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2010 밴쿠버 동계 장애인올림픽 은메달 획득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례로 오래 기억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열악한 환경에도 세계 최고수준의 플레이로 북유럽과 북아메리카의 강호들을 연파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갑작스러운 도입 = 한국에 휠체어컬링이 도입된 것은 7년 전에 2003년 말.

강원 장애인스포츠 후원회가 2002년 12월 2010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지 실사에서 발표할 패럴림픽 계획을 준비하다가 휠체어컬링을 보급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다가 2003년 4월 강원도청에서 기술과 장비를 지원하면서 2003년 8월 국내에 첫 휠체어컬링 클럽이 창단됐다.

휠체어컬링은 국제컬링연맹(WCF)이 `장애인 프로젝트'로 주관하기에 2006년까지 대한컬링연맹의 한 분과로 행정과 경기진행을 지원받았다.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출범하면서 2007년에는 휠체어컬링과 관련한 업무를 모두 넘겨받았다.

◇얼떨결에 모였지만 일취월장 = 한국 특유의 손기술과 정신력이 잘 접목되는 종목인 듯 한국 휠체어컬링은 세계무대에서 일취월장했다.

현재 대표팀을 이루고 있는 김우택 감독과 김학성, 조양현, 김명진은 첫 창단팀인 원주 드림에서 초대 멤버로 활동했고 강미숙과 박길우는 각각 2005년과 2008년 합류했다.

처음에는 팀이 급조되면서 갑자기 선발된 탓에 모두 문외한이었다. 감독조차 치과의사가 생업으로 컬링 선수 경력이 전혀 없었다.

2004년 처음 출전한 세계대회인 스위스 세계선수권대회는 고난이었다.

입상권에 들기는커녕 여행경비가 부족해 다른 여러 나라를 돌아 현지에 들어가면서 선수단의 무거운 짐을 모두 책임지던 감독과 임원이 허리를 다쳤다. 임원은 대회 후에 허리 수술도 받았다.

2006년 토리노 패럴림픽을 앞두고는 세계 8위에 올랐으나 9위였던 주최국 이탈리아가 자동 출전하면서 8강이 겨루는 올림픽 출전(현재 10개국 참가)이 아프게 좌절됐다.

한국은 그간 세계선수권에서 6∼9에 머물렀으나 2008년 스위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강국들을 연파했고 세계최강 캐나다와도 결코 밀리지 않는 대결을 벌여 2008년보다 더 값진 메달을 따냈다.

결승전에서 격돌한 캐나다의 주장 짐 암스트롱(60)의 컬링 경력이 52년이고 캐나다에는 인구 3천명 꼴로 컬링장이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열악한 환경 극복 = 급성장한 경기력이지만 훈련 여건이 변한 것은 거의 없었다. 국내에 5개 컬링장이 있지만 전용 컬링장은 태릉선수촌과 경북 의성 등 두 군데밖에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도 전용 컬링장은 앞두고 빌릴 수 없었다. 실전 훈련이 불가능하고 자세 훈련만 할 수 있는 비전용 경기장조차도 다른 종목의 일정에 치여 임차시간이 빠듯했다.

장애인체육회는 올림픽을 앞둔 대표팀을 위해 경기 이천에 있는 장애인종합훈련원 수영장에 특설 컬링장을 마련했다.

2008년 볼쇼이 아이스발레단이 방한했을 때 링크를 책임졌던 업체에 6천여만원을 주고 50m 8레인짜리 수영장 바닥에 냉각장치를 설치하고 별도 정빙작업으로 빙질을 확보했다.

대표팀은 현지 빙질을 파악해 경기 컨디션을 최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지난달 21일 본진보다 일찍 밴쿠버에 들어와 마무리 훈련을 치렀다.

◇"여건만 되면 세계최강" = 주장 김학성은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한국 휠체어컬링은 세계 최강"이라는 말을 대회 전부터 떠들고 다녔다.

넘치는 자신감과 세계무대 성적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국가대표들이 원통할 법도 하다.

김우택 감독은 "실전 훈련은 많이 못하지만 이미지트레이닝에는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방에 혼자 있을 때면 큐(돌을 미는 막대)를 잡고 돌을 미는 시늉을 하면서 가상의 경기를 치른다는 얘기다.

선수들의 공통 희망은 훈련장이 생기는 것이다.

김학성은 "알다시피 환경이 열악하지 않느냐"며 "경기장이 마련되면 좋겠고 나아가 우리도 이제는 실업팀이라도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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