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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청춘기록’ 속 시각장애인용 시계

비시각장애인이 더 많이 이용 그야말로 유니버설 디자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0-14 14:19:34
tvN의 월화드라마 ‘청춘기록’(하명희 극본, 안길호 연출)은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성장 기록이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고 어느 시대나 청춘은 있다. ‘청춘기록’은 그런 청춘들 중 어릴 적부터 친구인 사혜준(박보검 분), 원해효(변우석 분), 김진우(권수현 분), 그리고 안정하(박소담 분) 의 이야기다.

청춘기록. ⓒtvN  에이블포토로 보기 청춘기록. ⓒtvN
사혜준은 모델에서 배우로 전업 중인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머리 좋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어릴 때부터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고 공부만 잘하는 형과 그런 형을 사고 도는 아버지 때문에 형과 비교 당하면서 설움을 많이 당했다.

사혜준은 그런 형 때문에 대학도 포기하고 직업전선에서 모델로 활동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만이 사혜준을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모델 개런티를 떼어 먹는 이상한 에이전시를 떠나 배우의 길로 들어섰으나 그것도 예전 에이전시의 방해로 쉽지가 않다.

원해효는 사혜준의 친구이자 배우인데 금수저다. 사혜준은 엄마가 원해효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흙수저 출신으로 고군분투하는데, 그 사이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안정하가 있다. 안정하는 원해효와 사혜준에게 메이크업을 해 주지만 원해효 보다는 사혜준에게 더 관심이 있다.

내가 알려 줄까.  ⓒtvN  에이블포토로 보기 내가 알려 줄까. ⓒtvN
사혜준과 안정하는 캐러멜 팝콘을 들고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관은 텅텅 비어 있었으나 상영시간이 임박했는지 불이 꺼져 있어서 깜깜하다.

사혜준 : “몇 시지? 아직 시작 안하네.”
안정하 : “내가 알려 줄게.”

사혜준은 안정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다. 안정하는 손목에 찬 손목시계를 더듬었다.

안정하 : “6시 55분, 시각장애인 시계야. 촉감을 사용해.”

사혜준은 안정하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사혜준 : “처음 봐.”
안정하 : “시각장애인 시계는 촉감이 달라, 안의 동그라미 이건 분, 바깥의 동그라미 이건 시,
타인의 삶과 공감하는 삶을 살고 싶어. 이건 그런 시도 중의 하나야.”

안정하는 사혜준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사혜준은 어둠 속에서 안정하의 손목에 찬 시계를 더듬으며 시간을 말했다.

안정하의 시계가 PPL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각장애인 시계를 사용하면 타인의 삶과 어떻게 공감한다는 것일까. 시간을 만져보면서 그 순간이나마 시각장애인이 되어 본다는 것일까.

안정하가 만지는 시계는 ‘브래들리 타임피스’라는 시각장애인용 시계다. 그런데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시각장애인 보다는 비시각장애인 즉 정안인(正眼人)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안정하의 브래들리 타임피스. ⓒtvN 에이블포토로 보기 안정하의 브래들리 타임피스. ⓒtvN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만드는 이원(eone) 창업자 김형수 대표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경영 대학원 과정 중에 시각장애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를 통해서 브래들리 피트니스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친구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시계가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디자인도 괜찮은 시계를 원했다는 것이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라는 이름은 브래들리 스나이더(Bradley Snyder)라는 이름에서 따 왔는데 브래들리 스나이더는 2011년 폭탄제거 반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복무 중 폭발사고로 시력을 잃고, 1년 만에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수영종목에서 두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장애를 향한 사회적 불평등이므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그 이름을 사용했고, 시계를 뜻하는 ‘워치(watch)’가 아니라 보지 않아도 누구나 시간을 알 수 있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타임피스(timepiece)’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재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영국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시계 컬렉션에 초대돼 영구 전시품으로 선정되어 있다고 한다.

‘청춘기록’에서 브래들리 시계를 보고나서 몇몇 시각장애인에게 브래들리 시계에 대해서 물었더니 아는 사람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뚜껑 달린 촉각시계.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뚜껑 달린 촉각시계. ⓒ이복남
시각장애인 A 씨는 브래들리 시계를 30여만 원에 구입했는데 사용해 보니 만만치가 않아서 다른 사람에 주고 촉각시계를 구입했다고 했다. 촉각시계는 시계를 볼 때는 뚜껑을 열어서 시침과 분침을 만져 보고 시간을 알게 된다. 이 밖에도 시각장애인용 시계는 스위치를 누르면 음성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음성시계도 있다.

장애인에게는 의지, 의수, 흰지팡이 등 여러 가지 보장구를 건강보험급여(의료급여) 적용대상 품목으로 선정하여 구입비용의 90%를 부담하고 있다. 전동휠체어의 경우 건강보험급여(의료급여)로 2,090,000원을 지원하고 있어서 본인은 구입급액의 나머지 부분만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보장구가 다 지원되는 것은 아니고 건강보험급여(의료급여)로 지원되는 보장구 품목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브래들리 피트니스 시계가 보장구 지원이 되는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로 문의를 했다. 브래들리 피트니스 시계는 보장구 지원품목은 아니었다. 시각장애인 보장구 중에서 흰지팡이, 저시력보조안경, 돋보기, 망원경, 콘택트렌즈 등은 지원이 되지만 지원 금액이 10만원 미만이라 시각장애인이 이용은 잘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단다.

보장구로 지정된 품목을 구입하면 90%를 지원은 하지만, 보장구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고 보장구를 구입하고, 구입했다는 검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그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서 차라리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래들리 피스니스 시계의 경우 건강보험급여(의료급여)로는 지원이 안 되지만 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근로지원으로 지원하고 있어서 장애인 보장구로 지원요청을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최신판 한소네5. ⓒHIMS 에이블포토로 보기 최신판 한소네5. ⓒHIMS
시각장애인에게 시계보다도 절실한 것은 점자정보단말기(한소네)지만 아직도 한소네는 보장구 지원 품목에 들어 있지도 않아서, 취업 장애인은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 받을 수가 있지만, 그 외에는 자비로 구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소네5 최신판은 디자인도 심플하고 무게도 작다. 한소네는 시각 장애인의 정보 접근 인터페이스인 촉각과 음성을 통해 워드 프로세서, 일정관리, 이메일, 계산기, 인터넷, 파일 관리 등 컴퓨터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점자와 음성으로 제공해 준다.

시각 장애인의 학습 및 재활, 정보 접근을 위해 탄생한 차세대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는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으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선호하고 있지만 워낙 고가(500만 원 이상)라서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를 보장구 지원 품목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란다.

지체장애인의 의수·의족,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청각장애인의 보청기 등은 고가이므로 절차가 복잡하더라도 장애인 보장구로 지원을 받지만, 시각장애인의 한소네는 고가이지만, 보장구 지원도 안 되고, 안경 돋보기 등은 가격이 10만원 미만이라 아예 신청도 안 한다고 했다.

아무튼 ‘청춘기록’에 등장한 브래들리 피트니스 시계는 시각장애인용 시계지만 모양이나 디자인이 독특하여 비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성공한 것 같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보편적인 설계로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즉 '범용디자인'이라고 한다. 장애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시설을 말한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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