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서울복지재단은 새로운 복지정책을 개발해 전국으로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블뉴스

[특별인터뷰]서울복지재단 이성규 대표이사②

장애인당사자로서,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복지재단 이성규 대표이사와의 인터뷰 두 번째 편이다.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로서, 장애인복지학회 새 회장으로서 포부를 들어봤다.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한 서울시의 역할은 무엇인지,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사회운동의 기조는 무엇인지도 물었다.

백종환: 서울복지재단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시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가요? 그리고 서울시내에 있는 복지관련 기관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요?

이성규: 우리는 100% 서울시가 출연한 서울시의 기관입니다. 이런 기관이 서울에는 15개가 있으며, 그 중에 하나입니다. 서울복지재단을 다른 사설재단하고 혼돈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서울시복지진흥원을 검토했었는데, 서울시복지재단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내년부터 바뀔 것입니다.

서울시에 있는 다른 복지관련기관들은 출연기관이라고 하지 않고, 서울시 입장에서 민간 경상 보조를 하는 보조기관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관 자체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그 기관의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죠.

출연기관과 보조기관의 차이가 있어서 처음에는 옥상옥이 아니냐면서 좀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저희는 컨설팅도 해드리고, 사업을 개발하는 데 지원도 해드리고 이런 업무들을 하면서 요즘은 우군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백종환: 최근 사업들 중에서 ‘희망통장’이 요새 말로 대박을 냈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성규: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을 했는데요, 제가 영국에 있을 때 무슨 글을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예방이 가난 탈출보다 훨씬 남는 장사다, 가난 탈출은 안 된다’라는 어떤 학자의 주장이었는데요. 3~4년을 열심히 살게 하면 관성이 붙어서 죽을 때까지 잘 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단 가난에 빠지면 못 올라온다는 거죠. 그래서 통계를 봤더니 우리나라도 자활 성공률이 3%가 됩니다. 그러니까 자활 프로그램은 실수한 거죠.

그러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되는데, 서울시 복지 예산이 3조원이 넘습니다. 그 중에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한테 가는 것이 1조원입니다. 그런데 이게 아무런 성찰 없이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분들은 가난이 대물림 되는 거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다가 마이클 쉬라든 워싱턴대 교수의 주장을 검토하게 됐습니다.

정밀 검토를 하다 보니까 희망통장 사업이 지금 대만, 싱가포르, 영국, 미국에서 시험 가동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마이클 쉬라든 교수가 다른 때, 다른 일로 일본에 방문한다고 해서 제가 그러면 한국에도 오시라고 해서 한번 만나서 얘기를 들었습니다. 1년 동안을 탐색하고 연구하고, 이러다가 시동을 건 겁니다. 우선은 시범 사업으로 100케이스를 했습니다. 한 달에 20만원을 저축을 하면 30만원을 해드리는 것으로 했죠.

서울시 공무원들한테 같이 하자고 했더니 시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예산을 쓴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고, 그럼 내가 시범사업을 민자를 동원해서 할 테니, 성공하는 기미가 보이면 추가적으로 지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오케이가 나왔죠. 그래서 시범 사업을 띄우는 민자를 동원하는 데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 어찌됐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시작했는데, 그 모델이 언론에 좀 신선하게 비쳤던 것 같아요. 일간지, 주간지들에서 많이 다뤄주시고, 또 입소문이 난 것 같아요. 입소문이 나서 지금 부산에서도 준비를 하는 것 같고, 경기도에서도 하는 것 같고. 내년에는 2000케이스 정도까지 확대되면서 서울시가 일부 예산을 내는 걸로 결정이 됐습니다.

