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꽃이 핀다. 개나리 진달래 백목련 그리고 벚꽃이 핀다. 꽃피는 이 봄에 멀리 광주에서 파크골프대회가 열렸다. 어쩌다보니 필자도 선수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만 해도 비소식이 있었다. 일주일 내내 봄비가 오락가락했고 광주로 가기 전날까지 비가 내렸다. 이슬비 정도는 감수할 수가 있지만 폭우가 쏟아지면 파크골프는 할 수가 없다.

염주파크골프장에 핀 동백꽃. ⓒ이복남

경기는 4월 8일인데 4월 6일 밤부터 비가 그쳤다. 4월 7일 비개인 삼락공원의 아침공기는 상쾌했다. 부산에서는 16명이 승용차 4대로 출발하면서 섬진강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광주로 가는 남해고속도로변은 연분홍 벚꽃이 만발했다.

이번 대회는 명칭이 ‘제‧호‧영’인데 제주, 호남, 영남의 9개 시도가 참여한다고 했다. 광주 염주파크골프장(이하 염주구장)은 서구에 있는 염주동이라는데 염주가 무슨 말일까, 일반적으로 염주라고 하면 불교에서 목이나 손목에 거는 보리수 등으로 만든 구슬 같은 것인데 설마 그 염주는 아니겠지.

우리 일행은 섬진강 휴게소에서 만나 차 한 잔을 하고 다시 출발해서 염주파크골프장에서 만났다. 광주는 생고기가 유명한 동네라면서 점심은 생고기 비빔밥으로 먹었다. 이번 광주대회에 염주구장이 좁아서 개인전은 없고 4인 1조의 단체전만 한다고 했다. 대회는 8일인 내일이므로 7일 오후는 구장을 익히는 연습이지만 부산의 김정포 회장은 내일 출전하는 조원들끼리 연습을 하라고 했다.

송림사이에 조성 된 염주파크골프장. ⓒ이복남

주최 측인 광주장애인파크골프협회(이하 광주협회)에서는 외부에서 손님들이 많이 왔으므로 광주 사람들은 구장 출입을 삼가 해 달라고 했다. 파크골프장은 지역마다 나름의 특색으로 조금씩 다르다. 필자는 염주구장은 처음인데 염주구장은 곳곳마다 소나무가 울창하고 여기저기 꽃들도 많았고 OB선은 넓게 쳐져 있었으나 구장은 울퉁불퉁 많이 낯설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쉽지 않은 것 같고, 사람들은 많았으나 밀리고 밀려서 그래도 4번을 돌았다.

봄의 전령사는 개나리 진달래 등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벚꽃이 봄의 전령사가 되는 것 같은데 고속도로변도 온통 벚꽃 천지였다. 염주구장에는 각 홀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무성했고,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철을 잘 모르는 것인지 진달래도 피고 벚꽃도 피고, 오른쪽 담장에는 빨간 동백꽃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리 일행은 내일을 위해 일찌감치 숙소인 도곡온천으로 향했다. 도고온천은 충북 아산이고, 도곡온천은 광주가 아니라 전남 화순이다. 염주구장에서 도곡온천은 30여분 거리에 있었는데 금요일 오후의 도심거리는 혼잡했다. 혼잡한 거리를 겨우 벗어나 도곡온천골로 접어들자 부근에 운주사와 고인돌 공원이 있다는 안내판을 보았으나 이번 여행에서는 생략해야 될 것 같았다.

봄꽃이 만발한 염주파크골프장. ⓒ이복남

도곡온천은 알카리성 라듐온천이라던데 아무튼 온천수로 목욕을 하고 아침 일찍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는 8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이번 대회에는 제주, 광주, 전남, 전북, 경북, 경남, 대구, 울산, 부산 등 9개 시도에서 180여명의 선수들과 심판(기록원)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경기시작 전 오늘의 경기위원장인 광주협회 유기재 회장이 로컬룰을 설명했다. 파크골프의 규칙은 대회를 치르는 구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 대회에 적용되는 로컬룰을 잘 숙지해야 된다. 이번 대회에서 특이한 로컬룰은 OB가 되었을 때 OB선에서 20cm 정도에 심판(기록원)이 공을 놓아 줄 거라고 했다. 일반적인 OB는 2클럽 정도에 공을 놓는다. 그리고 잔디나 모래 등이 젖어 있으므로 공을 닦아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소나무 뒤에 있는 공을 옮기면 1벌타이고 맨홀이나 B코스를 칠 때 A코스 홀컵에 빠지면 무벌타로 꺼내도 된다고 했다.

경기는 4인 1조가 3개조 또는 2개조씩 모두 13개조인데 1조부터 출발했다. 1조 출발에는 아침 이슬도 마르기 전이라 선수들은 조심조심 공을 치는 것 같았다. 오전에 A코스를 2번 돌고, 오후에 B코스 1번을 돌아서 각 시도마다 3개 팀의 합계로 순위를 정한다고 했다. 염주구장은 9홀이므로 B코스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A코스는 빨간 홀핀(깃발)이고, B코스는 A코스 보다 10~20m 뒤에 파란 홀핀(깃발)을 꽂았다. B코스는 나무 사이에 홀핀(깃발)이 있어서 A코스보다 난이도가 높은 것 같았다.

