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한장애인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희상 위원장이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대한장애인체육회 장향숙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지난 10일부터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점거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체육인권익쟁취위원회. 장 회장 퇴진운동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현재의 상황과 항간에 떠돌고 있는 배후설 등을 유희상 위원장에게 물었다. 유 위원장은 장애인육상연맹 전무이사와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1세대 장애인체육인이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체육인권익쟁취위원회가 왜 지금에 와서 갑자기 퇴진운동을 펼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희상 위원장: 지금에 와서 갑자기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체육회가 만들어질 당시에도 장향숙 회장이 회장으로 오는 것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힘의 논리에 의해 밀려 어쩔 수 없이 수치스러웠지만 굴복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또한 어찌됐던 간에 이 자리에 왔으나 장애인체육회를 잘 이끌어 달라는 당부의 말도 여러 차례에 걸쳐 했다. 이와 함께 장 회장에게 실업팀 활성화, 신인선수 발굴 등 장애인체육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전달했고, 장애인체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길 바랬다. 그러나 3년간 지켜봐도 달라진 것이 없기에 시작된 것이다.

왜, 이제 와서 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지켜봤고 간간히 건의해도 달라진 것이 없기에, 또 이제는 더 이상 정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에, 10개월을 소비해도 달라질 것이 없으니 더 이상 시간을 소비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지금 장 회장이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본인 스스로 결단해 자리를 내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번 일로 명예로운 퇴진에는 흠집이 났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명예롭게 퇴진한다면 박수 쳐 드리고 싶다. 그러나 계속 자리를 고집한다면 의지를 가지고 시작된 이 일로 인해 장 회장은 상처를 남기고 떠나게 될 것이다.

에이블뉴스: 항간에는 이번 일과 관련해 배후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유희상 위원장: 이 얘기를 들으면 은근히 자존심이 상한다. 우리가 조종한다고 끌려 다니는 사람들도 아닌데…. 이전(장애인체육 문광부 이관)에도 끌려서, 또 조종에 의해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이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시작된 일이었다.

이번 일도 하루아침에 시작하자는 말이 나와서 한 일이 아니다. 서서히 진행됐던 일이다. 처음 불만은 말레이시아 대회를 다녀온 뒤부터이다. 대회 후 후속대책이 너무 서글펐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격려차원에서 상응하는 것이 있어야 하나 없었다. 그래도 이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가동하는 시기이고, 또 과도기니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부터 장애인체육회의 관료주의적 방식에 대해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번 베이징장애인올림픽을 다녀온 뒤 불거진 것이다.

당시 베이징올림픽 현장에서 함께 했던 1세대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며 고민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고민해보다 시작된 일이다. 이러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배후설은) 아닌데,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에이블뉴스: 그렇다면 위원회가 지금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차기 회장으로 장애인체육에 대한 전문가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올 때까지 끝까지 저항할 생각인가?

유희상 위원장: 우리의 의견수렴 없이 회장이 온다면, 또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 온다면 다시 저지운동을 할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체육인의 여론에 귀 기울여 주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과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회장을 모시고 안 모시고의 권한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한 것이며 차기 회장이 낙점이 되든 내정이 되든 이제는 의견수렴하는 과정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블뉴스: 차기 장애인체육회장 자리를 놓고 정계 인사를 비롯해 많은 소문들이 있다. 어떤 사람이 오길 바라는가?

유희상 위원장: 우리는 차기 회장으로 장애인체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오길 바란다. 현재 차기회장으로 심재철 의원, 윤석용 의원 얘기를 듣고 있다. 누군가는 이정선 의원의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하고, 현재 장애인체육회 하영택 부회장의 얘기도 있다. 또한 듣지 못해 본 재계 인물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이들이 ‘내가 회장감’이라고 자부하고 있을 수도 있으나 본인이 회장감이라 생각하고 회장으로 오고 싶다면 장애인체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절차를 밟고 싶을 뿐이고 회장이 장애인체육을 위해 제대로 일 하는지 아닌지 견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압력단체로 비춰지는 것이 싫고 그건 아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선수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체육인들이 또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농성을 하는데 의아해 한다. 어찌된 것인가?

유희상 위원장: 세세히 말하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단순 논리적으로 표현한다면 장애인선수위원회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선수위원회는) 이 일에 대해 심도 있게 일할 구성원이 갖춰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위원회에는 이번 일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다. 이번 일에 대해 알리기는 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기에 강압적으로 하자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에이블뉴스: 선수들 중에는 이번 일에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희상 위원장: 우리도 전 선수들의 의견을 물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운동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수렴한 뒤 진행하지는 않지 않느냐. 우리는 필요해서 이 일을 시작했고 이게 알려져 뜻이 맞는다면 동참할 것이고 틀리다면 안할 것이다.

장애인체육을 문광부로 이전할 때도 몇몇이 모여 시작한 것이 여론화가 되고 동조하게 돼서 된 일이었다. 지금의 일도 그 때의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실 점거농성 첫날에도 그렇게 많이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연락도 안했고 대외적으로 소문을 내고 한 것도 아닌데 집행부를 빼고 61명이 모였다. 아마 대대적으로 하고자 전국을 다니며 설명한다면 대다수가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각자의 생업도 있고 힘들 일이기에 이 상황에서 끝나길 바라지만 필요하다면 뜻 있는 사람들을 동원할 것이다.

에이블뉴스: 마지막으로 점거농성은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유희상 위원장: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가지 할 것이다. 또한 장향숙 회장의 출근저지를 할 것이며 시한을 주고 답변을 요청할 것이다.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더욱 강도 높은 투쟁을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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