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런던장애인올림픽 남자 -100Kg 유도에서 정상을 차지한 최광근 선수. ⓒ에이블뉴스DB

빳빳이 세운 옷깃, 정갈하게 당겨 입은 도복, 단정하게 매듭진 허리띠, 마지막으로 탁탁 옷깃을 쳐내는 소리까지. 유도 시합에 앞서 우리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고 있다.

유도는 상대와의 기 싸움, 순간적 판단에 의한 기술로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려 매트로 매다 꼽거나 넘어뜨리는 유도는 온 몸의 근육을 모두 쉼 없이 사용해야 하는 역동적 운동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효자종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도국가대표 최광근(28세, 양평군청) 선수는 2014인천장애인AG에서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의 금빛 함성 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창시절 최광근은 본인의 미래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그리고 있었다. 그에게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한 유도를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꿈을 향해 한 발짝씩 가까워져 갔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체전을 앞두고 진행한 훈련 중 상대선수의 손가락에 찔려 왼쪽 눈을 잃었다.

이 사고는 그에게 더 큰 불행으로 다가왔다. 어려서부터 진단 받은 초고도 난시가 악화돼 오른쪽 눈 시력마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곧 대입을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에게 이 사고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과 상실감을 안겼다.

장애인이 된 후에도 그는 대학 입학을 위해 유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어려서부터 해 온 유도밖에 인생의 길이 없다고 믿었기에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교정시력이 잡히지 않는, 희미한 오른쪽 눈에만 의지한 채 경기해야 했지만, ‘가능해!’, ‘난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훈련을 이어나갔다.

유도 한 길만을 고집했던 그에게 결국 영광의 순간이 찾아왔다. 지난 2012년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 그는 아직도 그 순간을 회상하면 “온 몸에 땀이 나고, 머리가 쭈뼛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부상도 있었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꿈의 무대인 올림픽이 눈앞이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과는 금메달이었죠. 그 순간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네요.”

훈련장에서 그는 강심장으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그는 시합에 대한 징크스를 묻는 질문에 “어떤 운동경기도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징크스라는 것이 심리적인 요인인데, 내 안에 내가 새겨놓은 약점에 질 수는 없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어린 시절에는 경기하는 도복 색깔에 따라 징크스가 있었지만, 운동선수로서 그런 마음가짐조차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결국 그는 긴장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익혔고, 훈련과 경기에 대한 집중, 끊이지 않는 연습을 통해 징크스를 털어내었다고 했다.

그런 그의 열심은 지금까지의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그는 2010년부터 장애인 유도선수로 활약하면서 거의 모든 경기에서 패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9월 충격의 첫 패배가 있었다. 단 한번이었을 뿐인데, 주변에서는 우려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장애인AG을 통해 그 염려를 훌훌 털어버리고자 한다. 특기는 허리 후리기로, 상대의 목 뒷깃을 잡고 몸을 기울여 한방에 상대의 무게중심을 흐트러뜨리는 것이다.

최광근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혼신의 힘을 다해 훈련하고, 다시 한번 정상에 우뚝 서고자 꿈꾼다. 그의 건재함을 다시금 세상에 공표할 수 있는 이번 대회가 되길 최 선수는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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