도 1급 시각장애인을 누가 써 주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사회복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단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컴퓨터 보조강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시각장애인들의 영어회화 모임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스마트폰이나 한소네 사용법에 대해서 알려 주고 있다. 만약 눈이 잘 보였다면 무엇을 했을까.

“저는 지리과를 나와서 사하라사막을 지나서 북극의 툰드라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세계지리에 탐닉했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지도책을 사오셨는데 나라이름 수도 국기 등에 대해서 아버지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면 용돈을 주겠다고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을 욕심으로 열심히 외웠는데 하다 보니 정말 지리가 좋아지는 거예요.”

그는 중학생이 되면서 동국여지승람이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감탄하며 신기하게 생각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그러다가 대동여지도 보다 450년이나 먼저 나온 세계지도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는 1402년(태종 2년) 조선에서 제작된 세계 지도이다. 김사형 및 이무, 이휘 등이 제작하고 권근이 발문을 썼다는데, 원본은 전하지 않으며 일본에 필사본 2점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필자 주)

학교 수업 외에는 날마다 지리책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여행을 해 보고 싶었단다.

“지금은 앞을 못 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세계여행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피 끓는 질풍노도의 시절, 청운의 꿈을 얘기하는 그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장창웅 씨 나중에라도 세계여행의 꿈은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끝>

[설문조사] 2013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20명 선정, 천연비누세트 증정)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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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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