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지막을 장식할 ‘장애인체육활성화를 위한 2016 전국장애인파크골프대회’가 12월 22일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골프(golf)란 필드골프로 산세가 수려하고 자연 경관이 좋은 20~30만평 정도의 광활한 잔디밭에서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파크골프는 필드골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데 9홀의 경우 3천평 정도인데 필드골프의 30분의 1이다. 보통 9홀의 경우 10,000㎡ 정도라고 한다.

물바다가 된 파크골프장. ⓒ이복남

부산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에 있는 다이나믹 파크골프장은 A, B, C, D 등 9홀 짜리가 4개다. 이번에 치루는 전국장애인파크골프대회는 A, B, C, D 등 4개 홀을 한 번씩 도는 것으로 총 36홀을 돌고 총점으로 순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골프에는 오비(OB)라는 것이 있는데 일종의 에러(error)다. 오비(OB)는 아웃 오브 바운드(out of bounds)로 플레이가 허용되지 않는 지역, 즉 장외(場外)를 말하는 것인데 볼이 OB에 들어가면 2점의 페널티(penalty, 벌타)가 적용된다.

경기 때마다 경기에서 적용 할 경기규칙을 공지하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OB선 바깥쪽에 공이 걸쳐 있으면 오비로 처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온다고 했지만 이미 예정된 행사라 연기할 수도 없으니 수중전이라도 치를 수밖에. 21일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서는 21일 오후부터 22일 오전까지 부산지역의 강수량은 50~100mm정도라고 했다.

김정포 회장이 용단을 내리고. ⓒ이복남

이번 대회에서 필자는 선수가 아니라 심판(기록인)으로 참여를 했다. 밤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 보았는데 밤 새 비가 내렸다. 비가 와도 경기는 한다니까 비가 오는 가운데 삼락동 파크골프 경기장에 도착했다.

아침 8시, 요즘은 겨울이라 테이블만 놓고 천막은 잘 안치는데, 김정포 회장은 언제 왔는지 이미 천막도 다 쳐져 있었다. 빗줄기는 가늘어져 천막 위로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파크골프장은 그야말로 물바다였다.

이번 대회에는 강원도와 충북을 제외한 서울, 경기, 인천, 충남, 대전, 전북, 전남, 광주, 경북 대구, 경남, 울산, 제주 그리고 부산 등 14개 시도에서 참석했다. 다른 시도에서는 3~5명의 정예선수들만 참석을 했고 경남이 20여명이 참석하여 선수는 200여명이고 임원진 및 심판(기록인) 80여명 등 280여명이 참석했다.

막간을 이용해 노래실력을 뽐내고. ⓒ이복남

강원도와 충북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신청을 했는데 인천이나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는 어제 밤에 와서 잤다고 하고 제주도에서는 아침 비행기로 올 거라고 했다. 선수들이 하나 둘 와서는 물바다가 된 골프장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수중전이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날씨가 따뜻한 게 어딥니까?” 부산 사람들은 타지역 사람들을 위로했다. 얼마 전 양평대회에 갔다 온 사람들이 전하기를 눈이 오는 곳에서는 파크골프를 치기가 어렵다고 했다. 눈이 내리면 공이 굴러가면서 눈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9시가 되어도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렸다. 어느 정도 선수들이 모이자 김정포 회장은 임원진과 의논을 했고 용단을 내렸다. “오늘 경기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이 좀 적은 곳으로 홀 컵은 옮기겠습니다. 대신 OB를 없애고, A, B, C, D 등 36홀 예정이었지만 A, B 18홀만 할 예정인데 이의 없으십니까?” 모두가 좋다고 했다.

