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들의 축제, 평창에서 열리는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가 카운트다운을 앞두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은 전 세계 지적발달 장애인들의 운동능력과 사회적응력 등을 향상시켜 생산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하는데 기여하고자 마련된 국제스포츠대회로, 오는 29일부터 2월5일까지 8일간 강원도 평창 및 강릉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알파인 스킹, 스노보딩 등 7개 정식종목(55개 세부종목)과 플로어볼 1개 시범종목에 179명의 선수들이 ‘대한민국’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대회 개막을 앞둔 지금도 대회 참가 최연소 김대현(11세) 선수와 최고령 김재영(51세) 선수는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같은 듯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본다.

11세 김대현, 비장애 선수들과의 대결을 꿈꾼다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스노보드 종목에 출전하는 최연소 국가대표 김대현 선수가 눈살을 가르며 스노보드를 타고있다. ⓒ에이블뉴스

만 11세, 엄마에게 한창 투정부려야 할 나이에 하얀 눈바람을 일으키며 빠른 속도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김대현 선수(지적장애 3급, 스케이터 소속)는 이번 스페셜올림픽의 최연소 출전 선수로, 누나·형들 사이에서 이쁨을 독차지하고 있다. 2011년 제3회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 롤러스케이트대회에서 금메달 2연패를 달성하며 ‘떠오르는 스케이터’로 집중조명 받았다.

이후 ‘2012 대전전국생활체육대축전’의 충북 대표로 ‘인라인스케이팅’ 종목에 출전해 꼴찌의 고베를 마시기도 했다. 장애가 있는 선수가 비장애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승패를 가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결코 꼴찌를 했다고 실망하지도 않았다. 김 선수에게 이 과정은 비장애 선수들과의 승부에서 ‘제 실력’으로 당당히 이기고 싶은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대현 선수가 스노보드를 타고 들어온 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금새 카메라를 응시한다. ⓒ에이블뉴스

다소 소박하지만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인라인스케이트와 스노보드까지 배우며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이번 대회에는 스노보드 종목에 출전해 자신의 나이보다 많은 형, 누나들과 제 실력을 겨루게 된다.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3년간 실력을 갈고 닦아 온 김 선수는 스노보드 회전 중급, 대회전 중급, 슈퍼 대회전 중급에 참가한다.

김 선수를 담당하고 있는 이 원 코치는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에서 지원받은 보드가 원래 연습하고 있는 보드의 길이가 비슷해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드의 길이에 따라 선수의 성적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기 때문.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둔 김 선수의 포부도 남다르다. ‘힘들게 준비 해 온 만큼 경기에 최선을 다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네!” 하고 우렁차게 답했다. 목소리를 통해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어리지만, 상당한 실력을 갖춘 김대현 선수의 활약을 기대한다.

51세 김재영, 운동은 내 인생의 일부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플로어하키 종목에 출전하는 '하비'팀의 김재영 선수. (좌측 첫 번째) 훈련을 마친 뒤 숙소에 들어온 김 선수는 연습에 한창이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비롯한 강원도지적장애인농구대회의 농구 종목에 출전해 꾸준히 입상한 경력이 있는 김재영 선수(51세, 지적장애 3급,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는 이번 스페셜올림픽 플로어하키 종목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다.

플로어하키 종목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에 일원인 김재영 선수는 일전의 지적장애인 농구선수로 활동해왔지만, 형의 만류로 농구를 포기해야만 했다. 본업인 농사일을 제치고 농구 연습만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었던 것.

부인과 사별 한 뒤 운동만이 본인 삶의 낙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운동을 놓은지도 1년이 흘렀다. 이후 딸의 권유로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의 늘해랑보호작업장에 다니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1년간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의 ‘반비’ 플로어하키팀의 수비 포지션의 역할로, 성실히 대회 준비를 해왔다.

대회 준비 및 참가를 위해 손원우 감독(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체육교사)은 발로 뛰며 플로어하키 경기를 위한 장비를 구하러 다녔다. ‘플로어하키’의 장비 자체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고가라 구입 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제대로 연습조차 할 수 없었다. 다행히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를 통해 장비 지원을 받았고, 연습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곳도 생기면서 대회 출전준비에 박차를 기했다.

연습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김재영 선수. ⓒ에이블뉴스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의 반비 플로어하키팀은 연습벌레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1년도 안 된 장비 마저도 망가져 교체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회 출전을 하게 되어 섭섭하기만 하다.

장비 교체 걱정 안하고 선수들이 운동에만 매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을까? 이에 대해 손원우 감독도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손 감독은 “주변에서 플로어하키를 배우고 싶어하는 지적장애인을 많이 봐왔지만, 하키 스틱이나 보호 장비가 고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꺼려한다. 특히나 강원도가 수도권보다 열악해 장애인재활스포츠센터 조차도 없어 운동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지적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도록 기반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재영 선수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키하는 것이 재밌고, 농구하는 것이 좋아서 했다. 하루에 9시간씩 연습해 온 만큼 대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다”면서 “(나이로 인해) 체력이 많이 힘들지만 앞으로 하키도 농구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현·김재영 선수가 ‘최연소’, ‘최고령’ 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스페셜올림픽의 슬로건처럼 ‘경쟁’이 아닌 ‘함께하는 도전’이 되길 기원한다.

[댓글열전] 세계적 축제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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