백종환: 서울시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과 장애인콜택시 운영은 최초로 시작됐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어요.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서울시복지재단이 각 지역별로 넓혀져 가고 있고, 희망통장 사업도 전국화 가능성이 있는 것 같네요. 서울시복지재단의 역할 중에는 이렇게 선진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유해주는 책임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성규: 그렇죠. 수도의 상징성은 엄청납니다. 중앙정부의 어느 한 부서보다 나라를 대표합니다. 그래서 서울이라는 것은 참 특별납니다. 서울시에 출입하는 출입기자 수가 일반 부처에 가는 기자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고, 일이 많이 벌어지는데요.

복지도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발해서 우리가 한 번 실천을 해보고, 거기에서 검증이 되면 이제 중앙정부가 받는 스타일로 갈 겁니다. 현장복지는 앞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고, 지금 많은 부분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희망통장도 중앙정부에서 상당히 관심 깊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받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지방에서 다 받으면 중앙에서 그것을 한 데 모아서 뭔가를 해줘야죠.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너무 치고 나간다면서 복지부에서는 일부 불편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앞서 나가는 게 아니라 수도는 그래야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세상에 던지고, 그게 씨앗이 돼서 세상이 좀 더 좋은 곳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역할을 서울복지재단에서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제 임기동안 새로운 것들을 좀 더 던져주려고 합니다.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성규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는 희망통장 사업이 2천케이스까지 확대되고, 서울시에서도 예산 지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연장선상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번에 서울시에서 장애인행복도시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남다른 의미들이 있습니다. 8,000억원이라는 거대한 예산을 투입되는데, 이 장애인행복도시 프로젝트와 기존의 종합계획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성규: 조금 더 공격적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희들이 기본안을 설정했는데, 한 번 공격적으로 잡아보자는 것이 저의 주문이었는데, 예산 확보 과정에서 압박을 받다보니까 모두 반영이 못된 것은 아쉽죠. 서울시도 상당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것과는 다릅니다. 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나와라, 나오는 걸 지원하겠다는 것이고, 주체적으로 일하라, 그 부분을 더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인권적이고 주체적인 부분들을 지원하고, 시설 속에서 나오는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일거에 시설을 다 없앨 수도 없는 거고, 그렇지만 방향성은 그렇게 틀고 있다는 겁니다.

내년, 내후년에 가면 더 격차가 벌어질 겁니다. 그리고 대규모 시설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겁니다. 올해가 그런 방향을 잡는 계기가 되는 해다,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디든지 그렇듯이 아쉬움이 있습니다.

백종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도시프로젝트에 빠진 것들이 많다는 지적들이 많이 있죠. 장애인콜택시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이명박 시장 당시에 본격으로 했는데, 장애인들에게 사랑도 받지만 지적도 많이 받습니다. 장애인들이 지적하는 내용 중에 보완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성규: 보완해야 될 것이 많죠. 장애인 당사자들이 당장 서울시내에 딱 나간다면, 편하게 일하고, 편하게 이동하고, 편하게 먹고, 이게 안되잖아요? 이게 다 보완될 것들이죠. 수도 서울 뒷골목까지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누비고 다닐 수 있어야 되고, 시각장애인들이 어느 건물이든지 혼자 가서 음성으로 듣든, 인식기로 듣든, 보이스아이로 듣든 정보를 얻고 소통을 할 수 있어야죠. 그게 안 되니까 보완점 투성이라는 것은 사실이죠.

