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지영. ⓒ노컷뉴스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소설 <도가니> 출간한 소설가 공지영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발표하는 책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분이죠. 그리고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 지금 제대로 가는 거 맞습니까? 하는 질문을 늘 던지는 분입니다. 바로 공지영 씨인데요. 이번에는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성폭력과 고문을 다룬 사회성 짙은 소설 ‘도가니’를 갖고 나왔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만나보겠습니다. 공지영 씨 지금 만나보죠.

◇ 김현정 앵커> 안녕하십니까.

◆ 공지영>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앵커> 장편소설만으로는 2년만이에요. 소감이 어떠십니까?

◆ 공지영> 언제나 그렇듯이 약간 지쳐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왜 지쳐있으세요?

◆ 공지영> 원래 책 낼 즈음에는 이미 원고를 너무 많이 들여다봐서 그 얘기를 사실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을 때 책이 나오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이번에도 아주 크고 무거운 질문을 던지셨어요. 장애인 문제. 아직 못 읽은 분들도 계실 테니까 살짝 내용을 들여다본다면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이야기인데, 부조리한 상황을 목격한 주인공이 이 비리들을 파헤쳐나가는, 불의와 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 공지영> 네,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떤 사건이 모티브가 된 겁니까?

◆ 공지영> 여러 가지 사건을 제가 종합을 했는데요. 가장 큰 모티브는 광주에서 있었던 인화학교 사태가 가장 큰 모티브였고요. 사실 전국 도처에서 취재를 하고 수사를 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사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이 하루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굳이 이거다. 이걸 한 번 써봐야겠다’ 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 공지영> 과연 잘 산다는 것, 우리가 경제성장하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경제, 경제해서 잘 살아야 된다고 하는데, 잘 산다는 게 무슨 뜻일까? 싶어서 어떤 훌륭한 집에 초대받아갔는데 그 집에 가장 약한 아이를 온가족이 때리고 있고, 때리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면 그 집안이 하버드 아니라 어디를 모두 졸업했다 하더라도 그 집을 좋은 집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한 국가가 가장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서 그 국가의 어떤 품위라든가 격이 좀 결정된다고 생각해서, 제가 그런 가장 약한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은 어떤 사태를 좀 쓰고자 시작을 한 거죠. 그랬는데 쓰다가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많이 나빠지고 해서 저도 쓰는 게 참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소설에서 참 처절하고 잔인하게 그 현장들이 묘사가 되어있더라고요. 어떤 현실을 보신 거예요?

◆ 공지영> 현실은 말이죠. 그것보다 훨씬 더 잔인해요. 제가 소설에 그것을 다 풀어쓸 수가 없어서 사실은 3분의 1정도만 묘사한 겁니다.

◇ 김현정 앵커> 그 정도입니까? 가장 기억에 남은 현장 있으세요?

◆ 공지영> 초등학교 3학년짜리를 당시에 교장선생님이 탁자에 묶어놓고 성폭행하는 그것이 가장 끔찍한 일이였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떻게 그런 일이 우리사회에서 이 시대에...

◆ 공지영> 중요한 것은 저는 사실은 살인마도 있고, 그런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은 오히려 ‘국가가 나쁜 나라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것이 적어도 밝혀졌을 때, 사회 전체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그 국가의 품위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는 불행히도 그 분에게 면죄부를 주었고, 집행유예로 풀려나셔서 다시 교장선생님으로 복직하게 되었죠.

◇ 김현정 앵커> 사실은 그 질문을 드려보고 싶었어요. 이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이 그 학교 임시교사인데, 우여곡절 끝에 범행을 다 입증해내는데 결국은 가해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납니다.

◆ 공지영> 거기에는 우리나라의 법제도의 여러 가지 모순이에요. 이 부분은 국정조사 때도 비슷하게 받은 부분이였는데요. 저도 처음 알았는데, 미성년자 성폭행도 보호자가 합의를 해 주면 무죄로 풀려나더라고요. ‘기소 없음’ 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주로 말하자면, 가난하고 못 배운 부모들 밑에 있는 아이들은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부모가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해주면 그 사람들은 ‘죄가 없음’ 이 됩니다. 이런 부분도 상당히 저를 많이 분노하게 만들었고요. 좀 공유하고 싶었어요.

◇ 김현정 앵커> ‘도가니’ 라는 소설은 인터넷으로 먼저 독자들에게 연재가 되었어요. 인터넷 소설 처음으로 도전하신 거죠?

◆ 공지영> 네.

◇ 김현정 앵커> 일반적인 연재, 혹은 일반적인 소설 발표하고는 차이가 있던가요?

