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 눈에 콩깍지’는 극본 나승현, 연출 고영탁의 저녁 일일드라마다. 인터넷에 나온 줄거리 요약은 ‘30년 전통 곰탕집에 불량 며느리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할 말은 하는 당찬 싱글맘 영이의 두 번째 사랑, 그리고 바람 잘 날 없는 사연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남자 주인공 장경준(백성현 분)과 여자 주인공 이영이(배누리 분)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영이는 의사인 김도진과 결혼했다. 시댁에서는 이영이를 반대했지만, 김도진이 고집을 부려 이영이와 결혼했으나 김도진은 5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날 딸 김미리내(윤채나 분)가 태어났다. 이영이의 남편 기일이 딸 생일이다.

내 눈에 콩깍지. ⓒKBS

시댁에서는 처음부터 이영이가 탐탁지 않았는데 아들마저 죽자 더 눈엣가시였다. 할머니 소복희(정혜선 분)는 곰탕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나마 이영이를 가여워했다. 시아버지 김창일(박철호 분)은 인테리어 가게를 하다가 큰아들 김도진이 죽자 할머니 곰탕집에서 일을 거들고 어머니 오은숙(박순천 분)은 아들 죽은 가슴앓이로 아무 일도 못 하고 며느리 이영이만 구박하고 있다.

이영이는 강은진(김가란)과 김도식(정수한)과 단짝이었는데 이영이가 김도진과 결혼해서 김도식은 시동생이 되었다. 의사인 김도진이 죽자 시어머니 오은숙은 작은아들 김도식에게 의대로 편입하라고 했으나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엉뚱하게 증권 등으로 돈을 날리는 바람에 이영이가 타박하자 시어머니는 멋도 모른 채 시동생에게 그럴 수 있느냐고 이영이만 나무란다. 그리고 시댁에는 시동생과 어금버금한 백수 시누이 김도영(최소은 분)이 있다.

이영이는 T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삼 년째 일하고 있는데 아침에 퇴근하면 식구들 아침밥을 챙기고 오후에는 할머니 곰탕집에서 서빙하고 밤에는 다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나가면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다. 이영이는 그렇게 벌어서 딸의 장래를 위해 돈을 모았고, 피 같은 3천만 원을 시동생 전세금에 보태주었는데 시동생이 날려 먹었다.

장훈 할아버지와 이영이. ⓒKBS

이영이가 야간 알바로 일하는 편의점에 장훈(이호재 분) 할아버지가 빈 병을 주워 와서 판다. 장훈은 이영이를 삐약이라고 부르는데, 장훈이 사실은 TS리테일 창업주다. 장훈은 이영이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TS리테일을 시작했기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고, 이영이의 인간성이 괜찮아 보여 손자가 오면 실습시킬 요량이다.

장훈의 아들 장이재(김승욱 분)의 아내는 아들 장경준(백성현 분)을 낳고 죽었다. 장이재는 차윤희(경숙 분)와 재혼했고 둘째 장세준(정수환 분)을 낳았다. 현재 TS리테일 사장은 장이재고, 차윤희가 부사장, 아들 장세준이 상품기획개발본부장이다. 차윤희 부사장은 장차 TS리테일 둘째 아들 장세준에게 물려 줄 속셈이다.

어렸을 때 장경준은 새엄마 차윤희의 눈칫밥을 먹으며 자랐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경준에게 특별히 눈치를 준 것은 아닐 테고 새엄마 차윤희도 표나게 장경준을 못살게 굴지는 않았을 터지만 장경준은 차윤희의 눈치를 보느라고 점점 말이 없어지고 과묵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경준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었다.

