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미즈 아메리카'로 등극한 트레이시 브로튼(가운데). ⓒ샘

클러치를 사용해 워킹을 한 것은 정말로 남다른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왕관 뒤에 숨겨진 그녀의 삶은 더 남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영광이 더 빛나고 있는 것이다.

4살, 어린 트레이시는 한 남자에게 납치를 당하고 있었다. 아빠의 차를 훔친 그는 트레이시를 실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납치를 당하면 어떤 일을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생명까지도... 그러나 신은 그녀의 삶을 거기에서 멈추게 하지 않으셨다. 달아나던 차는 사고를 일으켜 그 자리에 서고 트레이시는 그 바람에 부모의 품에 안길 수가 있었다.

그녀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가 초등학교 사학년일 때 어머니가 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그녀의 생명을 6개월로 한정 지었다.

“아니야, 나는 우리 트레이시 고등학교 졸업하는 것을 반드시 보고 말 야!”

그녀의 집념에 암도 비켜갔다.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던 그녀는 딸이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도 엄마는 쓰러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트레이시는 또 한 번의 시련에 부딛치게 된다. 교통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고 만 것이다.

의사는 말했다. 평생 걸을 수 없다고... 자기 몸 추스르기도 힘든 엄마의 절망은 또 얼마나 컷을 것인가. 그 상황에서 엄마도 딸도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도 암으로 쓰러지지 않았고 트레이시 또한 지독한 노력 끝에 의사의 말이 무색하게 다시 일어섰다.

엄마는 자신 말이 예언이라도 되는 듯 기어코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보고 그 후 2개월 후에 숨을 거두었다.

그 후, 남겨진 세 남동생과 여동생은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는 당당하게 동생들을 키워냈다. 세 번의 혹독한 시련은 더 이상의 고통이 생기지 말았어야 했다. 확률적으로도 다른 사람의 몇 배 힘든 과정을 지나온 만큼 이제는 평온하게 좋은 남자와 평생을 화 없이 조용한 삶을 살았어야 했다. 번개도 한번 친 나무는 다시 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에게 또 한번의 견디기 힘든 고난이 엄습했다.

1996년 모델 활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 비오는 거리에서 또 한번의 교통 사고로 그녀는 전신마비가 되고 만다. 의사는 이번에는 절대 일어설 수가 없다고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의사의 말을 다시 뒤집고 말았다. 지난 2007년 11년 만에 다시 일어서고 만 것이다. 하루 세 번씩의 지독한 운동으로... 미즈 아매리카 시상 후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에게 다가온 고통들은 오히려 나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이었다.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그녀는 더욱 강해졌고 그 강함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주변의 힘든 사람들을 돌보았다.

싱글 맘, 11년을 보낸 휠체어 생활, 그 정도면 자기 하나, 두 아들 간수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그녀는 주변을 돌보아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퍼스트레이디로부터 사회 봉사상까지 받았다.

“(미즈 아메리카)는 제가 사회를 돕기 위해 기금 모금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녀는 미즈 아메리카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 들으면 수상을 위한 발언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그녀의 하고 있는 일이나 지나온 과정을 보면 그녀가 자신 보다는 타인을 돕기 위해 출전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녀와 10년 넘게 사귀어온 입양아 법률 비영리 단체 허쉬 그룹 대표 리차드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녀는 내가 아는 가장 강인한 여성입니다. 그녀는 돌보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그녀는 고아와 여성을 돕는 단체의 자원 봉사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녀 대회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는 한쪽 크럿치만으로 수상했으나 2003년에는 휠체어를 탄 채 블랙 미즈 캘리포니아에 출전해 수상을 했다. 이 대회에서 그녀는 휠체어에 앉은 채 댄스를 했고 무대를 누볐다.

그녀는 각종 잡지와 카탈로그, 텔레비전을 휩쓸었다. NFL카탈로그에 모델로 나오는가 하면 아메리칸 저널, 월스파고 은행, 스타일리스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에 아름답고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있다.

한편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발달장애 코디네이터 B씨는 트레이시의 미즈 아메리카 수상 소식을 접하고 ‘지원한 트레이시도 대단하지만, 그녀를 받아 준 대회는 더 대단하다’ 며 미국의 장애 문화를 우회적으로 경이스러워하기도 했다.

트레이시는 현재 프리페이드 리갈 서비스 프랜차이즈의 경영주다. 자기가 사고를 당했을 당시 건강 보험이 없어서 고생했던 것을 생각해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법률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내가 역경을 이겨올 수 있었던 것은 믿음과 인내와 희망입니다.” 그녀의 말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있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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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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