◆ 공지영> 처음에는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생각했는데요. 쓰는 도중하고 쓰고 나서 굉장히 많은 차이를 느꼈죠. 그중에 제일 감사하고 인상적이였던 거는 정말 너무나도 열화와 같이 매일매일 출석하셔서 힘을 주신 분들 때문에, 제가 어려운 소설을 마쳤다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얼마나 고마운지 끝나고 맥주한잔 대접하고 싶어요. (웃음)

◇ 김현정 앵커> 누군지 얼굴을 좀 들어내시고... (웃음)

◆ 공지영> 그러니까요. 또 하나는 몰랐는데 끝나고 나서 굉장히 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는데 광장에서 합숙하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였어요.

◇ 김현정 앵커> 다 들어 내 놓고 쓴다는 게 쉬운 게 아니죠.

◆ 공지영> 그런 느낌이 굉장한 피로를 갖다 주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공지영> 한 분이 그렇게 말씀 하셨던 것 같아요. 이 소설의 배경이 ‘무진’이고, 여기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이름이 ‘유진’이거든요. 아마 이것은 작가가 심오한 뜻을 가지고, ‘진실 없는 도시’ 해서 ‘무진’ 이고, ‘진실을 찾아가는 여자’ 해서 ‘유진’ 일 것이다, 라는 댓글을 보고 저는 그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독자들이 이렇게까지 심도 있게 소설을 읽는 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 김현정 앵커> 많은 차이점을 느끼면서 완성하셨네요?

◆ 공지영> 네.

◇ 김현정 앵커> 어떤 인터뷰를 보니까 공지영 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조금 전에 설명하셨듯이, 이 사건이 일어난 도시가 ‘무진’ 이라는 ‘안개 나루’ 라는 뜻을 가진 도시인데, 이 소설을 다 마치고 보니까 그 사이에 우리나라 전체가 ‘무진’으로 변해간 것 같다 이런 말씀을... 무슨 얘기입니까?

◆ 공지영> 제가 소설을 구상할 당시에는 우리나라 전체를...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우리나라 인권상황이 상당히 좋아져 있던 상황이였어요.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가 용산참사도 일어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도 있었고... 그런데 우연히도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용산참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소설에 상당히 상징적으로 비슷한 점을 꽤 갖고 있었어요.

◇ 김현정 앵커> 어떤 걸까요?

◆ 공지영> 그러니까 예를 들면, 약한 자들의 인권을 여지없이 짓밟고, 그것이 말하자면 저들의 잘못이라고 하는 거라든가, 이 세상자체가 너무나도 약한 사람들에게 가혹하고 엄격하게, 라고만 할까요? 그런 거... 또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같은 경우는 거기서 원래 설정이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치는데 이 주인공이 가지는 작은 과실들이 몇 개가 있었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그런데 그것이 죄악이 폭로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결점만 폭로됨으로써 주인공이 자살까지 생각하고 굉장히 괴로워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대목을 써놓고 놨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사건이 일어나고 해서 굉장히 섬뜩하기도 했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 김현정 앵커> 현실이 무진의 안개 낀 모습처럼 변했다, 안타깝다, 이런 말씀이신데 해결방법이 있을까요? 희망이 있을까요?

◆ 공지영> 네, 희망이 있다고 저는 봤어요. 악이라는 것과 오랜 시간동안 대결을 하다보니까 우리 누구나 사실은 언제든 악한이 될 그런 소지를 갖고 있는데요. 그것이 막아지는 때는 유일하게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때는 마음속에 있는 악들이 튀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거꾸로 얘기하면 수많은 권력이 주어지고 감시가 없을 때, 필히 권력은 부패하고 상대할 수 없는 악이 저질러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끊임없이 감시하는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면 훨씬 희생도 줄어들 수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이렇게 자꾸 사회문제를 다루다보면 너무 고통스럽지 않으세요? 그것들과 매일같이 접해야 한다는 게...

◆ 공지영> 글쎄 말이에요. 그런데 팔자인 것 같아요. (웃음)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몰두하게 하는 것은, 역사라든가 아니, 안 그런 것도 제가 관심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또 여러 가지 상황이 저를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서 저도 약간 속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팔자라고 표현했지만, 소설가에게 우리 현실이 쥐어준 어떤 숙제라고 할까요? 책임감을 느끼고 좀 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아무리 그 짐이 무거워도 말이죠.

◆ 공지영> 책임감이 더 중요한 단어겠네요.

◇ 김현정 앵커> 공지영 씨 이번 소설도 물론이고요. 다음 소설도 저희가 기대를 하겠습니다.

◆ 공지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설 ‘도가니’를 출간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 씨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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