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 ⓒ극단 학전

지난 25일부터 서울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은 독일 그립스 극장의 ’스트롱거 댄 슈퍼맨‘(Stronger than Superman)을 극단 학전이 우리식 이야기로 번안·연출한 작품이다.

이 어린이 뮤지컬은 휠체어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초등학생 동규와 가족 그리고 동규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장애가 차별적인 요소가 아니라 서로간의 차이와 다양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극은 원작의 배경인 유럽과 우리나라의 환경이 많이 달라 우리나라에 맞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작업을 거쳐 무대에 올려졌다. 극단 학전은 “유럽의 경우 장애문제에 대한 인식과 국가의 지원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우리 공연에서는 엄마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느라 아이들을 돌볼 수 없지만 원작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와 너무도 달라 우리나라에 맞게 바꾸는 데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 공연을 위해 학전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장애아동과 그 가족의 인터뷰를 비롯해 장애인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고민과 노력들 때문이었을까. 이 공연은 지난 해 초연 당시 초등학교 교사들로부터 ‘초등학생이라면 꼭 봤으면 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또한 어린이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꼭 봐야 할 작품이라는 평도 들었다.

이 극이 ‘혹여 장애인에 대한 오해의 시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는 학전은 “그래도 보신 분들이 좋다는 평을 해주세요. 아이를 데리고 극을 보러 왔던 부모님들은 오히려 부끄러웠다는 말들도 하시고요”라고 좋은 반응에 기뻐하고 있다.

어린이뮤지컬이라는 특성과 장애를 소재로 한 뮤지컬인 이 공연은 초연 당시 50~60%의 객석점유율을 보였다. ‘어린이뮤지컬이 쉽지는 않다’는 학전은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이기에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학전은 현재 공연의 일부 좌석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이러한 학전의 바람은 이 극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

김민기 대표 “용기내길 잘했어요”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 ⓒ극단 학전

공연수익을 창출해야 할 극단에서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극들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소재로 한 어린이 뮤지컬이란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궁금함에 대해 학전의 김민기 대표는 “당연한 것”이라고 너무도 간단하게 답했다.

“어린이에게는 어려서부터 세상이 다양하게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애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바빠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슈퍼맨처럼’은 비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라 말한 김 대표는 “현재 한국의 교육은 국제중 등 엘리트 교육을 추고하고 있지만 사회는 절대 그런 것으로만 이뤄질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들도 당연한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말하고 싶었구요”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쉽지 않은 어린이 극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어려움이 많죠. 우리나라는 어린이 혼자 극을 보러 올 환경도 안 돼 있고…. 그래서 일부러 더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이가 들면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이 더 잘 만들테니 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대부분 관심을 안가지려 하지만 나는 하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내 나이가 이제는 이런 일을 해야 할 나이기도 하고요”라고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해나가는 것처럼 말했다.

조심스럽게 시작한 ‘슈퍼맨처럼’. 장애인이 보는 장애인이 그리고 비장애인이 보는 장애인이 왜곡되거나 오해로 전달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다는 김 대표는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넘어간 것 같아요. 용기 낸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또 용기내서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라며 숨겨뒀던 미소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어른들이 봐야 할 공연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요 라며 공연에 대한 반응을 전해주자 김 대표는 “다행이네요. 지난 공연 때 공연을 보러왔던 어머니들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 아이의 장애도 다뤄 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장애유형이 다 다른데… 그러면 몇 편을 만들어야 하는거지”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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