저는 이런 장애요인들을 완벽하게 제거해야 수도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안 하면 우리 같은 재단이 있을 필요도 없어요. 뭘 만들어서 월급을 더 줍니까?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게 저의 소신이고요. 재단도 그런 거래를 강력하게 해야만 서울시를 잘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게 다 고쳐져야 되고 보완돼야 할 것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아까 장애인콜택시 이야기가 나왔는데, 콜택시도 부족하죠. 대기시간도 길고, 또 서비스를 전달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운송수단으로 보고 있는데, 이건 틀린 것이라고 봅니다. 장애인콜택시는 중증장애인을 댁에서부터 어디까지 이동하시는 데 도와드리는 장비이지, 택시가 아니지 않습니까? 빨리 가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는 거기에 부응을 하되, 잘 훈련된 사람이 편안하게 서비스를 전달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대한 복지사업이라고 저는 규정을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택시 같은 모형입니다. 콜택시가 편안해지려면 앞으로는 복지 터치가 들어가야 됩니다. 그 분들의 눈높이에 맞고 개인 특성을 아는 분들이 가서 서비스를 잘 해야 합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타면 장애인들은 창밖을 못 봤던 시절이 있었던 것 알지 않습니까? 제가부임하자마자 장애인콜택시랑 똑같은 특장차를 하나 뽑았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분들과 얘기를 하면서 다녀봤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날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날씨가 너무 좋은데요”라고 했더니 “우리는 하늘이 안 보입니다. 우리는 그냥 옆에 차바퀴하고 땅바닥만 보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그분 눈높이를 봤더니, 전동휠체어를 타니까 시선이 높은 것입니다. 뚜껑만 열어서 시공을 하고, 차창을 높일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이죠.

지금까지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짐짝 취급을 받은 것입니다.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공문을 만들어서 현대자동차에도 보내고, 서울시시설관리공단 담당자한테도 보내고, 시에도 보냈습니다. 이게 받아들여져서 바닥을 낮춘 콜택시가 등장한 것입니다. 운송수단으로 보면 절대 그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지만, 어려운 지금 상태 말고, 한 10년 후를 생각하고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로서는 지금도 할 일이 많습니다.

백종환: 전국의 장애인복지인권실태에 대해 평가를 낸 결과를 보니까 서울시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서울에서 펼쳐지고 것들이 선도적인 것이 많은데, 4위를 차지했어요. 어떠세요?

이성규: 일단 4위라는 것은 불명예입니다. 더 해야 되는 행정수요를 보여주고 있는 거죠. 서울의 장애인들의 현주소, 그런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 통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순위를 뒤로 미뤄놓은 원인이 되는 여건이 특히 있습니다. 장애학생교육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주관으로 하는 것인데, 이쪽에서 순위가 좀 낮습니다. 8위가 나오고 있고요. 그리고 고용문제, 경제활동참여에서 13위가 나왔는데, 노동부와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코워크(co-work)를 해야 되는 부분이죠.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다 해낼 수 없고, 범위를 넘어서는 쪽에서 많이 깎아 먹었어요. 서울시로만 보면 괜찮아요. 1위, 2위 주로 이런데, 그렇게 섞이다 보면 뒤로 가서 종합순위가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핑계고요, 당연히 모든 건 수도 서울이 1등이 되도록 해야죠. 뭐, 교육부에 찾아가서 ‘합시다’라고 해서 만들어 내야죠. 결국은 시민이 불편한 것 아니겠어요? 시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서울시도 교육청과 협의하고, 노동부 장관하고도 협의하고,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도 같이 가서 만들어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규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새로운 한국장애인복지학회장으로서 장애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장을 펼쳐보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장애인복지학회를 처음 설립해서 회원으로 활동해오셨고, 최근에는 학회장에 뽑히셨습니다. 학회가 세미나를 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심도 있게 많이 하는데, 그 내용들이 정책에 반영이 되거나, 장애인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조금 미지수예요. 어떻습니까?

이성규: 그렇죠. 장애인복지학회가 지금 4년 됐습니다. 1대 회장을 이익섭 교수님이 하셨고, 다음으로 제가 맡게 됐습니다. 지식사회의 하나의 패키지로 보면 기본단위가 한 10년 된다고 합니다. 뭔가 점프를 하려면, 그 동안에 무언가를 갖추려면 한 10년 걸린다는 거겠죠. 그것에 절반도 안 간 상태인데요. 정책 파트에서 귀 기울이는 영향력, 또 내부의 지적 영향력,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외향적 영향력 등이 아직은 다 부족하죠.