‘내 눈에 콩깍지’라는 드라마가 시작되고 장경준이 5년 전에 개안수술을 한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시각장애인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고 유심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드라마는 30회가 다 되어 가는데 장경준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오고 책상 앞에 놓인 어릴 적 사진을 보며 옛날을 추억하는 것 외에는 시각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바다에 가보자고 약속하는 세준과 경준. ⓒKBS

그 사진은 경준과 세준이 월드컵 무렵인지 월드컵 분장을 하고, 마당 가 벤치에 앉아서 형 경준이 동생 세준에게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물었고 동생 세준이가 바다는 엄청나게 크고 멋있다며 나중에 꼭 같이 가보자고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시각장애인이 된 장경준은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공부했을까. 등장인물 소개에 장경준은 32세라고 나온다. 5년 전에 개안 수술을 했다면 스물일곱 살인데 그때라면 이미 대학도 졸업했을 나이다. 어느 대학 무슨 과를 어떻게 다녔을까?

아무튼 장경준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왔다. 새엄마 차윤희는 TS리테일을 자기가 낳은 둘째 아들 장세준에게 물려 줄 속셈이지만, 장훈 할아버지가 겉으로 말은 안 했어도 장경준이 TS리테일 사장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삼각김밥을 벗길 줄 모르는 장경준. ⓒKBS

그래서 장훈은 손자 장경준을 이영이가 일하는 편의점 야간 알바로 보냈다. 장경준은 이영이에게 가난한 고학생으로 아직 학자금 대출도 다 못 갚았다고 신세타령을 했다. 이영이는 가난한 고학생 장경준을 불쌍하게 여겨 지난 3년간 야간 알바를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그에게 전수해 준다.

그러나 이영이의 꿈은 편의점 야간 알바가 아니라 대기업 정직원이 되는 것이었다. TS리테일에서 사원 모집이 있었다. 장경준도 이영이도 TS리테일에 지원했다. 장경준은 미국 유학까지 갔다 온 재원이니 다른 루트를 통해서 지원했겠지만, 이영이는 편의점 점주의 추천으로 면접을 보았고 장경준과 이영이 둘 다 합격하여 인턴으로 출근했다.

둘 다 식품개발부로 발령받았다. 부사장 차윤희는 장경준의 면접부터 시시콜콜 간섭하더니 왜 식품개발부로 발령을 냈을까? 식품개발부는 TS리테일의 핵심부서이고 장세준이 본부장이다. 물론 가족들 외에는 장경준과 장세준이 형제라는 것을 모르지만.

장경준의 부모와 할아버지. ⓒKBS

그런데 이상한 일이 두 가지나 생겼다. 소복희 여사에게는 김창이(최진호 분)라는 둘째 아들과 며느리 서화경(이아현 분) 그리고 손녀 김해미(최윤라 분)가 있었다. 김해미는 TS리테일의 사원이었는데 미국 연수를 다녀와서 식품개발부의 팀장이 되었다.

이영이가 TS리테일에 입사했을 때 장경준이 아는 사람이었다. 가난한 고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했으므로 이영이가 상종을 안 하겠다고 토라졌지만, 또 한 사람 김해미 팀장이 작은 집 시누이였다. 이영이는 반가워서 아가씨라고 했지만, 김해미가 여기는 회사라고 했다. 작가는 사촌도 몰라보는 현 세태를 꼬집은 걸까.

다른 한 가지는 이영이의 남편은 의사였으나 이영이는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이영이가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고 해도 이제 겨우 27살이고 그의 꿈은 대기업 정직원이었는데 컴맹이었다. 식품개발부의 선배는 이영이가 컴맹이라고 놀리고 조롱했다. 이영이는 컴퓨터를 잘 모르지만 금방 배우겠다고 했다.

최근 일어난 안타까운 이태원 사고로 MZ세대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영이도 흔히 말하는 MZ세대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모바일을 우선으로 사용하고, 생활과 소비를 SNS를 기반으로 한다고 했는데 컴맹이라니,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여자 선배는 이영이에게 조리실을 지키라고 했다. 남자 선배는 이영이가 밤을 새워 엑셀을 배웠다고 하자 엑셀로 자료를 정리하라고 했다. 조리실을 지키라고 했는데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엑셀이나 하세요.

