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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작가 84년생 김뜰의 마법

"장애인이 주인공인 이야기 꼭 드라마화 하고 싶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3-30 11:57:35
김뜰 작가. ⓒ김뜰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뜰 작가. ⓒ김뜰
김민주로 살기

김민주는 뇌성마비로 장애가 심해서 10세가 되어서야 학교에 갔다. 특수학교에 입학하였는데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이며 일반학교로 진학하였다. 고등학생 시절 습작소설의 전국고등학생문예공모전 입선이 작가로서의 길로 접어들게 하였다.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철이 들면서부터 드라마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드라마는 그녀에게 마법이 통하는 공간이었다. 사랑도 만들고 이별도 만들고, 성공도 실패도 만들고, 착한 사람을 구해 주고 나쁜 사람을 혼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5년 고려대 국문과에 입학한 후 문예창작학을 복수전공하였다.

대학 새내기 가을 에세이 「뛰어라 내 다리야 이 세상 끝까지」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장애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게 세상을 향해 날렸다.

"나는 고장 난 물건이 아니다. 단지 세잎 클로버가 많은 세상에서 조금 다른 몸을 가진 네잎 클로버이다."라고 자신을 규정한 후 인생관이 바뀌었다.

그녀는 전동 휠체어를 시속 10㎞의 속도로 내달리며 스릴을 즐기는 터프걸이고, 뭐든지 해 보고 싶은 열정녀이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받아넘기는 재치녀이다.

사춘기 때는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자신이 정말 싫었지만 어느 날 ‘나=도움 받는 사람, 타인=도움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저,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하고 말을 거는 순간, 소통이 이루어지며,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기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에 주저하거나 쑥스러워하지 않는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용기라며 ‘자신의 몸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그리고 누군가 다가와 주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 다가가라. 많이 배우고 많이 익혀서 세상과 친해져야 한다. 그러면 이 세상에 장애인이란 없다.’고 했다.

김뜰의 작가 수습기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린 기회! 오펜은 CJ ENM이 드라마·영화 창작 생태계 활성화와 신인 작가 데뷔를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이 든든한 지원군은 2020 년까지 총 200억 원을 투자, 작가(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Open) 창작 공간과 데뷔 기회(Opportunity)를 제공한다. 특히 신인 창작자 육성 및 데뷔 지원사업으로 특화되어 있어,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최고의 등용문이다.

김민주도 김뜰이란 예명으로 2018년 오펜(O’PEN) 2기 작가로 선정되어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처음엔 오펜이 신인 창작자들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공모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1기 작가 활동을 작가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창작지원금 및 200평 규모의 창작 공간/개인 집필실 제공, 국내 유수 연출자 멘토링, 전문가 특강, 대본 집필을 위한 교도소, 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현장 취재지원, 단막극 제작 및 편성 등 업계 진출을 위한 다양한 혜택이 군침을 돌게 했다.

2018년 오펜 2기에 바로 지원했다. 하드디스크에 잠자고 있던 작품 중 하나인 <넌 괜찮니>로 응모했다. 공모전 제출 작품이 부끄러울 정도로 당선 연락을 받은 후에도 기쁨과 부끄러움이 공존했지만, 완성도보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오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김뜰은 오펜 2기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작품 <넌 괜찮니>를 단막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오펜 2기 20명 작가 작품 중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18>로 선정된 10편에 들지 못했지만,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로서 그에겐 의의가 남다르다.

<넌 괜찮니>는 휠체어 장애인 여고생의 성장스토리이다. 12년 전 그녀가 대학교 때 썼던 이 작품은 실제 고등학교 시절에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을 극으로 만든 것으로, 기존 드라마트루기(Dramaturgie)에 제대로 맞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주인공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다룬 부분에 눈에 띈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사람의 감정이 됐든,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를 써야 시청자들도 알아준다는 오펜 센터장의 말에 힘을 얻었다.

드라마 <라이브(Live)>, <괜찮아, 사랑이야>의 김규태 감독의 멘토링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두웠던 작품의 분위기를 밝게 가 보자는 조언을 비롯해, 너무 많이 보여 주려 했던 인물들의 관계도와 비중을 손봤고, 주제를 명확히 하고자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이것이 오펜 과정 중 그녀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다. 특정 직업군에 대한 취재가 필요할 때 적극적인 연결 및 지원 프로그램, 작가 계약 조건 검토 등 그녀가 받았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웹드라마에 도전

오펜 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김뜰 작가에게 기회는 찾아왔다. 바로 웹드라마 <딱 나 같은 딸>이었다. 지난해 6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웹드라마의 작가 구인을 본 그녀는 연출을 맡은 고낙균 감독에게 <넌 괜찮니>의 대본과 함께 지원 메일을 보냈다. 이후 감독에게 연락이 왔고, 같이 대본을 집필하며 드라마를 만들어 갔다.

