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침드라마 ‘맛 좀 보실래요’는 ‘우리 집안에도 한두 명 있고, 우리 동네에서도 한두 번 본 적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지극히 통속적인 이야기. 내 이야기 같고 내 가족의 이야기 같은 유쾌 발랄 가족 통속극’이라고 한다.

‘맛 좀 보실래요’는 지난해 11월 12일에 시작했는데 흘러가는 모양새가 보통 사람들의 통속적인 이야기는 영 아닌 것 같아 시청자들의 부아를 돋우는 것 같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이용해서.

맛 좀 보실래요. ⓒSBS

강해진(심이영 분)은 여섯 살이나 어린 동생 친구 이진상(서하준 분)이 죽네 사네 매달리는 바람에 결혼을 했고 딸을 낳았다. 결혼 후 강해진은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돈까스집을 하면서, 딸 이유리(신비 역)을 키우고 남편 이진상을 법대에 보냈다.

강해진이 시집을 오고 나서 시아버지와 시누이는 손도 꼼짝 안 했다. 남편 이진상은 사시 공부를 한답시고 고시원에서 살면서 공부는 안 하고 누나 강해진의 등골만 빼 먹었다.

강해진의 초등생인 딸 이유리는 할아버지와 고모, 아빠의 틈바구니에서 엄마를 지키며 동정했다. 특히 강해진의 동생 강철진(송인국 분)에게 “삼촌은 절대로 우리 고모 같은 사람은 안 돼!”라며 아빠를 혼내 주라고 했지만, 이유리는 어느 날 갑자기 180도로 달라졌다.

한편 강해진의 돈까스를 자주 배달시키는 오대구(서도영 분)는 일곱 살 아들 오광주(장선율 분)와 둘이 사는데 아내 배유란(이슬아 분)은 프랑스로 요리 공부를 하러 갔다.

오대구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으나 드라마를 쓰느라고 고심하다가, 강해진과 자주 부딪히면서 강해진의 돈까스 집에서 일하기를 자청한다. 강해진을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쓰기 위해서인데, 강해진도 오대구의 아들 광주를 좋아한다.

강해진의 등골만 빼 먹던 이진상이 클럽에서 만난 정주리(한가림 분)에게 반해 이진상은 강해진과 이혼한다. 강해진은 차마 친정에 말도 못하고 남의 식당에서 몰래 일한다.

광주를 때리는 배유란. ⓒSBS

오대구의 아내 배유란이 프랑스에서 돌아왔으나 배유란은 남편 오대구나 아들 광주한테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만나면 오히려 구박만 한다. 배유란에게는 스타링크 엔터테인먼트 대표 정준후(최우석 분)라는 애인이 있었던 것이다.

정준후는 배유란에게 TV요리 프로를 맡기려고 하지만, 방송국에서는 요리 프로의 조건으로 배유란의 인터뷰를 요청한다. 단 가족과 함께라는 단서를 붙여서.

오대구는 배유란과 이혼 말이 오가는 터라 절대로 같이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배유란은 하는 수 없이 아들 광주라도 데리고 나가려고 했지만, 광주는 이미 엄마와 뜨악해진 사이였다. 그러나 광주는 엄마 말에 거부 못 했다.

TV방송 출연은 2주일 후로 잡혔고 담당 PD는 광주가 뭘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피아노요, 피아노를 좀 쳐요.” 배유란은 광주가 피아노를 친다고 말했지만, 광주에게 물어보니 광주는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고 했다.

배유란은 광주를 근처 피아노 학원으로 데려가서, 학원 선생에게 2주 동안 광주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라고 했다. 광주는 ‘즐거운 나의 집’을 피아노 선생이 가르쳐 주는 대로 쳤지만 피아노를 칠 줄 몰랐기에 자꾸만 틀렸다. 그때마다 배우란은 광주의 손목을 자로 때려서 광주의 손목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광주는 겁에 질려서 바지에 오줌을 싸기도 했다.