자기는 아니라고 발뺌하는 선배. ⓒKBS

이영이가 엑셀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사장과 부사장은 조리실 시찰을 나왔다가 물벼락을 맞았다. TS리테일에 소방시설은 완벽했는지 조리실에 불이 나기 직전에 스프링클러가 터졌던 것이다.

이영이는 선배가 엑셀을 하라고 해서 조리실을 못 지켰다고 변명했다. 선배가 자기는 그런 적 없고 그 시간 외부에서 미팅이 있었다고 했다. 차윤희 부사장은 이영이를 당장 해고하라고 했다. 장경준이 CCTV를 확인해서 그 시각 선배가 외부 미팅이 아니라 회사 카페에서 노닥거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내 눈에 콩깍지’는 120회 예정인데 아직 30회도 안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잘 모른다.

그동안의 줄거리로 유추해 볼 때, 5년 전 장세준에게 뭔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아마도 뺑소니 교통사고가 아닐까 싶다. 그 뺑소니 교통사고로 이영이의 남편 김도진이 죽었고 김도진의 각막을 장경준이 이식한 것 같다. 친인척 외의 장기이식은 기증자가 누구인지 절대로 밝혀서는 안 된다. 따라서 만약 밝혀진다 해도 공식 루트는 아니고 우회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시각장애인이 앞을 보지 못하면 개안수술만 하면 다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개안수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창'이라고 하는 눈은 시신경이 안구로 전달되고 안구는 검은자위와 흰자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흰자는 공막(sclera), 검은자는 각막(cornea)이라고 한다. 개안수술이란 각막이식인데 시신경이나 안구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개안수술도 안 된다. 각막에 손상이나 혼탁이 있을 때 각막이식을 할 수 있으며 그리고 각막이식은 사후에만 가능하다.

눈의 구조. ⓒ네이버 지식백과

어느 날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이 길을 가다가 울고 있는 젊은이를 만났다.

"이보게, 젊은이 어찌하여 울고 있는가?”

“예, 길을 잃어버려서입니다.”

“다 큰 어른이 길을 잃었다니?”

젊은이는 울음을 멈추고 대답하기를,

"저는 5세 때부터 앞을 볼 수 없어 지팡이에 의지해 살아왔습니다. 그런 세월이 이십 년이나 되었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집에서 나와 예전처럼 더듬거리며 길을 걷는데,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며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아주 잘된 일이 아닌가!"

젊은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처음에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눈을 비비고 꿈인지 생시인지 의심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주 기뻐서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려는데, 도무지 집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골목길은 여러 갈래이고, 대문은 비슷비슷했으니까요. 저는 도저히 집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화담 선생은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게나."

이 이야기는 연암 박지원의 연암집(燕巖集)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한다.

요즘 같으면 개안수술로 눈을 뜰 수도 있겠지만, 박지원이 살던 조선시대에 개안수술이란 용어조차 없던 시절이다. 하기야 그 시절 심청이 아버지 심 봉사도 눈을 떴으니까.

현재 운전면허의 시력 기준이 1종은 좌우 한쪽 눈 시력이 각각 0.5 이상 나와야 하며, 양쪽 눈으로 봤을 때는 0.8 이상이다. 2종의 경우 좌우 한쪽 눈 시력이 각각 0.5 이상 나와야 하며, 한쪽 눈이면 0.6 이상이어야 한다. 한쪽 눈 실명도 2종 운전면허는 취득할 수가 있으므로.

필자가 아는 시각장애인 중에 개안수술을 한 사람이 더러 있다. 그들이 개안수술을 했다고 해서 비시각장애인(정안인:正眼人)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여전히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개안수술을 하기 전보다 시력이 약간 좋아진 것뿐이다.

물론 개안수술로 다시 정안인이 된 사람이라면 시각장애인 등록도 안 했을 터이니 필자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궁금하다.

‘내 눈에 콩깍지’에서 장경준은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5년 전에 개안수술을 했다고 하는데 장경준이 개안수술을 하기 전 그리고 개안수술을 하고 난 직후의 생활은 과연 어떠했을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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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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