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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 따른 건강 악화에도 예술은 계속

‘제2회 이원형어워드’ 수상자 김재호 작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4-09 10:12:23
물감화가 김재호. ⓒ김재호 에이블포토로 보기 물감화가 김재호. ⓒ김재호
캐나다에 거주하는 조각가 이원형 씨가 고국 장애미술인의 창작 활동 활성화를 위하여 2018년 ‘이원형어워드’를 제정하여 지난해 제2회를 맞이하였다.

이원형 작가는 한국에서 활동하다가 46년 전 고국을 떠나 미국을 거쳐 캐나다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세계적인 조각가로서 자리를 굳혔다.

이 작가는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갖고 있는데 조각가로 성공하여 캐나다 오케드대학 등 3곳과 멕시코대학 1곳에 이원형어워드를 시상하여 신진 작가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다.

이원형어워드를 운영하는 한국장애예술인협회는 지난해부터 더 많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공모 형식으로 바꾸었는데 10여 명이 응모하여 최종심에 3명의 작가가 올라와 경합을 벌인 끝에 김재호 작가(1980년생)가 선정되었다.

성공한 선배 작가가 후배를 격려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이원형어워드는 심사위원도 선배 작가로 구성하고 시상식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상패와 상금 100만 원이 주어진다.

제2회 이원형어워드 시상을 마치고. ⓒ김재호 에이블포토로 보기 제2회 이원형어워드 시상을 마치고. ⓒ김재호
살아야 하기에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입니다. 그림을 그려 오는 동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였으니까요. 저의 유년 시절은 불행과 행복이 교차하는 시기였습니다. 가족들이 뿔뿔이 헤어져 저를 한강에 놓고 가버려 경찰에 의해 주몽재활원에 입소하여 생활하였습니다.

시설에서의 청소년 시절은 즐거웠습니다.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며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것을 눈여겨 봐 온 생활교사 선생님이 지금의 미술 선생님과 장애인미술 모임인 화사랑을 소개해 주셔서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시설에 있는 동안 특수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한국재활복지대학 애니메이션 학과에 입학하여 대학생활을 하였습니다. 전문대학이라 미술학과가 없고 미술공부를 할 수 있는 과가 애니메이션 학과였는데 작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자립생활을 준비하였습니다. 당시 장애인계에서는 탈시설로 자립생활운동이 일어나고 있었지요. 이듬해 국민임대아파트에 당첨되어 드디어 자립생활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나의 공간에서 내 마음대로 내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꿈에 잔뜩 부풀어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월세, 생활비 등 다달이 지출되는 기본적인 생활비 문제로 나의 삶은 생계와의 전쟁이었습니다. 생활비를 절약하다 보니 영양실조로 위염이 생겨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화가가 되기 위해

그러나 그림을 놓지 않았습니다. 제 본분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으니까요. 그 어떤 고난이 닥쳐도 그림을 그리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2005년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서양화 부문에서 특선을 수상하며 데뷔한 후 자신감을 갖고 전문적인 미술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2008년부터 한국장애인미술협회에서 운영(현재 한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잠실종합운동장에 위치한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2012년까지 입주작가로 미술 작업을 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던 시간들이 너무도 소중했습니다. 난생처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개인 작업실이 있어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결과 잠실 스튜디오에 있는 동안 4번의 개인전을 열 수 있었습니다. 2012년 이후 개인전이 끝나고 계속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그림은 계속 그리고 있지만 발표할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두려웠지만 이런저런 장애인미술 모임에 계속 참여하며 뜨거운 열정으로 버텼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 크게 세 가지의 경사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는 잠실창작스튜디오 제8기 입주작가로 선정돼 작업실을 다시 쓰게 되어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 것입니다. 두 번째는 디디피(D.D.P)에서 열린 장애인아트페어에 제 부스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5회 개인전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전시회 비용 걱정없이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재활원 시절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인사동에서 전시를 하려고 유명 갤러리를 찾아 갔었는데 그 갤러리에서 저를 그림 그리는 작가로 봐주지 않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으로만 대하였습니다. 갤러리에서 내쫓기듯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이것이 장애예술인들의 현실이구나 싶어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국가인권위원회로 달려가 장애인 차별에 대한 진정을 했습니다.

