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에이블뉴스

긴 시간동안의 노력을 통해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제정된지 벌써 5년이다. 국회의장의 ‘땅.땅.땅.’ 의사봉이 내리치던 2007년 3월, 장차법 가결 소식에 국회 앞 장애인들의 환호소리가 잊혀 지지 않는다. 당시 장애인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장차법.

장차법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해온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을 서울 당산동 인근에서 만났다. 오는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관련 단체들도 분주하게 투쟁일정을 준비 중이었다.

■5년간 장차법 점수 ‘50점’=먼저 5년간에 장차법 시행에 대해 점수를 묻자 곰곰이 생각하더니, ‘50점’의 성적표를 들었다. “참 난해한데, 아직까지도 할 일이 많고, 모르는 분들도 많고, 아는 분들도 실천이 안된다. 뿌리내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5년째에 50점 주는 건 많이 준 게 아니냐”고 웃음 띄었다.

장차법 어떻게 건드려야 할까. 아직까지 과제가 산더미라는 박김 국장은 인지도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차법, 어디서 들어는 봤는데.’인 수준도 있고, 정작 시설에 있는 분들이 알아야 할 부분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

이 같은 장애차별을 위해 ‘1577-1330’이라는 장애차별 상담전화를 장추련에서는 운영하고 있다. 그에 대한 호응도도 높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차별전화에 몇 안되는 사회복지사들은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해주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지적장애 쪽이 70%를 차지해요. 특히 핸드폰 사기가 기승입니다. 대리점에서 꾀여서 가입을 시켰는데 폭탄요금을 많이 받아서 해지하고 싶다는 등의 전화가 가장 많이 와요. 요즘 딜레마에 빠져 있는게 그거예요.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장차법 상 제한이 되는 거고, 자기결정권을 막게되는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기 당하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대안찾기가 최대 고민이예요.”

장차법 시행 이후 달라진 점은 장애인 차별에 따른 진정건수가 급증한 것이다. 자료를 보면, 2008년 이전 7년간의 접수된 차별사건은 653건으로 20.4%를 차지하지만, 시행된 지, 1년 동안 585건, 2011년 874건 등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진정건수가 늘어나는 것에 박김 국장은 ‘사진의 현상’을 대입하며, “사진 현상 시, 필름을 까맣게 현상액에 담으면 찍은 물체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사진이 완성되요. 장차법도 마찬가지예요. 현상액인 장차법을 통해 장애인 차별이 드러나고 있어요.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만 했던, 드러나지 않았던 차별이 비로소 현상액을 통해 드러나는 거죠. 드러난 것을 바꿔나가는 계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정건수가 늘고 있지만, 이를 통해 권고 결정은 너무나 늦은 편이다. 1년이 지나서야 권고 소식이 내려지는 것에 장애계에서도 잔잔한 지적이 있어왔다.

“인권위 인력사항이 그래요. 장차법 제정할 때부터 독립적인 기구를 요구했어요. 장애 유형, 정도 마다 모두 다른 차별요소가 있으니까 그것을 하나하나 해석할 전문 기구요. 하지만 지금은 두 개의 과밖에 없죠. 폭주하는 진정 건 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어요. 1년에 진정을 많이 하다보니까 인권위에서 전화 오면 ‘어떤 사건인데요?’라고 묻는다니깐요?(웃음)”

■“JM논란, 일상적인 부분이죠”= 마침 인터뷰 당시, 대학교 미팅에서 있었던 ‘JM’논란이 넷 상에서 뜨거웠다. 서울의 사립 A대 남학생들이 미팅에 나온 B대 특수교육과 여학생들에게 장애인 흉내를 내며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질타를 받은 것.

SNS상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발 빠른 A대, B대 학생회장이 사과글을 게시하며,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JM’이란 용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박김 국장도 마찬가지였다.

“장차법을 보면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간접 차별이 있어요. 그 안에는 물론 이번에 논란이 됐던 특수교육과 학생들도 포함이 돼죠. 논란을 보면서 당연히 관련자 차별인데 글 써야 되는 거 아냐? 라고 했지만 사회적 메시지는 던질 수 있지만 더 이상의 것들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구요. 자연스러운 장애인 인권침해 모습에 진짜 갑갑하죠.”

장차법 시행 5년, 장추련은 집단 진정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펼 예정이다. 먼저 오는 4월11일 시행되는 웹접근성 관련해서 차별 집단진정을 준비하고, 그동안 해왔던 모니터링 부분들도 강화해서 장차법이 장애계에 다시 한번 떠오르는 감자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작년에는 노동에서의 장애인이 정당한 편의 제공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려고 했어요. 근데 기업들이 문을 안 열어줘요. 노동부나 복지부도 권한이 없대요. 일하는 장애인들이 ‘차별이다’를 직접 알려야 하는 상황인데, 불이익이 갈까봐 당연히 못 알리죠. (모니터링 거부가)정당한 편의제공이 안됐을 시, 기업이미지 나빠진다는 이유인데, 참 씁쓸해요. 장차법의 한계죠.”

인터뷰 중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에이블뉴스

■장차법의 한계, 장애계가 합심해야=그간 장추련은 지난해 보험차별 집단 진정과 함께 박원석 의원실과 상법 732조를 폐기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들면서 손을 못 대고 있을뿐더러, 김정록 의원실에서는 이후 폐기가 아닌, 수정한 개정안을 내놔 앞 길이 멀다는 의견.

“국회 돌아가는 꼴을 보세요. (상법 732조) 손을 못 대고 있죠. 보험 차별에 대한 권고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구요. 참 답답하죠. 김정록 의원실에서 내놓은 안은 또 수정이다 보니까 복잡해요. 갈 길이 멀죠.(하하)”

법 개정할 것이 너무 많다던 박김 국장은 현재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실과 도로교통법 개정을 접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김 국장은 “한 눈 장애인에게 아직 1종보통이 제한돼있어요. 시험장 접수도 못해요. 직업선택에 있어서 차별이 될 수 있죠. 직업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원실에게 접촉했고, 지금 검토중인 것으로 알아요.”

장차법 개정에 대해서는 “한숨 뿐”이라는 답변이다.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 그의 의견. 먼저 현재 당사자 만이 차별을 진정할 수 있는데, 이를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진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간접차별에 대한 장차법 상 한계를 메꾸겠다는 것.

또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희귀병 등까지 모두 장차법에 안고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장차법에 있어서 느슨해진 장애계에서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차법 제정이 됐지만, 장추련이 질기게 잡고 있어요. 연대는 느슨해지고, 자기들의 사업에 치중하고, 활동가 4명이서 장차법만 안고가기 힘들어요. 발전을 위해서는 진정도 계속하고, 소송을 통해 좋은 판례도 만들어야 해요. 요즘 자기권리옹호가 화두가 되는데 장차법을 모르고는 권리옹호가 힘들어요. 장애계에서 다시 한번 장차법에 불을 지펴야 하지 않을까…현재로썬 갈 길이 먼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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