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혜 시인. ⓒ강지혜

2017년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계간 『문학시선』에서 윤동주문학상을 제정하여 올해 4회를 맞이하였다. 총 2,813편 응모작에서 시 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쥔 강지혜 시인을 만나 보았다.

Q.수상 소감은 소감문에 잘 나타났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코로나19가 나를 문학의 감옥에 가두었다’라는 글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준 것이 문학의 감옥인데 문학의 감옥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코로나19 여파로 3월부터 직장을 쉬게 됐다. 창작을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시인은 정처 없이, 머무는 거처 없이 떠돌며 바람의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다. 난 다시 바람의 집에 갇혔다. 나를 가두어 버린 문학 속에서 죄를 씻는 마음으로 고통의 밤에 머물렀다. 밤을 지새며 다시금 문학을 부여잡았다. 내게 시 쓰는 일은 숙명임을 깨닫게 됐다.

감옥살이일지언정 언제까지고, 아니 영원히 고통스런 영혼의 집에 머물고 싶다.

Q.문학 활동에 7년간 공백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문학을 뒤로하고 잠시 장사판에 뛰어들었다. 시끌벅적 시장통에 나를 내던졌다.옷 장사 3년, 준비기 1년, 식당 3년 그렇게 하루하루 나로선 그야말로 극기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삶의 체험 현장이다. 이 지면에서 자신에게 묻는다.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그 공백기가 정녕 헛된 것이었는지, 세상 구경값을 아주 톡톡히 치루었다.

Q.언제, 어떤 계기로 문학을 시작하였는지.

2009년에 지역 기예경진대회에서 입상을 한 것에 힘입어 투고를 하게 되었는데 한국작가 문예지 신인상 당선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문협 문예대학을 제1기로 수료했다.

Q.문학 장르 가운데 시를 선택한 것은.

모든 문학의 기초는 시이다. 시로 다져진 문장은 흐트러짐이 없다. 다른 장르도 다 아우를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는 언어의 조합이다. 얼마만큼 조합을 잘 해내느냐에 따라 시답 잖은 시가 되기도 하고 걸작으로 빛나기도 한다. 시를 배우며 단꿈을 꾸었던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시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Q.데뷔를 경제신문 신춘문예로 하였는데 그 전에도 도전을 했었는지.

신인으로서 도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끊임없이 도전하여 굵직한 상도 받았다. 차곡차곡 알곡이 차올랐다. 그 고통의 시간은 내게 환희를 안겨 주었다. 그때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Q.장애가 경하기 때문에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한 대로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20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었다. 신장장애 또한 앓고 있다. 사회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바라보는 눈빛이 다사롭지는 않다. 장애를 숨기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나 자신을 학대하는 일이다. 나는 그저 나일 뿐이다.

Q.직장생활도 열심히 한 것으로 안다.

사회 첫걸음을 (주)태평양화학에서 뷰티 컨설턴트란 명찰을 달았다. 아모레 미용사원 미스 강!으로 열정으로 살았다. 실적이 상위권이어서 태평양화학 회장님으로부터 표창 받기도 했다.

안산시 고잔지점 소속으로 고속 승진 기회를 잡았을 때 지점이 부도가 나 버렸다. 기약 없이 좋아질 때를 기다리다가 퇴직했다.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방황은 그때부터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혀 이리저리 헤매었다. 나의 정체성의 혼란기였다.

Q.당선 소감에 남편과 아이들의 격려가 컸다고 했는데 어떤 지지를.

신춘문예 당선이 꿈이었던 때, 신문사의 당선 전화를 받고 우리 식구들은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로또라도 당첨된 양 너무 기뻐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 저수지를 내달렸다.

일평생 그날은 잊지 못할 것이다. 남편은 여린 나를 항상 독려해 주고 응원해 주는 열혈남이다. 묵묵히 나를 지켜 주었다. 아이들도 글쓰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과 남편에 감사한 마음이다.

Q.남편과 연애할 때 시를 많이 썼을 것 같다.

시를 많이 썼다기보다 늘 시를 읽었다. 그때 감성지수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 시를 낭송하고 음미하며 꿈결 같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처음 들려준 어느 시인의 시에 수화기 너머로 나직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시절엔 늘 시가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시로 인해 가까워지면서 사랑이 싹틔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하고픈 말을 자작시로 편지를 대신한다.

Q.원자력의 아버지라고 하는 장인순 박사와의 인연은.

한국 원자력계의 1세대인 장인순 박사님과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연을 잇고 있다. 나의 제2 고향 대전 유성에서 처음 뵈었고 내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단숨에 달려오셨다.

나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아파하셨고 지친 병원 생활에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셨다. 작년엔 「상상력은 우주를 품고도 남는다」란 에세이를 출간하셨다.

눈을 뜨면 시 한 편을 읽고 하루를 시작하시는 분이다. 미소년처럼 신문의 시를 오려서 지갑 속에 넣고 다니실 정도로 시를 사랑하는 분이다.

박사님과의 인연은 참 은혜롭고 축복이다. 너무나 따듯한 분이다. 양으로 음으로 난 많은 도움을 받았다.

Q.이해인 수녀님이 어떤 격려를 해 주셨는지.

이해인 수녀님 또한 각별한 인연이다. 언제나 해맑은 소녀 같으셔서 색색의 싸인펜으로 정성스레 글을 쓰시고 말려 두었던 꽃잎을 붙여 편지를 보내 주셨다. 서울 문학행사에서 처음 뵙고 그 뒤 서신으로 수녀님과 소통하면서 시인의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덕분에 수녀님 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분도출판사에서 두 번째 동시집을 출간할 수 있었 다. 수녀님은 병환 중에도 추천의 글을 써 주셨다.

