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역도국가대표팀 ‘에이스’ 안동수(30세, 강원도장애인체육회) 선수는 태어날 때부터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미숙아였기 때문인데, 인큐베이터에서 나올 무렵부터 눈에 초점이 없었다고 한다. 선천성 백내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잔병치레도 많았고, 앞이 보이지 않아 고등학교 때까지 업혀서 학교를 다녔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시각장애를 안고서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단념했다. 대신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거나, 동네 뒷산에 오르는 식으로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보디빌딩을 만난 건 고1 때였다. 헬스클럽에서 바벨을 들며 근육이 나오고 몸이 커지는 게 느껴지는 것이 재밌었단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다. 잔병치레도 없어졌고, 날로 몸이 탄탄해졌다. 강원도민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땄고, 전국체전에도 출전했다. 2004년 미스터 강원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학도 보디빌딩 특기생으로 진학했다.

역도는 스물 세 살이던 2008년, 춘천에 있는 시각장애특수학교인 명진학교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몸을 키우기 위해 바벨을 들었던 보디빌딩과 달리 들어 올리는 중량이 중요한 역도가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지만, 점차 한계를 극복해가는 성취감이 있었다.

이미 보디빌딩으로 다져진 몸, 역도 실력 역시 일취월장했다. 2013년 광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스쿼트 금메달, 데드리프트 동메달, 종합 은메달 등 3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국가대표 선발전도 월등한 기량으로 통과했다.

시각장애인 선수에게 높기만 한 현실의 ‘벽’

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 안동수가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첫 태극마크를 달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생계유지가 항상 숙제였다. 대학도 졸업했고, 나이는 차는데 마냥 운동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후에는 경로당에서, 밤에는 안마시술소에서 안마사로 일했다. 새벽까지 일한 뒤 쪽잠을 자고 오전에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하고, 다시 경로당과 안마시술소로 이어지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운동은 해야 되는데, (먹고 살려면)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이 힘들죠. 나이도 이제 어느덧 서른이고, 언제까지 부모님께 의지하겠어요. 게다가 장가라도 가려면 먹고 사는 정도를 넘어 어느 정도 돈을 모을 수 있어야죠. 아침에 운동하고, 오후에 경로당, 또 밤에는 안마시술소….

새벽까지 일을 하고 다음날 아침 운동할 생각하면 정말 힘들 때가 많아요. 그래도 결국 ‘운동은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마음은 결국 저 자신에 대한 책임감인 것 같아요. 보통 헬스클럽에서 정해진 루틴대로 운동을 하는데, 오늘 할 운동을 다음으로 미루다 보면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피곤하지만 하는 거죠. 막상 또 하고 나면 개운하고…. 그래도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길 바라죠. 실업팀이나 (세계 대회 입상 시) 연금 혜택이라던가, 그런 게 있으면 큰 동기부여가 되죠.”

첫 태극마크, 준비된 이변 기대하라

안동수는 역도대표에서 유일한 메달 후보다. 준비기간은 짧았지만 내심 이변을 노리고 있는 대표팀 박근영 감독은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를 앞두고 체중감량을 지시했다.

기록상 원래 체급보다 한 체급 낮춰 출전하면(75kg→67.5kg) 더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해보는 체중감량이 너무 힘들어 처음에는 괜히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2주간의 합숙훈련을 마친 현재 컨디션은 정상궤도에 올랐다. 벤치프레스의 경우, 지난 대회 같은 체급(67.5kg급) 3위를 차지한 이란 선수의 기록(120kg)에 거의 근접했다.

“운동을 하다 보면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죠. 저 같은 경우는 계절이 바뀔 때 슬럼프가 와요. 사실 2주 전까지만 해도 많이 힘들었어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려 하니 아니나 다를까 또 슬럼프가 온 것 같은데, 체중감량까지 하려니까 기운이 안 나더라고요. 저 자신한테 짜증도 많이 났어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몸은 안 따라주고…. 그래도 최대한 머릿속을 비우고 감독님, 코치님 지시대로 따라가다 보니 결국 나아지더군요. 옆에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주신 게 큰 힘이 됐죠.”

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 안동수. 안경을 벗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고 말하는 서른 살 멋쟁이 청년이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지난 4일 대표 자체 최종평가 기록회까지 무사히 마친 안동수는 8일 대회가 열리는 서울로 이동, 결전의 장소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역도경기장에서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안동수 뿐만 아니라 문광식, 김근철, 이경균, 이진우 등 5명의 대표선수 모두 고된 합숙훈련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냈기에 이제는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일만 남았다.

“물론 우승하면 좋겠지만, 너무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일단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될 것도 안 되잖아요. 그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편하게 마음먹고 연습한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끝으로 안동수는 이번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부모님을 비롯해 항상 물심양면 저를 도와주시는 춘천시각장애인협회, 생활시설 ‘참사랑의집’ 선생님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대회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 어떤 종목보다 정직한 결과를 보상한다는 역도. 그간 쳇바퀴에 올라탄 듯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도 하루하루 정직하게 운동에 임해 온 안동수. ‘솔직히 많이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늘 해냈던 그가 오는 12일 첫 세계대회에서 힘차게 비상하길 기대한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역도종목 경기일정(5월 10일~17일)

-11일(월) 여자 체급별 결선

-12일(화) 남자 56kg급~82.5kg급 결선

(67.5kg급 문광식 안동수, 75kg급 김근철 출전)

-13일(수) 남자 90kg급~125kg이상급 결선

(90kg급 이경균, 110kg급 이진우 출전)

※이상 11시~,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역도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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