광주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배유란. ⓒSBS

배유란의 TV인터뷰 방송날이 왔다. 광주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겨우 ‘즐거운 나의 집’을 연주했다. 아나운서는 엄마(배유란)가 무슨 음식을 잘해 주느냐고 물었다. “라면요” 그동안 배유란이 광주에게 해준 것은 컵라면뿐이었다. 방송이 끝나고 분장실에서 배유란은 컵라면이라고 대답한 광주를 야단쳤고, 엄마가 무서운 광주는 무작정 달아나기도 했다.

오대구가 강해진이 일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강해진을 만나게 되고, 광주를 위해서 도우미를 해달라고 했다. 강해진은 광주의 입주 도우미가 되어 광주를 유치원에 데려가고 데려오고 밥을 먹이고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잠을 재워 주었다. 배유란은 정준후가 얻어 준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다.

광주도 걸핏하면 화를 내고 컵라면만 주던 엄마 배유란 보다는 강해진이 좋았다. 오대구는 배유란의 내연남이 친구 정준후라는 사실을 알고 바로 이혼했다. 배유란이 없는 집에서 오대구는 글을 쓰고 강해진은 만두를 빚고 요리를 했다.

그러다가 강해진의 친정에서도 이혼 사실을 알고 동생 강철진이 예전에 하던 돈까스집을 인수해 주어서 강해진은 오대구의 입주 도우미를 그만두고 다시 돈까스집을 운영했다.

정준후는 배유란에게 이혼하지 말라고 했다. 정준후는 자신의 가정도 지키고 배유란도 가지고 오대구와 친구도로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배유란에게 오피스텔도 얻어 주었는데 배유란이 이혼하자 오피스텔에서 나가라 했고, 배유란은 허위학력이 탄로 나서 TV요리 프로에서도 잘렸다.

배유란은 오갈 데가 없어지자 이혼 한 오대구의 집으로 밀고 들어 왔다. 오대구가 안 된다고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배유란이 오대구가 나가라고 했지만 굳이 붙어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친엄마 아동확대 사건. ⓒ다음 뉴스

오대구가 쓰는 드라마가 완성되어 출연 배우를 섭외 중이었다. 배유란은 그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고 싶었던 것이다. 오대구는 새로 온 도우미에게 광주를 배유란과 둘만 두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도우미가 “요즘은 배유란 씨가 광주한테 잘해 줘요.”라고 했다.

배유란 : “오늘은 동화책 읽어 줄까?”

광주는 엄마 배유란이 읽어 줄 동화책을 가져왔다.

배유란 : “오늘은 그거 말고 다른 거.”

배유란이 골라 온 동화책은 헨젤과 그레텔이었다.

배유란 : “새엄마는 헨젤과 그레텔을 산속에 버렸습니다.”

광주는 헨델과 그리텔이 산속에 버려지는 것을 보고 무서움에 떨었다.

오광주 : “아빠가 왜 아이들을 산속에 버린 거예요?”

배유란 : “새엄마가 아이들을 산에 버리자고 하니까. 그래서 새엄마와 친엄마는 다른 거야. 나중에는 자기애가 아니라서 귀찮기만 한 거야.”

배유란은 ‘헨젤과 그레텔’이 새엄마에 의해서 산속에 버려진다는 것을 무섭게 과장했다. 광주는 더 이상 듣기 싫다며 귀를 막았다.

피해아동 가족형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헨젤과 그레텔을 비롯해서 장화홍련전, 콩쥐팥쥐, 유리구두, 백설공주 등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에서는 계모가 아이들을 악랄하게 괴롭히며 학대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나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계모는 다 나쁜 사람’이라는 선입견(편견)을 심어준다.

그러나 계모라고 다 같은 인면수심의 계모는 아니다. 직접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처럼 잘 키우는 계모도 있고, 입양아를 키우는 부모도 있다. 실제 통계로 보면 계모보다는 친부모가 더 무섭게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친부모가 아이들을 학대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도 이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재혼가정도 늘어났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2017년)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주체는 친부모가족이 12,489건으로 전체의 55.8%고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친부모가족 외 가족형태는 8,078건(36.1%)이었다. 이 가운데 재혼가정은 1,318건으로 5.9%에 불과했다.