1조부터 출발. ⓒ이복남

오전 11시 경에 오전 경기가 끝나고 개회식이 있었다. 개회식에는 대한장애인골프협회 김순정 회장을 비롯하여 광주장애인체육회 이명자 부회장, 문상필 시의원, 광주장애인총연합회 이인춘 회장 등이 참석하여 우정과 화합의 파크골프대회를 축하했다. 사회자는 9개 시도에서 참석한 협회장을 소개 하면서 “제일 비싸고 아름다운 구장에서 공을 친다”고 했다. 염주구장은 도심 한가운데 가장 땅값이 비싼 동네라는 것이다. 개회식이 끝나고 염주구장은 서구라는데 김성환 동구청장이 왔다. 개회식에는 못 왔지만 동구에도 파크골프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어서 모두가 기다리는 점심시간이었다. 먼저 떡과 바나나, 가오리무침과 막걸리가 나왔다. 그리고 점심도시락이 나왔는데 도시락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으나 행사에서 도시락이 나오면 안 먹는 반찬이 많아서 그대로 버리는 쓰레기가 많다. 일회용 도시락그릇에다 남은 밥, 국, 반찬까지 봉사자 등이 치우는 쓰레기가 산더미였다. 그래도 봉사자들은 선수들이 불편하지 않게 부지런히 컵이나 빈 캔 등 쓰레기를 잘 치워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지만, 파크골프 선수들이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침을 뱉는 행위는 삼갔으면 좋겠다.

참석내빈. ⓒ이복남

오후에는 B코스를 1번 만 하기 때문에 경기는 일찍 끝났다. 단체전이 모두 끝나고 주최 측에서 집계를 하는 동안 광주만의 특별한 복불복(福不福)게임을 했다. 복불복게임이란 개인전으로 참가자들이 1만원씩을 내고 우승자들에게 그 돈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으므로 복불복(福不福)게임을 하는 동안 유기재 광주 회장과 몇 말씀을 나누었다. 2008년에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광주에서 열렸는데 그 때 파크골프가 전시종목이라 염주구장을 설치하게 되었으며, 염주구장은 광주장애인체육회에서 위탁운영을 하게 되어 광주협회가 맡고 있는데 유료구장이란다. 입장료가 장애인은 1회 2천원이고 비장애인은 3천원이었다.

염주구장은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에어건(먼지떨이) 4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오른쪽으로 남녀 화장실이 각각 있었는데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은 없는 것 같았다. 장애인 전용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도심 한가운데 파크골프장이 있어서 광주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부산에는 아직 우리가 운영하는 파크골프장은 없다.

대한장애인골프협회는 2004년 파크골프 동호회에서 출발하였는데 2007년 ~2008년은 전시종목이었고 2009년부터 시범종목으로 격상되었다가 2010년부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전시종목이란 이런 종목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전시회 같은 것인데, 전시종목으로 알려지면 시범종목으로 격상되어 정식종목이 될 수도 있다. 야구나 태권도도 예전에는 올림픽에서도 시범종목이었다. 그리고 전시종목이나 시범종목은 메달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단체1위 부산 선수들. ⓒ이복남

그런데 염주동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유기재 회장도 그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 본 결과 염주동은 법정동이나 행정동도 아니면서도 염주동으로 불리던 염주마을이었다. 현재 염주파크골프장의 주소는 풍암동이다. 그런데 필자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불교에서 유래한 염주동(念珠洞)이란다. 짚봉산(129m) 북녘 옴팍지(盆地)에 자리 잡은 염주골은 동네모습이 염주를 닮은 데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출처가 광주광역시청이라고 나와 있는데 광주광역시청 홈페이지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광주시청에 전화로 문의를 해서 얻은 결과, 예전에는 홈페이지에 염주동 유래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개편하면서 자료관으로 옮겨져서 현재는 홈페이지에서는 볼 수가 없다고 했다.

김순정 회장하고도 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김순정 회장도 파크골프 회원이라고 하셨는데 경기에는 출전을 못하더라도 복불복게임 등 개인전에는 한 번 참여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 김순정 회장은 물론 꼴찌를 면치 못하겠지만,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남의 차로 오느라고 미처 체육복을 준비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동안 단체전 점수가 집계되었다. 그런데 부산이 1등이란다. 사실은 광주가 1등이지만 광주는 자기고장이라 2등급을 강등하겠다며 양보를 자처했단다. 그래서 1위는 부산, 2위는 전남, 3위가 광주다. 1위에게는 6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5만 원씩을 내려서 9위에게도 2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부산이 1등을 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광주의 양보로 얻은 것이라서 광주 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제·호·영 파크골프대회 참석자들. ⓒ이복남

그리고 개인전 복불복게임은 60명이 신청을 했고 심판(기록원)에게 1만원씩을 주고, 1등 27타 이광호 씨가 10만원을 받았다. 2등과 3등은 28타 동타인데 한 사람이 양보를 해서 2등은 8만원 3등은 7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 4월 8일이라 8등은 김재필 씨가 30타로 5만원을 받았고 그 다음에는 18등, 28등, 38등에게도 각각 5만원씩이 주어졌다.

이번 광주대회는 ‘제3회 제‧호‧영 광주빛고을 파크골프대회’인데 제1회는 목포에서 영남, 호남대회를 개최했고, 제2회 부산대회에서 개최했다. 그러자 제주가 섭섭하다고 해서 제3회 즉 광주대회부터는 제주까지 참여해서 제‧호‧영대회가 되었는데 제4회는 대구에서 개최예정이란다.

다음 대구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모두 모두 안녕히…….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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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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