찌푸린 하늘에는 비행기가 떠가고. ⓒ이복남

강신기 부회장 등 임원진들이 물이 적은 곳으로 홀컵을 옮겼다. 몇 개 홀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홀컵을 옮겨야 했다. 낙동강관리본부에서도 직원들이 나와서 물이 많이 곳은 도랑을 파서 물이 흐르도록 해 주었다. 양수기로 물을 퍼냈으면 싶었는데 파크골프장 같이 물이 얕게 깔려 있으면 양수기 사용이 어렵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본부석에 커피와 누룽지로 숭늉을 끓였는데 비가 오다보니 뜨거운 커피와 숭늉을 많이 찾았다. 음향을 담당하시는 분이 홀컵을 옮기는 작업을 하는 동안 막간을 이용해서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인천에서 온 양순섭 씨가 ‘천년을 빌려 준다면’, ‘추억의 소야곡’ 등을 불렀고, 부산의 제오종 씨가 ‘보약 같은 친구’, ‘정하나 준 것이’ 등을 불렀다. 두 사람 다 노래를 잘 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차례를 기다리는 선수들. ⓒ이복남

이창호 경기위원장이 심판(기록인)에게 오늘의 경기규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오비가 없는 대신 공이 나무 사이로 들어가서 못 치게 되면 1점을 받고 공을 옮길 수가 있고, 물에 들어가면 벌타 없이 옮겨도 됩니다. 단 선수들은 공에 손을 대면 안 되고 반드시 여러분들(심판(기록인)이 옮겨 주어야 됩니다.

10시 쯤 하늘은 잔뜩 찌푸렸으나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나무사이로 들어 간 공은 별로 없었지만 물이 문제였다. 심판(기록인)이 물웅덩이에 빠진 공은 당연히 무벌타로 꺼내 주는데 물이 자작한 곳에서도 공을 꺼내 달라고 해서 시비가 붙기도 했다. “전부 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꺼내라면 어쩝니까?” 다른 선수들이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OB가 없다보니 선수들이 맘껏 공을 치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수중전 같은 경기를 하는데도 3명이나 홀인원을 했다. 파크골프에서 홀인원이란 한 번에 공이 홀컵에 들어가는 것이다. 대한장애인골프협회 김순정 회장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영광의 수상자들. ⓒ이복남

18홀을 하다 보니 같은 점수가 많아서 예정대로 B코스 9번 홀에서 서든데스를 했다. 최종 점수는 선수출전을 못한(?) 김재필 선수가 컴퓨터로 집계를 했다.

고영관 경북회장의 사회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시상에 앞서 김순정 회장은 모두 수고 했다면서 몸과 마음이 힐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정포 부산회장은 인사말에서 어제 밤만 해도 앞이 깜깜했는데 여러분의 노력으로 무사히 대회를 치를 수 있게 되어 감드린다고 했다.

제일 먼저 그동안 부산장애인골프협회를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 부부클럽 정복만 회장에게 감사패가 주어졌고, 강신기 부회장에게 감사 선물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홀인원을 한 정운철, 조명수, 최영대 선수에게 파크골프 공을 하나씩 전달했다. 시상은

1위만 상패가 주어지고 2위 3위는 상금만 전달했다.

A그룹 남자 1위는 최병익(인천 53타), 2위 박재현(대구 55타), 3위 박성원(충남 56타), A그룹 여자 1위는 황현희(경기 64타), 2위 박정혜(대구 64타), 이은아(울산 66타).

B그룹 남자 1위는 진봉환(대구 54타), 2위 최만석(경기 54타), 3위 이동용(대구 54타), B그룹 여자 1위는 박추임(전남 57타), 2위 김선옥(경남 57타), 임환영(광주 59타).

돌아가는 선수들. ⓒ이복남

C그룹 남자 1위는 김광천(부부 54타), 2위 서인호(대전 54타), 3위 서상춘(에이스 55타), D그룹 여자 1위는 김영자(에이스 54타), 2위 안옥렬(대구 54타), 최정희(대구 55타).

멀리서 와서 수상을 못해서 약간은 서운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2016년을 보내는 좋은 추억이었다며 모두 다 즐거워했다. 부산까지 온 기념으로 참가 선수들에게는 기장미역과 다시마가 한 박스 씩 주어졌다. 가시는 길 모두 무사히 가시고 2017년에 다시 만납시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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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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