강해진에게 아빠와 헤어지라고 말하는 오광주. ⓒSBS

그런데도 왜 아이들에게 계모는 나쁜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고 있을까. ‘맛 좀 보실래요’에서 작가나 연출가는 아이들을 너무나 끔찍하고 악랄하게 학대하고 있어 시청자 게시판이나 TALK에서도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처음 광주는 엄마 배유란을 무서워하면서 강해진이 새엄마이기를 원했다. 그런데 배유란이 잘해주자 지난날은 까맣게 잊은 듯 배유란과 함께 강해진을 찾아가서 “우리 아빠와 헤어져 주세요.”라고 했다.

그보다 더 어이없는 설정은 지난날 이유리는 “삼촌! 우리 아빠 좀 혼내 주세요.” “삼촌은 절대로 우리 고모 같은 사람 만나지 마세요.”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아빠 이진상이 정주리와 재혼하자 이유리는 밤마다 둘 사이에 끼어서 자는 등 밉상을 부렸다.

남편 이진상과 시아버지와 시누이 그리고 딸 이유리까지 가세한 구박을 견디다 못한 새엄마 정주리가 집을 나가 버리자, 딸 이유리뿐 아니라 이진상까지 누나 강해진을 찾기 시작했다. 삼촌 강철진은 고모 이진봉과 결혼했고, 이유리는 아빠 이진상과 엄마 강해진을 다시 붙이기 위해 오대구을 보고 “다시는 우리 엄마 찾아오지 마세요. 엄마 아빠 우리 세 식구 살 테니까 방해하지 마세요.”라며 쫓아 보냈다.

오대구에게 우리식구 방해하지 말라는 이유리. ⓒSBS

이유리는 아빠 이진상을 비롯하여 할아버지와 고모가 예전에 엄마 강해진을 얼마나 구박했으며 엄마하고 어떻게 이혼했는지도 다 안다. 오광주도 엄마 배유란이 아빠와 자기를 얼마나 학대하고 구박했는지 다 안다.

이유리는 초등학교 1학년이고, 오광주는 유치원생인지만 둘 다 일곱 살이다. ‘맛 좀 보실래요’ 초기에는 강해진이 시댁과 남편에게 구박받는 모습을 이유리가 보게 했고, 오광주 또한 엄마 배유란만 보면 무서워서 바지에 오줌을 싸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오대구가 배유란에게 안 나가면 끌어 낼 거니까 그전에 광주를 부모님 댁에 보낼 거라고 하자

배유란이 광주를 몰래 오피스텔로 데려 갔다. 그런데 정준후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오자 광주를 두고 나갔다. 혼자 남겨진 광주는 엄마를 기다리다가 오피스텔을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화를 빌려 아빠 오대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빠는 낯선 번호라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강해진도 마찬가지였다. 광주는 비를 맞고 거리를 헤매다가 놀이터에서 혼자 울었다.

시청자게시판. ⓒSBS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럴 때는 절대로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되고, 경찰서나 파출소를 찾아가라고 아이에게 단단히 가르쳐야 된다. 필히 명심하도록.

그런데 이제 종영을 얼마 앞두고 이유리와 오광주를 갑자기 180도 다르게 설정하다니……. 물론 ‘맛 좀 보실래요’가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엄마·아빠가 왜 이혼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갑자기 아이들을 내세워서 이진상이나 배유란의 재결합을 꿈꾸다니, 이건 정말 아니다. 현실성도 없고 엄마 강해진이나 아빠 오대구를 오히려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짓이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맛 좀 보실래요’에서 못 된 아이 역할을 하는 아역 배우들의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아동학대는 중대 범죄다. 계모나 친엄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않으니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아침 드라마에 더 이상 아동학대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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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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