결국 선사랑 회원 몇 분들과 같이 갤러리에 가서 사과를 받았고, 갤러리는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했습니다. 뜻밖의 일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제5회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더욱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이원형어워드 수상자가 된 것입니다. 세금도 떼지 않은 상금 100만 원이 바로 입금되어 놀랐습니다. 이원형어워드 수상으로 저는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김재호 대표작. ⓒ김재호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재호 대표작. ⓒ김재호
지금부터 시작

먼저 상을 주신 이원형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작년 이맘때 제1회 이원형어워드를 수상하신 문승현 작가님을 축하해 드리면서 저도 언젠가는 수상하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반신반의하며 신청했습니다.

솔직히 주위에는 저보다 훌륭하신 작가님들이 너무도 많아 내게도 기회가 올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 최고의 명찰을 달고 싶었습니다. 10년 넘게 화가라는 학교에 매번 출석하면서 우수한 성적으로 제2회 이원형어워드 수상이라는 모범상을 받은 기분입니다.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고 뿌듯합니다. 저는 심한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하기도 힘들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버거운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일이 기적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더구나 그림 말고도 일상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게는 함께하는 가족도 없습니다. 시설에서 독립해 지금까지 혼자 살았고, 그림을 그리는 노하우들을 하나둘 익혀 가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취감입니다. 다른 작가님들은 누군가가 버팀목 역할을 해 주시지만 저는 오로지 제 자신뿐이었습니다.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하면서 나오는 단점도 있지만, 거기서 나오는 성취감도 많이 있었습니다.

성취감이란 장점은 자신과의 끝없는 다짐과 끝날 것 같지 않은 타협을 반복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주위 분들의 도움들도 컸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계속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제 그림과 인생은 누가 대신 그려 주고 살아 줄 수 없으니까요. 물감이라는 소재를 알았을 때 재밌는 인생을 살 수 있겠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물감을 그리게 됐고 제 물감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이라도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물감의 여러 가지 색상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짜내서 할 겁니다. 제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요즘 그가 그리는 그림의 주제는 물감이다. 김재호 작가는 이것을 평등이라고 말한다. 3년째 물감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물감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의 사물들을 그리면서 세상살이는 똑같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감이 한 가지의 색이면서 다른 색들과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내듯이 그도 어우러져야 아름다운 세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호 작가
# 주요 경력 2004년 한국재활복지대학 애니메이션과 졸업2016년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제8기 입주작가 2008~2012년 서울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제1기~5기 입주작가그 외 소울음, 선사랑, 한국장애인미술협회, 화사랑 회원 등2019년 제2회 이원형어워드 수상 2018, 2016, 2010, 2005년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입선 및 특선 2016년 장애인미술가희망축제 서양화 부문 특선 2008년 제7회 한성 백제미술대전 입선 2007년 송파구 주최 봄맞이 사생대회 일반 부문 우수상 2004년 전국 근로자문화제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입선

# 개인전2019년 제7회 개인전(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인사동 JH 갤러리) 2017년 제6회 개인전(인사동 M갤러리) 2016년 제5회 개인전(인사동 라메르 갤러리) 2012년 제4회 개인전(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 2011년 제3회 개인전(인사동 JH갤러리, 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2010년 제2회 개인전(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2009년 제1회 개인전(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 단체전2019년 선사랑 기획전시(서울예술치유허브/이음센터/신촌세브란스병원) 2019년 제2회 한국장애인미술협회전(상계동 노원구청) 2019년 제6회 장애인아트페어(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2019년 장애인문화예술축제 꽃보다 전시(광화문) 2019년 신나는 예술여행 군부대 전시(공군 육군 등 8개 부대) 2019년 제2회 오버 더 레인보우 12인전(홍대, 춘천 KT&G 상상마당 갤러리) 2019년 제14회 화사랑전(송파도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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