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the champion~’ 노래가 흘러나오자 일본 효고현 다지마돔의 모든 선수들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승패와 상관없이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하나가 된 것.

1일부터 2일까지 개최된 제3회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에 참가한 125명의 선수단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뤘다. 모두가 하나 됐던 대회, 그 속에는 즐거움과 볼거리는 물론, 보이지 않는 따뜻한 배려가 가득했다.

한쪽 팔이 없는 일본 선수의 타격 모습.ⓒ에이블뉴스

■때로는 박수를, 뜨거운 경쟁을=이번 대회는 총 다섯 나라의 선수들이 참여했다. 개최국인 일본을 비롯해 일본, 한국, 대만, 푸에르토리코까지.

각기 다른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때로는 박수를, 때로는 뜨거운 경쟁을 펼치며 ‘장애인야구’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날려버렸다.

그중 관객들과 취재진들의 집중을 받은 그는 일본의 가와모토 선수. 앳된 고등학생인 가와모토는 섬유질 암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절단했지만, 목발을 짚고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특히 그는 “너는 한쪽다리가 없을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으로 아무런 장애에 대한 편견을 느끼지 못했다고. 가와모토 선수는 웰컴파티에도 목발을 짚고나와 스포츠 댄스를 따라추는 등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기도 했다.

또한 푸에로토리코에서는 대회 참가 유일한 여성 선수인 모니카가 각 나라 남 선수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특히 그녀는 웰컴파티에서 ‘섹시’한 배꼽티 의상을 선보여, 선수들의 뜨거운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인기스타로 떠오르기도.

이외에도 마운드에서 앉아서 경기를 치룬 대만 투수 선수, 빠른 공을 선보여 선수들을 긴장시킨 미국의 투수, 메이저리그 출신의 미국 코치들은 대회 내내 사람들의 관심에 올랐다.

폐회식에서 밝은 모습 한국선수팀.ⓒ에이블뉴스

■전 경기 패배 한국, “최선을 다 했다”=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전 패. 4경기 풀게임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꼴찌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최선을 다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누구보다 대회를 즐기면서도 대한민국 대표 장애인야구팀에 대한 자부심도 놓치지 않았다.

김도완 선수(41세, 지체6급)는 “작년 재팬컵에 참가해 준우승을 해서 자신감 있게 왔는데 상대팀의 실력이 너무 뛰어났다. 가장 강했던 것은 미국 투수”였다며 “앞으로 선수 육성, 경기장과 기업 후원 등의 과제가 남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규열 감독(47세, 지체6급)은 “너무 잘했다. 이렇게 잘해줄줄 몰랐는데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에 임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이번 경기를 교훈 삼아 다음번 대회에는 반드시 달라져서 올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 장애인 야구의 문제점은 분명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만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한 없이 얇은 고령의 선수층, 기업 후원 전무, 홍보 부족 등 끝도 없다.

백승완 선수단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상대팀이 너무나 강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일단 정식구장도 없이 리틀 구장에서 연습을 하는 한국선수들이 다른 나라를 이긴다는 것은 너무나 힘들지 않냐”며 “기업 후원도 필요하고, 선수들 스스로도 장애인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마음가짐부터 갖춰서 4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팀의 경기를 지켜본 일본신체장애인야구연맹 히로시 이와사키 이사장도 한국 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 일본신체장애인야구연맹은 25년 전 만들어져 현재는 33구단, 900여명의 선수가 가입돼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이와사키 이사장은 “처음에는 일본도 '왜 장애인들이 야구를 하느냐'의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매스컴 등을 통해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 팀도 최소 5팀 이상의 선수들이 생긴다면 언젠가는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무엇보다 기업의 지원이 중요하다.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수들이 스스로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왼) 대회기간동안 한국팀의 스케줄 관리와 안내를 맡은 테츠야씨(오)선수들의 마사지를 맡은 쇼우야씨.ⓒ에이블뉴스

■화려한 대회 속 조력자들의 ‘따뜻함’=한편, 이번 대회를 위해서 열심히 발로 뛰어준 숨은 조력자들도 많았다. 플래시를 받는 선수들 속 묵묵히 자신들 각자의 일을 해내며 장애인 선수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선보였다.

먼저 한국대표팀의 스케줄 관리부터 안내를 전반적으로 도와준 마츠모토 테츠야씨(37). 그는 다지마돔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평소 돔을 방문하는 일반 관객들을 도왔지만 세계 장애인들을 만나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테츠야씨는 “한국인들은 이번 대회를 처음 접해봤다. 만나보니 아무래도 가까운 나라다보니 친밀감이 많이 든다”며 “선수들이 시간을 정확히 지켜줘서 감사했고,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없어 너무 고마웠다. 아내에게도 메시지를 통해 자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은 분홍색 옷을 맞춰 입고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다지마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10년째 돔에서 열리는 경기에 나와 봉사하고 있다.

야스유치 오카후지 회장은 “세계대회는 처음인데 선수들이 커피를 맛있다고 해줘서 덩달아 기쁘고 즐겁다. 커피 뿐 아니라 쓰레기 봉사도 함께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사랑하는 다지마돔을 위해 무료봉사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돔구장 지하 1층에는 대회를 준비 중이거나 마친 선수들의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 자원봉사를 나선 8명의 청년들이 있다. 오카타 쇼우야(27세)씨는 병원에서 재활치료사로 일하며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쇼우야씨는 “평상시 일본인들만 접하다가 몸집이 큰 서양선수를 마사지 해보니 또 나름대로 신선했다”며 “한국선수들은 예의가 바르고 조금만 해줘도 감사함을 표현 많이 해주더라. 앞으로 계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일본 학생들.ⓒ에이블뉴스

짝짝 짝짝짝 “대한민국!” 익숙한 응원소리는 놀랍게도 일본인 어린 학생들이었다. 태극기를 흔들던 20살의 기타 유키코씨부터, 케이팝과 한국을 좋아한다던 일본의 꿈나무 선수까지. 그들의 응원은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는데 큰 몫을 했다.

토요오카 종합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구루카와 넨, 기타무라 사토시 군은 “평소에 한국을 좋아해서 응원도 즐겁다. 평소에도 카라를 좋아해서 한국을 응원하는 게 재밌다”며 “한국 팀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회 기간 동안 한국 팀을 에스코트하며 통역을 해준 봉사자야 말로 진정한 조력자가 아닐까. 한국 팀의 통역을 맡은 김규리씨(22세)는 유학 도중 봉사활동센터에 권유를 받으며 인연을 맺게 됐다.

규리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장애인야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생각보다 통역이 어렵고 규모가 커서 대회 내내 놀라웠다”며 “인상적인 면은 일본의 지원에 비해 한국의 지원이 부족하더라. 할 수 있는 건 통역뿐이지만 앞으로 또 기회가 생긴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일간 '열정과 감동',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은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 이제는 또 4년 뒤를 기약한 채 선수들은 서로를 응원했다.

유일한 외신기자로 대회에 참여했던 시간 동안 느낀 점은 한국에 돌아가면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야구를 알리자”란 각오였다.

이제 진정한 장애인야구의 시작이라고 본다. 4년에는 많은 대중들의 호응과 관심 아래 우리 선수들이 힘낼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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