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장애인사격 선수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기사와 무관). ⓒ에이블뉴스DB

‘2018년 청주IPC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지지부진한 국비 이관으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1일 2018청주IPC세계사격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이하 청주IPC사격조직위) 등에 따르면 대회는 전 세계 53개국 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장애인사격의 축제다.

지난 2014년 대한장애인사격연맹(이하 연맹)이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했고, 이듬해 4월 IPC가 유치심사 끝에 청주로 개최지를 확정 하면서 대회 개최가 급물살을 탔다.

내년 10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주시 각각 9억원, 참가비 12억원, 후원 7억원을 포함해 총 37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대회 준비는 조직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이해당사자들이 대회 운영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인 탓에 청주IPC사격조직위가 대회 개최가 확정된 지 1년 8개월 만에 꾸려진 것이다.

대회 개최가 진척을 보이지 않자 IPC는 지난 6월 청주IPC사격조직위에 대회 개최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IPC는 데드라인(IPC가 생각하는 허용치)을 넘었고 대회를 축소시키거나 개최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대회 공동주관단체인 대한장애인사격연맹이 국비를 청주IPC사격조직위에 이관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연맹은 대한장애인체육회로부터 교부받은 국비 9억원 중 2억원을 올해 청주IPC사격조직위에 이관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립총회를 통해 제정된 청주IPC사격조직위 정관이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관의 부칙에는 ‘이 정관은 위원총회에서 의결하고 문체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다음 효력을 발휘한다’고 돼 있다. 연맹은 정관이 문체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았음으로 정관자체가 무효고 단체에도 국비를 이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다보니 시비 4억원만 교부가 된 상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청주IPC사격조직위는 사무실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 직원에게 급여도 주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에 걸친 급여 미지급으로 일을 그만두는 직원이 나타났고 사무국의 기능은 마비됐다.

청주IPC사격조직위는 직원들의 급여를 국비와 시비에서 각각 집행하고 있다. 시비를 통해 받는 직원에게만 급여를 줄 수 없다고 판단한 조직위는 형평성 논란을 잠식하기 위해 아예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운영비 역시 국비를 통해 예산이 집행되는데, 국비가 이관되지 않다보니 공과금이 몇 달 째 채납돼 있다.

그러나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회 개최에 차질이 생긴 청주시는 문체부에 중재요청을 했지만 “잘 협조해서 원만히 합의를 봐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청주IPC사격조직위 관계자는 “문체부 장관의 정관 허가 여부를 두고 연맹이 국비를 이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질의를 했다. 문체부는 장관의 허가사항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개최 진행이 지지부진하면 문체부가 개입해 교통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연맹은 발기인대회를 다시하고 조직위원들은 새로 구성하는 안을 제시했다. 조직위원을 기존 40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이중 절반을 연맹 시도지부장으로 하는 내용이다. 보통 국제대회가 열리면 연맹과 시는 업무를 이원화하는데 본인들이 주도권을 가지려는게 보인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청주IPC사격조직위 관계자는 “대회가 무산되면 국가신임도가 떨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정부로 돌아간다. 선수들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MQS(기준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이해당사자들은 대회성공 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연맹 관계자는 “부칙을 보면 장관의 허가를 받으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고 있지만,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더군다나 조직위는 신고를 할 때 허가대상을 충북도지사로 바꿨고 심지어 도지사에게 허가조차 받지 않았다”면서 “허가를 받지 않은 곳에 돈을 집행할 수는 없다. 출발점이 틀렸기 때문에 발기인총회부터 원점에서 다시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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