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체스종목 1라운드에서 한국대표팀 정성윤 선수가 베네수엘라의 에드가 선수와 대국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11일 오후 3시 10분 이룸센터.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체스 첫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한민국, 러시아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24명의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됐지만 섣부르게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표정에는 첫 수를 어디에 둬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선수들은 각자 저마다의 다음 수를 생각하면서 폰(장기 말로 치면 졸)을 전진배치 시키고 있었다.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서인호, 이창숙, 정성윤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운동경기는 초반, 중반, 후반으로 나뉜다. 체스의 경우에는 기물(체스의 말)들을 움직이는 것을 초반, 기물들을 다 이동시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을 중반, 기물들이 2~3개 정도 남은 상황을 후반으로 본다.

경기를 시작한지 10여분. 다른 선수들의 대국이 한창인 반면 서인호의 대국은 멈춰 있었다. 대국 상대인 베네수엘라의 빅터가 건강상의 문제로 대국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빅터는 1800대 레이팅(국제대회에서 선수의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을 가진 선수로 아마추어 중에서도 A급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체스종목 심판진은 논의 끝에 빅터의 불참을 승인했고, 서인호는 부전승으로 승점 1점을 챙겼다. 어째 됐던 우리나라 국제대회 첫 참가, 첫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둔 거다.

11일 열린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체스종목 1라운드에서 러시아의 카시모프 선수가 경기에 집중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대국이 시작된 지 한 시간여가 흐르자 경기는 중반에 접어들었다. 이창숙과 정성윤의 기물들은 각자 전투를 위한 자리에 배치가 된 상태였다.

정성윤은 상대인 베네수엘라의 에드가와 서로의 폰 2개와 비숍 1개를 잡은 상황으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창숙과 루마니아의 알렉산드로의 경기 양상도 마찬가지였다.

먹고 먹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정성윤의 대국은 후반을 치닫고 있었다. 팽팽한 접전 속에 서로가 잡은 기물들은 쌓여갔고 기물들을 이동시키는 속도도 초반에 비해 곱절은 빨라졌다.

반면 이창숙의 대국은 중반 상황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창숙이 잡은 상대의 기물은 폰과 나이트뿐이었고, 상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창숙의 특수계시계에 10여분 남짓의 시간이, 반면 상대는 넉넉한 40여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경기를 시작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났을 무렵, 대국이 끝나 자리를 뜨는 선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대와 말이 안통하고 볼 수는 없지만 체스로 하나가 된 선수들은 승패에 관계없이 서로에게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이창숙의 경기도 끝났다. 알렉산드로를 상대로 고군분투 했지만 주어진 시간을 다 써버려 패했다.

정성윤 역시 에드가를 상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집중력을 후반까지 살려내지 못해 34수만에 체크메이트를 당해 패하게 됐다.

정성윤은 “에드가 선수와 중반까지 팽팽하게 경기를 이끌어 갔지만 후반에 가서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실수를 한 부분들이 있다”면서 “내일 있을 경기에서는 최대한 실수를 줄여 승점 1점을 꼭 획득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인호 선수도 “부전승을 통해 승점 1점을 획득한 것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남은 경기들을 잘 치러서 처음에 목표한 2~3승을 채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 체스 경기는 하루에 1라운드씩 총 7라운드로 진행된다. 승, 무, 패에 각각 1점, 0.5점, 0점의 승점이 부여된다. 7라운드까지 진행한 후 획득한 승점에 따라 상위 3명이 금, 은, 동메달을 거머쥐게 된다.

한국대표팀 이창숙 선수가 대국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에이블뉴스

카자흐스탄의 아림카노프 선수가 시각장애인용 체스판에 말을 꼽고 있다. ⓒ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 체스 국가대표팀 서인호 선수, 이창숙 선수, 이상훈 감독, 정성윤 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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