광주콘텐츠코리아랩 지원작 <딱 나 같은 딸>은 이혼 후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돌싱 엄마와 자신을 보살펴 주지 않은 엄마를 미워하는 고3 딸의 성장담을 그린 작품이다.

<넌 괜찮니>에서 엄마와 딸의 다툼과 화해를 그렸던 경험, 처음 도전하는 웹드라마였지만 단막극보다 짧은 분량이었다는 점은 자신감을 갖게 했다. 물론, 웹드라마의 호흡이 빠른 편이라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표현해야 하는 것, 매회 임팩트 있는 대사와 장면이 나와야 하는 것 등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연출을 맡은 고낙균 감독과 수정하면서 대본의 완성도를 높여 갔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담고 싶었던 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워도 누구보다 애틋하게 서로를 사랑하는 모녀 관계였다. 이를 잘 나타내는 대사가 바로 1편에서 나온 “아등바등 사는 것에 할퀴어 아이는 많이 아팠나 보다.”다. 이혼 후 일만 하다가 아이를 잘 보살피지 못한 미안함에내뱉는 엄마의 대사다. 이런 대사와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경험담에서 나왔다고.

작가의 꿈을 접고 공무원 시험이나 보라고 했지만 딸의 꿈을 위해 뒤에서 노력한 엄마와 이를 알지만 매번 신경질만 내던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진짜 이야기를 써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작품에서도 실천했다.

이번 웹드라마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강화하고자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현재 그녀는 느와르 액션 영화 <깡패들 시즌2>(가제)의 시나리오 계약을 맺고 집필 중이며, 지난해 12월에는 로맨스 소설 <어쩌다 결혼계약>이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딱 나 같은 딸> 제작사인 고픽쳐스와도 다음 웹드라마를 기획하고 있으며, 다수의 작가 공모전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김뜰 작가 활동모습. ⓒ김뜰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뜰 작가 활동모습. ⓒ김뜰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는 가짜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꼭 드라마화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 <넌 괜찮니>처럼 자신이 경험했던 일과 그때의 감정을 글로 표현했을 때의 힘을 느껴 봤던 당사자로서, 장애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극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녀의 장애가 작가가 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바깥 활동이 적다 보니 드라마 보기를 즐겼다. 그렇게 많은 드라마를 보다 보니 어느덧 내 머릿속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집에만 있었을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더 특이한 경험과 느낌들로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녀는 지치고 힘들어도 자신이 만든 이야기로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기에 다시 용기를 낸다. 바늘구멍보다 들어가기 힘든 게 작가의 길이라는 걸 알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제가 만든 이야기에 공감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 더 큰 행복을 위해 작가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어요. 마흔 전까지는 꼭 TV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겠죠!”

Q.키보드가 나무인 이유는.
키보드가 나무인 이유는 제가 원목에 대한 호감도가 많은 편이라 키보드도 나무였으면 좋겠다 했는데 마침 제작하는 곳이 있어서 거금을 들여 구입했습니다.

Q.<어쩌다 결혼계약>은 19금 소설인데 언제 구상한 것인지.
<어쩌다 결혼계약> 구상 시점은 작년 6월쯤 웹소설 의뢰가 들어왔는데 19금 소설이 더 잘 팔린다고 하여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는 심정으로 집필하게 됐습니다.

Q.어떤 내용인지.
내용은 대기업 총수 공개 입양아 아들이 스타유튜버와 하룻밤을 보내고 언론에 알려지는 바람에 계약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 후에 연애감정이 싹터 사랑을 하고 성장해 가는 두 모태솔로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Q.저자 이름을 민주낭자로 한 이유는.
어릴 때 드라마 <허준>을 보던 시절 이메일 주소를 처음 만들게 됐는데 예진아씨가 너무 예뻐서 민주아씨로 하려다가 아씨가 좀 욕 같아서 어머니가 추천해 준 낭자로 했었는데 그게 제 닉네임이 됐어요. 닉네임을 웹소설 필명으로 정했습니다.