장애인복지학회는 역시 장애인들의 마음속에서 발전이 돼야 된다고 보거든요. 무엇을 위한 학문이냐, 장애인복지학이 왜 생겼느냐고 하면 역시 당사자들 마음속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 생긴 것입니다. 우리만의 학문, 우리만의 잔치를 해서는 외면을 받거든요. 지금까지 그렇지 못해왔던 속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당사자들이 우리를 고마워하고, 정책하는 사람들이 의존할 수 있는 논리적 계발, 국제적 네트워크, 이런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장애인계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같이 해봤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려면 우리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요. 그 콘텐츠는 당사자들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을 때만이 콘텐츠로 보는 것이죠. 정책적 타당성이 그때 얘기가 돼야 합니다. 정책적으론 타당성이 있는데, 당사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이 잡아서 먹을 수도 없는 것은 비전이 아니죠. 비전은 잡혀야 된다고,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비전관리를 실체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글로벌은 조금 더 장애인의 마음속에 가 있습니다. 그걸 늘 느낍니다. 선진국들은 학회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거의 다 장애인과 삽니다. 거기서 그걸 보고 추출해서 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거든요. 장애인이 감동 못 하는 장애학은 없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감동하는 장을 마련할 때, 우리를 앞서간 선진국 사람들이 필요하다면 그들과도 국제적 관계를 맺을 것입니다.

앞으로 2년 동안을 하게 됩니다. 보통 1년씩인데, 제 임기는 2년이라서 꽤 길어요. 임기동안에 제가 학회와 정부 간에 소통의 장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벌써 담당 실무국장들과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적극적으로 우리를 수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서울, 부산, 경기 충남에서 모이는 분권실천협의회가 있잖아요. 제가 초대회장이기 때문에 지역들과 공유해서 퍼뜨릴 것입니다. 중앙정부를 때로는 비판하고, 때로는 견제하고, 또 어떤 때는 응원해주고, 힘을 몰아주고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게, 장애인복지학에 대해 제가 책을 만들고, 그걸 반영시키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백종환: 장애인복지와 사회복지 쪽에서 쭉 활동해오셨는데, 최근에 소문을 들으면 어떤 사회조직화운동, 그것이 어떤 운동으로 될지는 모르겠는데, 사회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모멘트를 만들어 가시려는 조직화의 중심에 서 계시다고 해요. 혹시 이 시간에 소개해 주실 수 있는지요.

이성규: 제가 아직 구체적인 것을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사실입니다. 저는 그 동안의 사회가 좌우의 대립, 갈등을 에너지로 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질곡에 잘 빠지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라는 것이 앞으로 가야 되는데 좌우에서 이렇게 잡고 있으니까 앞으로 못 가잖아요. 그러면 국민들만 골탕 먹는 거죠. 복지도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사실 양극화라는 말도 이게 여러 가지 함의가 있는 것이거든요. 저는 양극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최저층들의 절대적 생활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살아가는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한 거죠. 이분들의 기초적 삶의 질을 확보해드리고, 이분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회를 좌우로 보지 않고 아래위로 보고자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간 영역에 있는 사람이 튼튼하게 자리를 잡도록 하고, 또 하층에 계신 분들이 희망통장 같은 것들을 통해서 하층으로 떨어지지 않고, 또 올라와서 납세자가 되고, 중산층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위층에 있는 사람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해도 안 믿어줍니다. 그분들의 어색한 환경만큼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그분들도 좋은 일 하고 싶은 분들이 많아요. 그런 것에 대해 우리가 모형을 만들어 드리고, 그분들이 한 일의 의미를 사회에 전파시켜주는 것입니다. 그 도움을 받아서 꿈을 실현한 분들이 중산층이 되는 것이죠.

