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베어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 베어크리크배 제3회 시각장애인 골프대회. 화창한 날씨 속에 열린 이날 대회에는 31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선수들은 전혀 앞을 못 보는 전맹(B1) 회원들과 약시(B2, B3) 회원들이 대부분이었고, 지체장애인 3명도 있었다. 경기는 전맹부와 약시부로 나눠 치러졌다.
시각장애인 골프는 한국시각장애인골프협회의 출범과 함께 지난 2007년부터 공식대회가 열리고 있다. 시각장애인 골프 경기는 일반 골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러진다. 골프장 소속 캐디는 코스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역할을 맡고, 서포터는 공의 위치를 잡아주고 자세를 교정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되면 시각장애인 선수는 골프공을 칠 수가 있으며 서포터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가면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저시력장애인 중 색상을 잘 구분 못하는 선수는 눈에 잘 띄는 노란색 골프공으로 경기를 치른다.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는 각계의 후원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 베어크리크 골프장은 시각장애인들이 경기를 하도록 3년 동안 후원을 하고 있으며 서울 영등포에 있는 김안과병원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경기를 하도록 모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김안과병원 김성주 원장은 “골프는 스포츠 중 유일하게 장애인이라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종목”이라며 “지금은 시각장애인들 실력이 많이 향상돼 일본에서 참석한 한 분이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일본에서 시각장애인들이 골프를 시작한 것이 30년 됐고, 한국은 이제 겨우 3년으로 걸음마를 떼는 단계인데 일본팀하고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가 실력이 향상됐다”며“일본에 가서 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고 전했다.
오세정 한국시각장애인골프협회 상임고문은 "시각장애인들은 도시에서 마음대로 걸을 수 없는데 골프장에서는 몇 백 미터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데 큰 해방감을 느낀다”고 골프의 장점을 설명했다.
오 고문은 “전혀 앞을 못 보는 전맹(B1) 회원들의 평균 타수는 120타 정도이고, 약시(B2, B3) 회원들은 80타까지 나온다. 마음이 너무 앞서 너무 많은 힘을 들여 공을 치곤하는데
마음과 힘의 조절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대회에서 처음으로 골프를 경험한 한 시각장애인 여성은 “새로운 도전에 욕심이 생겨 골프를 하게 됐는데, 직접 경험을 해보니 골프가 너무 재미있다”고 기뻐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