Q.장애인 주인공 드라마를 꼭 쓰고 싶은 이유는.
제가 장애인이다 보니 더 생생하고 정확하게 쓸 수 있을 것 같고, 매번 전형적으로만 나오는 장애인 캐릭터를 비틀어 좀 색다른 장애인들도 많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Q.대구에서 서울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은가.
물론 힘들지만 꿈이 크니까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대구 장애인택시 나드리콜을 기다리는 일이 너무 힘들어 최근 카니발을 사서 슬로프 차량으로 개조했어요. 차만 생겨도 시간이 절약되어 너무 편합니다. 앞으로 돈을 더 벌어서 서울로 이사 가는 게 목표입니다.

Q.시청자 입장에서 요즘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는.
tvN에서 하는 <사랑의 불시착>입니다. 제가 요즘 쓰고 있는 로맨틱코미디도 있고 해서 작업할 때 원동력 삼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노트북 앞 좀비, 나는 작가다

그렇다. 나는 망생이다. 드라마작가 지망생. 그것도 장장 15년 묵은 망생이.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해 단 한 번 작은 상을 탔을 뿐 수많은 낙방을 맛봤다. 약간 돌아서 가는 길이라 생각해 영화판도 기웃거렸지만 내 이름을 걸고 개봉된 영화는 상영관 단 한 곳에 걸렸던 그 누구도 모르는 독립영화 한 편이 전부다.

소위 ‘영업’이라는 것을 뛰어서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내 기획안과 대본을 읽히는 기회도 얻어 봤지만 그 기회는 데뷔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다 보면 기회가 있겠지 싶어 빨대 꽂히는 아이디어뱅크를 자처하고 시작한 기획작가 생활도 이 회사, 저 회사 메뚜기로 뛰며 많은 해를 넘기고 있었다.

정말 해볼 만큼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이었다.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분명 드라마작가가 되기는 될 텐데,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언제쯤인지가 궁금했다.

“오펜 공모전에 당선되셨습니다.”

무려 12년 전에 썼던 작품으로 응모를 했는데 당선 연락을 받고 심히 의심했다. TV에 종종 나오는, 꿈을 좇다 자기 망상을 사실로 믿는 정신병에 걸린 이들처럼 내가 결국 그 지경까지 갔나 싶었다.

휴대폰에 녹음된 통화 내용을 듣고 또 듣고서야 안심했다. CJ ENM의 사회공헌사업이라더니 내가 휠체어 타는 장애인인 것을 알고 뽑았나 의심도 했지만 나의 장애 사실에 동공의 지진이 훤히 보일 만큼 짐짓 당황하는 관계자 분의 목소리에 그것도 아님을 알게 됐다. 내게 꿈을 향해 ‘좀 더 세게 달려도 돼!’ 하고 북돋우는 응원이었더랬다.

왜 그렇게 드라마작가가 되고 싶냐면 다수의 사람들과 안방 TV를 통해 나의 감정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매혹적이다. 비록 내 몸은 한 평 남짓 휠체어에 갇혔지만 나의 상상은 누구보다 높고 멀리 난다.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10년, 20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노트북 앞에 앉아 기획안과 대본을 쓰는 좀비가 될 것이다. 기꺼이 그럴 테다. 그렇다. 노트북 앞 좀비!
_서울경제, 2019. 1. 1. 발언대에서>

본명 김민주에 김뜰, 민주낭자 이런 예명을 갖고 활동하는 84년생 김 작가는 가성비 갑이다. 주문만 하면 원하는 작품이 줄줄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실력도 있고 준비도 되어 있다.

휠체어로 접근성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고, 뇌성마비 특성상 말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회의가 잡히면 대구에서 서울로 달려오고, 작품에 필요한 현장 취재를 다니고, 작가들의 회식 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드라마 스틸 컷과 엔딩 크레딧. ⓒ김뜰 에이블포토로 보기 드라마 스틸 컷과 엔딩 크레딧. ⓒ김뜰
김뜰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수학
영상작가교육원 수료
트윈세븐 기획작가
스토리뱅크 창작기획안 시나리오 부문 수상
오펜 스토리텔러공모전 드라마 부문 수상
싸이더스FNH 작품 계약, 굿픽처스 시나리오 계약, Y2me 시나리오 계약
맥스파워ENT 작품 계약, 액션 영화 <깡패들 시즌 2>(가제)의 시나리오 계약
메이퀸픽쳐스 기획작가 독립영화 각색
에세이 「뛰어라 내 다리야 이 세상 끝까지」(2005)
e북 「이분단 첫째줄」(2019)
웹소설 <어쩌다 결혼 계약>(2019)
웹드라마 <딱 나 같은 딸>(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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