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게이츠.

결혼 전에는 좋아하는 팝송이나 가요가 있으면 주말내내 이어폰을 끼고 밤새도록 들을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아이 둘을 키우면서, 더구나 승혁이를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야 하는 생활이 되어버린 이후 제때 유행하는 노래를 찾아 듣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인터넷의 발달은 일 년에 콘서트나 극장을 거의 한차례도 못가는 '문맹인'인 나에게 대중문화에 접해볼 기회를 선물한다. 어느날 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앨범홍보를 위한 뮤직비디오 무료감상 이벤트가 있어 클릭한 후 들어가봤더니 낯선 이름의 가수와 앨범이 네티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Gareth Gates - 2003년 3월 영국에서 발매

가레스 게이츠라니, 80년대 중반 중고교 시절을 보낸 내게는 듀란듀란, 마이클 잭슨, 보이 죠지 등의 누구나 다 알만한 팝스타가수들의 이름만 기억될 뿐 그 이후의 팝송의 흐름에 대해서는 알리도 없고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었던 터라 가레스 게이츠란 듣도 보도 못한 낯설기만 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음악듣기가 '공짜'라기에 일단 한번 듣고보자라는 아줌마의식이 발동되어 서슴없이 음악듣기를 클릭했다.

내가 들은 그의 음악은 "Anyone Of Us"였다. 그런데 뮤직비디오 화면 가득 펼쳐지는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럽고 아름다왔다. 차츰 처음 듣는 그의 노래에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 가수에 관한 소개를 읽는 동안 내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한때 말더듬이라는 언어장애를 겪고 지금도 겪고 있는 장애를 가진 가수였다.

1984년 7월 14일생으로 영국의 브래드포드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가레스 게이츠는 어릴 적 심한 말더듬에 수줍어하는 성격으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소년이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초등학교 뮤지컬 발표회에서 작은 대사와 노래뿐인 단역을 맡게되는데 뜻밖에도 선생님 앞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준다.

심한 말더듬이 있는 가레스 게이츠에게 그렇게 훌륭한 노래가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선생님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가레스 게이츠도 자신에게 그러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선생님이 곧 가레스를 뮤지컬의 주연으로 바꿔주고 가레스는 뮤지컬을 본 어머니와 모든 사람들을 감격시킬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완벽히 노래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숨겨진 재능을 새롭게 알게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오직 노래뿐이라고 생각한 가레스는 이후 여덟살때부터 마을성당의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 드럼 등 악기등을 하나씩 익혀나간다. 1997년 열두 살때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 곳 성당을 방문했을 때 여왕 앞에서 독창을 선보이기도 하는 그는 노래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으로 드디어 열여덟살의 나이로 영국 iTV의 인기 프로그램이자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일종의 TV오디션 프로그램인 에 출연한다.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나와 최종우승자가 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에서 게이츠는 심사위원 앞에서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데 5분이나 걸렸지만 빼어난 노래실력으로 많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그와 윌영이라는 후보자와 최종 경쟁을 벌인 끝에 2등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2등이라는 단순한 우승결과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말더듬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어린 나이지만 10년 동안을 매진한 피나는 노력끝의 성취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 승리자를 뽑기 위한 ARS 투표에 참가한 850만명 외에 가레스가 노래하는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은 말더듬의 장애를 이겨내고 완벽하게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냈다.

그 결과였는지 가레스 게이츠는 라이처스 브라더스(Righteous Brothers)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첫싱글 앨범발매와 함께 UK 차트 1위로 데뷔해 영국 음악 사상 최연소 1위 데뷔 가수로 큰 성공을 거둔다. 2주간 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싱글 120만장 판매를 기록하고 두번째 싱글 또한 UK 차트 1위로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싱글 60만장의 판매를 세우는 등 연속 히트를 기록한다.

바로 지난해 발매된 싱글 또한 UK 차트 5위에 올랐지만 이 앨범에 수록된 "What My Heart Wants to say"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말하고 있는 가사내용처럼 어쩌면 그동안 세상사람들에게 말로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던 아픔과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애절한 곡이다.

"Anyone Of Us" 가 다 끝나고도 여러번 그 음악을 계속해서 들었다.

삐죽삐죽 세워진 번개머리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18세의 소년(우리나이로는 20세)인 가레스 게이츠의 사진만 보고는 처음엔 그냥 시대가 바뀌면 늘 나오는 하는 발랄한 하이틴 가수쯤으로 생각했는데 노래와 함께 그의 성장스토리를 읽고 나니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난 달 자신의 앨범 홍보차 한국에 방문했었던 가레스 게이츠가 <수요예술무대>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절대로 립싱크등은 허용치않는, 그래서 실력있는 가수들만 출연하는 그 프로그램에서 가레스 게이츠도 멋진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히트곡 중 3곡만 부르고는 MC들과의 대화도 전혀없이 그냥 무대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내게는 더없이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요즘은 노래실력보다도 어쩌면 재담이나 춤 등으로 노래외적인 '잡기'로 인정받을 수도 있는 가수들에 비해 노래 하나로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더 가수다운 모습이었다.

185cm의 훤칠한 키에 보조개까지 있어 귀여운 소년의 미소를 간직한 수려한 외모 또한 그의 인기를 이만큼이나마 올려놓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꿈을 위해 말더듬이라는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가수로서 꿈을 이뤄낸, 노력파 가수 가레스 게이츠에 대해 신이 내려주신 '보너스'같은 선물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승혁이와의 전쟁같은 '기싸움'에 온 몸에 힘이 쭉 빠질 정도로 무기력해질 때면 가레스 게이츠의 노래를 듣곤 한다. 청량제와도 같은 시원하고 상쾌한 그의 음악이 가라앉은 마음을 띄워주기도 하지만 그의 노래를 통해 얻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레스 게이츠처럼 장애가 있고 재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목표한 만큼의 성공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자신의 꿈을 위해 쉬지않고 노력해 나간다면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승리자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왠지 우울하고 살 맛 나지 않는다면 가레스 게이츠의 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가레스 게이츠의 공식 홈페이지 www.gareth-gatesonline.com,국내에서는 mv.daum.net/new에서 그의 음악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