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차게 부는 지난 12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유도 경기 일정이 13일부터 시작되는 탓에 각국의 선수들은 체육관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매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많은 선수 중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왜소한 체구에 빠른 움직임을 보여 감탄을 자아낸 주인공은 바로 우루과이의 앙리 헤수스 보르헤스(32)였다.

시각장애인 남자유도 ?60kg에 출전하는 우루과이 대표 보르헤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보르헤스는 “조국을 대표하여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언제나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이번 대회에는 2016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이하 패럴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9살 때 도복을 처음 입은 그는 “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취미 삼아 유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벌써 23년이 흘렀다”며 감회에 젖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총 9종목(육상, 체스, 축구, 골볼, 유도, 역도, 쇼다운, 수영, 텐핀 볼링)이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우루과이 선수는 보르헤스 단 1명뿐이다.

동료들이 없어 외로워할 만한데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홀로 출전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다. 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일이 아니고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두렵거나 외롭지는 않다. 경기를 즐기겠다.” 오히려 의연함을 보였다.

‘나홀로 출전’ 보르헤스는 세계 대회 경험이 풍부하다. 2007년 제3회 상파울로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또 2004년(그리스 아테네)과 2008년(중국 베이징) 패럴림픽에 출전한 경험도 있다.

그만큼 그의 유도 기술은 농익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다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32세인 보르헤스는 노장 축에 속한다. 그는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몸 상태가 예전보다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은 무조건 출전할 생각이고, 몸이 허락한다면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또 “은퇴 이후에는 우루과이에서 학생들에게 유도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해 뼛속까지 유도인임을 증명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때 처음 아시아 국가를 방문했다는 보르헤스는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도착한 후 처음 이틀 동안은 탁한 공기 때문에 호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괜찮고 음식 또한 훌륭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통역을 대동한 인터뷰가 처음이라고 한 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줬다.

보르헤스가 출전하는 유도 남자 –60kg급 경기는 13일 오전 10시부터 32강전이 열리며 오후 4시 30분에 결승전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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