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방인이었다. 그래서 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한편으로 밀쳐져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장애는 또 하나의 개성일 뿐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적인 장애는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다리로 뛰는 사람과 걸을 수 없는 사람을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저울질할 수는 없는 것이다.

취임사 하는 조창용 이사장. ⓒ이복남

그러기에 비장애인체육이 있고 장애인체육이 있다. 국제대회도 올림픽이 있고 패럴림픽이 따로 있다. 장애인기능대회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 문야도 장애인예술인협회나 장애인문인협회가 따로 있다.

그런데 장애인 딱지를 떼고 비장애인 세계에서 당당한 시인이 있다. 조창용 씨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현재 부산장애인총연합회(부산장총) 회장이다. 그가 쓰는 시에는 때때로 장애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으로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시를 쓴다.

오래 전부터 시를 써 온 조창용 시인은 1999년 계간 ‘시의 나라’를 통해 등단했고 부산시인협회 회원으로서 ‘새가 되어 오리라’ 등 4권의 시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제14대 부산시인협회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축사하는 사람들. ⓒ이복남

부산시인협회는 1974년 2월 13일 청마(靑馬) 유치환(1908~1967)의 시비(詩碑) 건립을 계기로 부산의 시인 38명이 모여서 창립한 시인단체이다. 1, 2대 회장 허만하 시인을 시작으로 김석규, 이상개, 이해웅, 임수생 등의 시인들이 역대 회장을 지냈다.

1974년부터 2002년까지 엔솔로지 형태의 <남부의 시>를 38집까지 발간했고, 2003년부터 <부산시인>으로 제호를 바꾸면서 시 전문 계간지로서의 입지를 굳혀 현재까지 92호가 발간되었다.

그동안 부산시인협회는 시낭송회, 시화전, 시인바둑대회, 시의 날 축제, 여름시인학교 등을 통해 시인들 간의 연대감과 자부심을 고취시켜 왔으며 시 전문 계간지 ‘부산시인’을 통해 부산 시인들의 역사를 써 오고 있다고 한다.

조창용 시인은 2017년 4월 13일 오후 6시 부산 동구의 한 뷔페에서 제14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였다. 이날 취임식에는 장애인들이 많이 참석하여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산장총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장애인단체 대표들에게는 다 연락을 했고 시인협회 사람들은 임원진만 초대했다고 했다. 현재 시인협회 회원은 1,000여명이다.

이날 취임식은 정현미 KNN 전 아나운서가 진행했는데 부산농아인협회 박미경 수화통역사가 수화통역을 맡았다. 개회식과 국민의례가 끝나고 부산시인협회 양왕용 편집주간에게는 감사패를, 부산시인협회 제13대 정봉화 부이사장에게 공로패가 수여되었다. 그리고 제14대 이사로 선출 된 김홍규 시인, 박희동 시인, 신진식 시인에게 선임장이 수여 되었다.

취임식에 참석한 내빈들. ⓒ이복남

조창용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참석한 내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부산시인협회를 잘 이끌어가겠다고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축사에서 ‘그동안 부산장총 조창용 회장을 자주 만났지만 시인인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어서 유재중 국회의원은 ‘이런 자리에 오니 오히려 내 감성이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서 김검수 부산문인협회 회장이 축사를 했다.

전 국회의원이자 부산장총 초대회장이었던 정화원 명예회장은 장애인의 울분과 한이 ‘새가 되어 오리라’는 시가 된 것 같다며 조창용 이사장의 취임을 축하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쪽(장애인)에 할일도 많은데 조창용 회장을 저쪽(시인)에 뺏긴 것 같다고 해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병수 부산시장, 유재중 국회의원, 조정희 부산여성소비자연합 상임대표, 부산문인협회 김검수 회장, 황보승희, 박재본, 김남희 부산시의원, 그리고 장애인단체 관계자와 부산시인협회 역대 회장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끝으로 설현숙 시인이 조창용 이사장의 시 ‘새가 되어 오리라’와 ‘물처럼 살다가’ 두 편을 낭송했다. 이어서 건배 제의와 케이크 커팅이, 그리고 참석자들의 기념촬영이 끝나고 만찬이 이어졌다.

‘새가 되어 오리라’를 낭송하는 설현숙 시인. ⓒ이복남

‘새가 되어 오리라

-조창용-

한평생 마음 가는 데로 가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마음으로만

살다가 떠나가겠지

떠날 땐

흐르는 물처럼

바람에 떠가는 구름처럼

그렇게 떠나고 싶다

이 세상 떠났다가

천년이 흐른 후에라도

다시 온다면

그 때는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새가 되어 오리라’

이사장 취임을 축하하는 건배 제의. ⓒ이복남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