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님, 올해도

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

과수밭 복숭아나무의 잔가지들이

그해 봄하늘의 별떨기만큼 많은 꽃봉오리들을

달고 있습니다.

멀찌감치서 보면 연분홍 지등을 켠 듯

누님이 시집가시던 날

고운 두 볼에 찍어 발그레하던

연지곤지가 생각납니다.

그리운 누님

어릴 적 누님은 저를 업고

복숭아꽃 활짝 핀 과밭에 들어가 나뭇가지 잡고

어깨를 들먹이며 우셨지요.

일찍 떠나간 엄마가 너무도 야속해 우신 것을

올 봄 그 나무 아래에 서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내 그리운 누님은

어느 바람찬 하늘 밑에서

산등성이 온통 분홍빛으로 칠해오는

저 복숭아꽃을 젖은 눈으로

보고 계시는지요.’"

이동순 시인의 '연분홍 편지'이다. 이동순 시인에게 실례일줄 알지만 끊어 읽기는 편의상 필자가 찍었다.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도 저물어가는 듯한 겨울에 웬 봄편지 타령이냐고 타박을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지하철매점에서 일하는 신부환씨 ⓒ이복남

사실 사람들은 시를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필자부터도 시집을 사 본지 오래다. 이렇게 누군가에 대한 글을 쓸 때면 낡은 시집을 뒤적이거나 인터넷을 훑어보는 게 고작이지만 이렇게나마 사람들에게 시 한수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 필자의 욕심이다.

경산에서 외롭게 자랐던 이동순 시인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누나 손에서 젖동냥을 하면서 자랐다고 한다. "태어난 지 10개월째 되던 날 돌아가신 어머니가 저를 시인으로 만들었어요."

필자가 이번 달에 만난 사람도 경산 사람이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홀로 되신 어머니는 아들의 장애를 끌어안고 눈물 바람을 일으키며 오매불망 아들을 위해 살았으나 아들은 아픈 다리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다.

신부환(1955년생)씨는 경상북도 경산시 평산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10남매의 막내라고 했는데 세 분은 먼저 세상을 뜨고 7남매가 있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시고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보아야 했기에 막내인 그를 업고 동동걸음을 치며 다녔는데 하루는 업은 아이를 내리다가 떨어뜨렸단다. 돌도 안 된 아이는 열이 펄펄 끓었고 어머니는 아들을 업고 밤을 새웠으나 다음 날 한약방에서 침 맞고 뜸뜨는 게 고작이었다. 아이의 오른쪽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다.

대구 중학교 시절의 신부환씨 ⓒ이복남

좌 휴가 나온 형의 군복을 입고, 우 제주도 공방에서 ⓒ이복남

“소아마비인지 골수염인지 어렸을 때는 내내 아팠던 기억 밖에 없었습니다.”

다리의 계속되는 통증으로 인해 한약방을 드나들어야 했는데 덜컥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어머니는 남편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어떻게든 막내아들의 다리를 고쳐야 했던 것이다.

“제일 큰 누님은 시집을 가서 조카가 저 보다 두 살이나 많았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시집보내고 생각지도 않았던 늦둥이를 가져 남몰래 애를 태웠다. 애를 지우려고 높은데서 뛰어내리기도 했고, 간장을 사발로 들이마시기도하고 (낙태에) 특효라는 약을 구해 먹기도 했으나 태아는 점점 자라 배가 불러 왔다.

“어머니는 제가 아픈 것이 자기 탓이라 여겼던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뱃속의 애를 지우려고 했던 자신을 자책했다. 그래서 더욱 그의 치료에 매달려 보았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오른쪽 다리 무릎부근에는 항상 진물이 흘렀고 다리는 늘 아팠다. 침 맞고 뜸뜨고 고약 같은 것을 바르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누룩나무(느릅나무)껍데기를 찧어서 발랐어요.”

느릅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으로 껍질은 회갈색이고, 한방에서 껍질을 유피(楡皮)라는 약재로 쓰는데, 치습(治濕), 이뇨제, 소종독(消腫毒 헌데나 부스럼을 없애는 효능)에 사용한다.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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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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