이제는 중산층 전문직들이 나서야 되는 책임이 있다, 그래야 사회가 통합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래위로 통합이 돼야 앞으로 가고 위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운동에 동참하려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하고 꿈을 섞고 있습니다. 머지않아서 그런 분들이 시동을 걸자고 나올 것이에요. 사회가 매력 포인트로 받아주면, 같이 한 번 매력 있어 지는 게 아닌가. 영 멋대가리가 없다고 그러면 하다가 꼬리를 내려야죠. 평가가 안 좋으면 내려야 되는 거예요. 호응이 있다면 더 열심히 뛰어야죠.

백종환: 급진 진보쪽이나 현재 MB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힘의 동력이 되고 있는 뉴라이트계 쪽도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군요.

이성규: 좌우로 사회를 보는 분들에게 그러지 말라는 것이에요.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다 중산층들인데, 안에 들어와서 아래위로 붙이자는 것입니다. 아래위로 붙여서 중산층이 자꾸 넓어지도록 하고, 이제 패러다임을 앞으로 가고 위로 가는 쪽으로 보자는 것이에요. 4만불 되려면 바빠 죽겠는데, 아군끼리 총질 그만하자는 것이죠. 좌우 다 아군이잖아요.

백종환: 하나의 시민사회의 운동으로 갑니까, 정치적 운동성도 있는 겁니까?

이성규: 이건 정치가 아니에요. 우린 정치권을 막 비판할 거예요. 기존의 정치권도 비판할 것이고, 기존의 사회단체도 비판할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사회적 웨이브 또는 파도가 되기를 바라는 거죠. 일종의 동심원 같이 퍼져나가는.

백종환: 언뜻 오해의 소지도 있을 것 같아요. 시민운동화한다고 하지만 이게 정치적인 집단이 되거나, 힘의 결집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도 분명히 있을 듯 싶은데요.

이성규: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가고, 변호사, 의사, 종교인, 스포츠인 등, 이런 쪽에서도 아주 어려운 일을 겪어낸 분들이 앞장서기 때문에 사회가 보고 웃으면서 힘내자는 것입니다. 정치권으로 배출시키려는 것 절대 아닙니다.

백종환: 언제 수면 위로 올라오나요?

그런 분들하고는 자꾸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올라오지 않겠어요? 이런 주제 갖고 세미나를 해보자하면 판이 벌어질 수도 있고, 워크숍 가서 한바탕하자고 하면 언론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백종환: 마지막 질문입니다. 남은 임기동안 포부 좀 밝혀주시고, 에이블뉴스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성규: 에이블뉴스 얘기를 먼저 하면서 마무리를 하고자합니다. 에이블뉴스는 저를 좀 닮은 것 같아요. 장애인신문사들이 다 어렵습니다. 지금 에이블뉴스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새로운 인터넷 매체를 이만큼 키웠고, 많은 독자들을 가졌습니다. 이런 면에서 6년 동안 참 고생들 하셨다고 봅니다. 앞으로 IPTV 등 또 다른 미디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따라잡아서 한 단계 더 오르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서울복지재단 임기는 1년이 남았고, 학회장 임기는 2년 가까이 남았는데, 이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새로운 기풍을 만드는 일인 것 같습니다. 재단쪽은 관리는 체계적으로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신선한 맨홀 뚜껑을 열어서 신선한 것들을 갖다 드리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연말에는 제가 서울시와 함께 서울 전역을 100개의 공동체로 엮어내는, 실질적인 공동체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공동체를 보면 공동체가 아니라 혼자 고립을 자초해요. 그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최소단위가 지방자치단체가 돼서 100대 권역을 만드니까요. 서울에 25개 구청이 있지 않습니까? 이것을 세분화해서 100대 권역으로 만들어서 퍼뜨리는데, 뿌리가 내려질 가능성이 많은 것이 서울시에서도 강력히 돕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제 임기 동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한 두 개 더 시작을 해보려고 합니다. 시대를 이끌었다는 인정을 받고 학교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본지 백종환 대표이사가 이성규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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