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태완 박사가 '압박형 샷 정확도 훈련장비'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세계 최정상급 동계장애인스포츠 선수들이 참가, 메달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2018평창동계패럴림픽’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우리나라 휠체어컬링 국가대표들도 메달 획득을 목표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나라 휠체어컬링은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역대 첫 단체종목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동계 장애인체육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하지만 2014년 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 8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에서 설욕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런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을 뒤에서 지원하는 팀이 있다. 바로 한국스포츠개발원 현장밀착스포츠과학팀이다. 이들은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영상분석, 근전도 측정, 첨단장비를 제공 등 과학화지원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돕고 있다.

지난해부터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의 과학화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스포츠개발원 김태완 박사(44)를 만났다.

"대우받는 느낌이 든다는 말에 제가 뿌듯하더라고요"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임에도 제대로 된 과학화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한국스포츠개발원 현장밀착스포츠과학팀의 지원이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이 처음으로 받은 과학화 지원이었다.

선수들에 대한 과학화 지원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이뤄졌다. 김태완 박사는 영상분석 및 근전도 측정팀(6-7명)의 총괄자격으로 지난해 7월과 12월 각각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를 만나 근전도 측정 및 영상분석 등 과학화 지원을 했다.

근전도 측정은 근육의 상태를 알기 위해 근육의 전기적 활성상태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선수가 측정 장비를 착용한 후 스틱을 이용해 스톤을 굴리면 본인이 어떤 근육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어 휠체어 컬링 외에도 많은 종목에서 이용되고 있다.

과학화 지원은 휠체어컬링팀 국가대표 감독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선수들이 투구(스틱을 이용해 스톤을 밀어 넣는 행위)를 하면서 어떤 근육을 사용하는지 알고 싶다며 한국스포츠개발원에 지원을 문의한 것이다.

"문서를 타이핑할 때 쓰는 근육이 있습니다. 타이핑에 써야할 근육을 안쓰면 불필요한 근육을 쓰게 되고 비효율적이게 됩니다. 컬링도 마찬가지 입니다. 투구를 하면서 손을 쭉 뻗어야 하는데 (불필요하게)마지막 동작에서 손을 꺾거나 회전을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걸 바로 잡아주는 거죠."

김 박사의 팀은 근전도 측정뿐만 아니라 영상분석도 함께 지원했다. 영상분석은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녹화한 후 장단점을 분석하는 경기력 향상의 필수요소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지도자와 선수 10명 중 8명이 영상분석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국민체육진흥공단)했을 만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상분석은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 선수들 개인별로 진행됐다. 국가대표 선수 각 개인의 경기별 첫번째 투구부터 마지막 투구까지의 영상을 편집했고 투구의 성공률이나, 투구 동작에서 발생하는 보완점을 분석해 제공했다.

이런 지원에 대해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들 입장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한국스포츠개발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니 대우받는 느낌이 들었고 자부심도 생겼다고.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팀에 대한 과학화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김태완 박사. ⓒ에이블뉴스

"장비 개발했는데, 선수들 사용 많이 못해 아쉬어요"

한국스포츠개발원은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으로부터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장비개발을 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이에 김 박사는 장비개발에 착수했고 '압박형 샷 정확도 훈련장비'를 자체개발하게 이르렀다.

김 박사는 캐나다 컬링 국가대표팀이 기문형태의 장비를 이용해 훈련하는 것을 보고 압박형 샷 정확도 훈련장비 제작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더 나아가 기문에 속도감지 센서를 부착해 선수가 투구를 한 공이 기문을 통과할 때 속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휠체어컬링은 비장애인컬링과 다르게 스위핑을 하는 선수가 없어 정확한 힘과 속도로 투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투구 시 스톤이 마지막 호그라인까지 10-14초로 지나가면 서클 하우스(표적판)에 정확히 멈출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여기에 스톤이 장비를 정확히 통과하는지 쉽게 볼 수 있도록 레이저 포인터를 달았고, 수집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선수와 지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무선통신 장비도 탑재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와의 연동기능을 탑재해 선수가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한 채 투구를 하면 스톤의 속도, 스톤의 위치, 스톤과 서클하우스 간의 남은 거리 등을 실시간으로 피드백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 장비를 몇 번 사용하지 못했다. 장비제작이 11월에 끝났고 평창패럴림픽 대회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장비를 통한 훈련보다 전술훈련을 하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압박형 샷 정확도 훈련장비가 11월에 만들어졌습니다.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 장비를 이용해 훈련하지 못해 아쉬워요. 장비를 조금 더 빨리 만들었으면 선수들이 많이 사용했을 텐데 말이죠."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의 과학화 지원을 한 당사자 입장에서 본 메달가능성은 어떨까. 김 박사의 답은 메달 획득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 휠체어컬링 선수들은 4강안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휠체어컬링 4강은 풀리그로 진행되는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고생한 노력으로 금메달을 꼭 땄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