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개막식을 가진 `제4회 장애인영화제`가 새로운 형식의 다양한 시도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갈갈이 삼형제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4회 장애인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선정된 '갈갈이 삼형제'의 맏형 박준형씨는 지난 26일 개막식이 열린 서울 충무로 스카라극장에서 미리 준비한 수화인사로 미니 개그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박씨가 어설프지만 열심히 갈고 닦은 수화실력으로 자신들이 할 개그를 설명한 뒤 이승환, 정종철씨의 코믹한 '느끼 개그'와 '성대모사'가 펼쳐져 장애인영화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자리를 가득 매운 객석은 이내 웃음바다를 이루었고, 환호와 박수갈채로 이들의 공연에 화답했다.

이처럼 '장애인도 적극적인 사회 구성원, 참여적인 문화소비자'임을 표어로 내건 제4회 장애인영화제가 종전의 인권영화제 개념에서 탈피하고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관객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의 신하균, 류승범 등의 영화배우에서 코미디언을 홍보대사로 선정해 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장애인 전문영화제를 표방했다. 또한 지난해와는 달리 영화제를 전문 개봉관에서 실시해 영상, 음향 등 여러 면에서 나아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 제4회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인 `갈갈이 삼형제`(左부터 박준형,이승환,정종철)가 지난 26일 영화제 개막식에서 개그콘서트를 펼쳤다. <에이블뉴스>
영화제에 참석한 김세하(24·청각장애2급)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전문개봉관이 아니었는데 올해에는 전문개봉관에서 관람해 제대로 된 영상과 음향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관람소감을 밝혔다.

특히 장애인의 영화 감상을 돕기 위한 자막삽입과 화면해설 외에도 의자 내 FM 청취 시스템을 장착, 시·청각 장애인들의 영화감상의 질을 높였다.

FM청취시스템은 청각장애인, 난청노인, 시각장애인들이 영화와 동시에 방송되는 음성정보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FM보청기능과 의자에 장착돼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주는 진동체감장치로 구성됐다.

FM청취시스템을 이용, 영화를 관람한 김대빈(23·청각장애 2급·웹디자이너)씨는 "영화관람동안 FM수신보청기를 함께 사용했는데 소리를 증폭해 잘 들려 영화관람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만족해 한 뒤 "진동 체감 장치의 경우 진동은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극장의자와의 구성이 맞지 않은 탓인지 허리와 목이 아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밖에 소리 없이 영화보기, 화면 끄고 영화듣기, 목발 이용 걷기, 안대하고 객석까지 이동하기 등의 '비장애인 장애체험 이벤트관'을 운영해 장애인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4회 장애인영화제 사무국 박명희 사업1팀장은 이와 관련 "이전까지는 관람극장의 규모가 200석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관람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아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두 개 극장 850석 규모로 늘어나 더 많은 혜택을 드릴 수 있게 됐다"며 "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진행해서 그런지 이전보다 지체장애인 관객이 더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영화제에 참석한 청각장애인들이 보청기능과 진동체감장치로 구성된 FM복합보청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반면 관객들은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는 제4회 장애인영화제에 대해 직장인을 고려하지 않은 상영시간, 편의시설 미흡 등의 아쉬움의 지적도 나타났다.

김대빈씨는 "작년의 영화제와는 달리 전문극장에서 상영해 영상 등 여러모로 좋아졌지만 간혹 자막이 타이밍을 놓쳐 조금 짜증났다"며 "영화상영시간이 마지막상영시간의 경우 오후 6시여서 평일에는 직장인들은 관람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직장인 퇴근시간을 고려해 상영시간을 변경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태원(25·청각장애3급)씨는 "상영극장의 입구공간이 휠체어가 드나들기엔 매우 비좁고 계단이 있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불편했다"며 "앞으로 여러 장애인들이 영화를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이 더욱 발전하고 확장돼 이러한 행사가 더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제4회 장애인 영화제'는 서울 충무로 스카라 극장과 매직시네마에서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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