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1인시위에 나선 한국농아인협회 김정근 중앙이사.ⓒ에이블뉴스

“수화를 한다고 무능력한 사람이 아닙니다. 수화를 농아인만의 고유한 언어로 인정을 해주는 그날까지 투쟁의 깃발을 놓지 않을 겁니다.”

1인시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가운데 새로운 한주가 시작된 4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는 1인시위자들로 가득했다.

그중 가장 가장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는 있었으니, 바로 한국농아인협회 김정근(55) 중앙이사다. 농아인의 날을 맞아,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지난 1일 대규모 권리보장 촉구대회를 시작으로, 정부를 상대로 교육, 노동 등 생활 전반적인 기본권리를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 3일부터 시작된 100일 전국 릴레이에 두 번째 1인 시위 주인공이 된 김 이사는 수화로 언어를 구사하는 농아인이며, 농아인들이 자신의 언어인 수화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첫 마디를 뗐다.

김 이사는 수화를 통해 “농인들은 수화를 사용해야 하는데, 요즘 세대들은 구화를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고, 어린아이들에게 인공와우수술을 강요하는 등 수화를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며 “농인들의 언어인 수화를 국어로 인정을 해야 하고, 농인들 또한 수화를 사용하는데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 출연한 청각장애인 디자이너가 어머니의 강요로 수화가 아닌 구화를 활용하며,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는 청각장애인임에도 수화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다.

김 이사는 “어머니의 강요로 구화를 구사하는 건 당사자의 언어 선택권은 무시하는 것이다. 비장애인들과 구화를 소통한다고 하지만, 농아인들끼리의 소통은 어떻게 하나. 그건 잘 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이사는 주중에만 지원이 되는 수화통역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고궁이나 여행을 갈 때, 수화통역사가 동반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누군가 만났다가 농아인이라서 의사소통이 잘 안되서 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여행 뿐 아니라 병원이나 법원 등 공공기관에도 전문 통역사가 배치가 돼서 전문용어들을 알아들을 수 있게 소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아인협회가 이번에 발표한 정책 요구안은 총 6개. 언어선택권, 학습권, 노동권 등 우리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대해 꼼꼼히 지적해놓고 있다. 가장 절실한 것을 꼽아 보라고 하자, 곰곰이 생각하던 김 이사는 단번에 ‘학습권’이라고 답했다.

올해 27살의 농아인 딸을 두고 있는 김 이사는 딸이 한국에서 공부하다가 외국에 잠시 2년간 유학을 보냈는데, 농아인을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과의 시각 차이가 너무나 컸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미국에서는 농아인들이 살아가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사회다. 학교에서도 한국처럼 수화통역사가 부족하기는 커녕, 오히려 많은 편이다. 딸이 2년간 생활하면서 불만을 보인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한국국적을 가진 아이가 오히려 다른나라에서 더 행복한 모습이 서글픈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이사는 “학습권이 보장이 안되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농아인들은 노동권도 박탈당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우리 농아인들의 심정으로 요구안을 받아들여 더 이상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3일부터 100일 전국 릴레이 1인시위를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집회, 촛불집회 등을 진행하며 투쟁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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