Q.그동안 상을 많이 받으셨는데 앞으로 도전할 문학상은.

시집을 내고 싶다. 그동안 썼던 시들이 컴퓨터 안에 갇혀 있다. 그리고 내 시를 오롯이 번역해 줄 번역가를 찾는다면 해외 문학상에도 도전하고 싶다. 내 마음에 새긴 별처럼, 오래오래읊조리게 되는 그런 시를 남기고 싶고, 늘 꺼지지 않는 세상에 밝은 빛이 되고 싶다.

코로나19 이 누란의 위기가 시 한 편 쓰지 못했던 오랜 공백을 보상하듯 새로운 나로 거듭나 는,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더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숙명과도 같은 이 길을 오롯이 걸어갈 것이다.

Q.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지금은 창작이 일상생활이다. 할 수 있는 한 문학행사에도 부지런히 참여하려고 한다. 문단의 어른들도 만날 수 있고 문학계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문학은 모든 길을 잇는 디딤돌이다. 문학의 창 앞에서 누구든 다 만날 수 있다.문학이 내겐 세상 밖으로 나를 내보내는, 세상과 나를 잇는 소통의 유일한 창구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집 근처에 아르딤장애인복지관이 있는데 하반기부터 글쓰기반을 운영했으면 한다.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무척 여린 성격이다. 늘 화통하단 소릴 듣지만, 조그만 잔소리의 여운도 오래 가고 눈물도 많다. 내 안의 나에게 매일매일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강지혜 시인 작품집 ⓒ강지혜

<대표작>

삶의 오선지

강지혜

중요하지 않은 음표가 어디 있으랴

온음표도 도돌이표도

마디진 생의 한 음절인 것을.

(인터뷰 질문지를 받고 떠오른 시)

구두

강지혜

고단했던 시간

훌훌 털어 버리고

밤 내린 신발장

아버지의 구두도 잠이 들었다

바람 불어

흙먼지 일던 길을 걸었지

내일은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또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코 끝에 햇살 내려와

밝게 빛나게 될 날은

그 언제일까

멀어도

바람 속

꿈을 안고 걷는 이 시간

언젠가는 꼭

비단길이 펼쳐지겠지

빛 바랜 구두

닳은 굽 모서리

먼 꿈을 꾸며

달빛 한 자락 끌어 덮는다.

(2012 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우수작)

바람소리

복숭아뼈에 거무스레 옹이진 삶

삶의 무게로 딱딱하게 굳어 버린 발꿈치에서

서걱서걱, 헐벗은 바람 소리가 난다

멀건 동공에 또 하루가 삭는다

귀로 먹는 약이 ‘이약’ 이라 하던가, 이야기

손님들의 웃음자락과 주전부리 같은 사연들

아직도 타오르는 불길로 시뻘건 도장이 찍힌 수첩

성성한 바람 관절의 마디마디에 밴 기억이 발끝에 시큰거린다

한때는 공중으로 떠올랐었지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바스락거리는 검은 비닐봉지

거뭇거뭇, 깊숙한 속내 얘기가 한 점씩 뜯길 때마다 가슴마저 해진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어, 밭은 숨을 뱉어 내며

일렁이는 꿈일랑 노을 속으로 던져 아주 태워 버리자

기어이 나를 쓰러뜨리고 핏빛 술을 목구멍에 들이붓는다

핏빛으로 피어오르는 비닐봉지 한 장

실오라기 바람 줄기가 발등에 성긴다

더는 꿈을 꿀 수 없어, 부디 이 진저리나는 희망도 가져가

비루한 가슴속 협곡에서 들려오는

틀어진 내 허리처럼 굴곡으로 휜 바람

내일이면 또다시 발꺼풀에 휘몰아 감길 것이다

숨막히는 또 하루가 복숭아뼈에 도도록히 사무칠 것이다

시퍼런 달빛이 온몸에 멍울지는 날이다.

"요근래 까치를 자주 보았습니다. 반가운 손님이 오려는지,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마음마저 침체되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곤 마시는 공기밖에 없는 가운데 정말로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 습니다.

시대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 민족의 애국시인 윤동주 님의 정신을 기리는 이 뜻깊고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큰 영광입니다. 얼만큼 윤동주 님의 정신을 새겨 보았는지를 돌아보게 됐고 그 정신을 기리는데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하게 됨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그참 뜻을 다시금 새겨 봅니다.

여운이 남은 가운데 오롯이 한 길을 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시 또한 업이란 일념으로 겸손한 자세로 부단히 걸어가겠습니다. 시 짓는 것을 들숨날숨으로 생각하겠습니다.(제4회 윤동주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소감 중에서)"

강지혜 시인 주요경력

1970년 충북 진천 출생 머니투데이 경제신문 신춘 시 당선 제1회 제주평화문학상, 백교문학상, 아동문예문학상, 제8회 세계문학상

(사)국제펜 한국본부, (사)한국문인협회, 백교문학회, DSB한국문학방송, (사)한국작가회, (사)백교 효문화선양회, (사)삼일정신선양회, (사)한국예술인복지재단 회원 한국문협 100주년기념위원회 위원

첫 시집「 별을 사랑한 죄」 동시집「 별나무」 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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