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에서 운문부 대상을 수상한 박성진씨.ⓒ에이블뉴스

"제가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장애인을 꺼려하는 시선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장애인이 되다보니까 외모상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지, 생각하는 것은 비장애인과 같아요. 장애인이 됐다고 절망하는 건 절대 없습니다.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쑥’처럼 노력해 멋진 시인이 되고 싶어요."

5일 오후 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에서 열린 '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시상식'에서 연신 웃음을 띄고 있는 한 청년이 눈에 띄었다. ‘쑥’이라는 작품으로 운문부 대상을 수상한 시각장애 1급 박성진(28)씨다.

700여편이 출품된 이번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는 특히 20대 젊은 시각장애 작가들이 대상을 차지해, 향후 이들의 작품 활동에 대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중, 심사위원들로부터 주제가 강한 작품으로 시인으로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찬사를 받은 이가 바로 성진씨다.

이른 아침부터 시상식을 위해 광주에서 올라왔다던 그는 축하인사에 “의외의 수상에 너무 놀랐다. 감사하다”며 첫 마디를 뗐다. 현재 앞이 보이지 않은 성진씨는 2살 때 기도가 막히는 사고로 시신경이 파괴됐다. 이후 차츰 시력을 잃어가면서 시각장애인이 될 상황을 준비해왔다.

“2살 때 기도가 막히는 사고로 시신경이 파괴된 이후, 조금씩 눈이 나빠졌어요. 학창 시절에는 특수 안경을 착용하며, 상황에 적응해왔어요.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됐다면 엄청 비관했겠지만, 하루 하루 조금씩 시력이 떨어지니까 담담하게 받아들여진 거 같아요.”

2009년은 성진씨에게 잊혀지지 않는 해다. 1월 실명판정을 받은데 이어, 10월 지병으로 아버지를 떠나 보낸 힘든 시간이었다. 3년간의 오랜 병원생활이 이어지자, 성진씨는 가족을 고생시키는 아버지가 늘 꾀병이라고 생각해, 돌아가시던 날에도 2시간이 넘게 욕설이 오가는 다툼도 했다.

돌아가신 후에서야 비로소 아버지가 그동안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성진씨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번 수상 작품도 쓰게 됐다. 작품 ‘쑥’은 아버지에 대한 성진씨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본이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자리에 유일하게 돋아난 풀이 ‘쑥’이라는 이야기를 대학 강의 중에 들었어요. 쑥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부활할 수 있는 의지입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투병하신 아버지를 떠올렸어요. 그러고 보니 장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저와도 닮은 거 같네요.”

차츰 시력을 잃어가면서 시각장애인이 되면 ‘무엇을 할까’ 등의 생각으로 시를 선택한 성진씨는 장애 이전의 기억을 통해 소재를 찾고, 컴퓨터로 시를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소장하고 있는 시만 600여편 된다는 그는 “언젠가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면, 시집을 통해 세상에 내보이겠다”고 웃음 지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가장 치열한 나이 28살, 성진씨는 현재 사범 대학원에 다니며 국어교사를 꿈꾸고 있다. 장애로 인해 교과서와 자료를 하나하나 텍스트로 변환, 컴퓨터로 옮겨 녹음 본을 들어야하는 성진씨지만 꿈을 위한 도전은 멈출 수 없다.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시를 쓰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텍스트로 변환해서 컴퓨터로 들어야 하는데, 저작권 문제로 다운 받아 들을 수 없는 책이 많더라구요. 텍스트로 변환 가능한 PDF 파일 지원이 많아져서 시각장애인도 최근에 발간된 도서를 많이 볼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성진씨는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써, 장애대학생들이 좀 더 꿈을 펼칠 수 있게 사회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대학을 다니면서 모든 장애학생들이 강의실을 어렵지 않게 용이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또한 학부학생일 경우, 장애인 도우미를 통해 도움 받을 수 있지만, 현재 국립대 대학원의 경우 지원이 안돼요. 장애학생들이 대학에서 마음껏 꿈꾸고 사회에 나갈 수 있게 많은 지원책이 필요한거 같아요.”

한편, 이날 열린 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시상식에서는 박씨 외에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입상자 20명과 미술대전 입상자 137명이 상장과 부상을 수여받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변용찬 원장(오른쪽)으로부터 상장을 수여받는 박성진씨(왼쪽).ⓒ에이블뉴스

5일 열린 '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시상식'에서 수상자,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행사를 펼치고 있다.ⓒ에이블뉴스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는 가족들과 내빈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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