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영화 <더 피넛 버터 팔콘(The Peanut Butter Falcon)>의 두 주인공 샤이아 라보프(Shia LaBeouf)와 잭 갓츠에이즌(Zack Gottsagen)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흥행작 <트랜스포머(Transformer)>의 주인공이자 할리우드의 악동으로 소문 난 배우 샤이아가 2017년 미국 조지아에서 공공소란 및 음주 난동 혐의로 체포되었을 당시 영화 제작이 좌초되었음에도, 지난 9월께 북미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소소하게 입소문을 타며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 미국의 영화 리뷰 모음 사이트) 평점 95%를 기록하고 있다.

샤이아는 공동 주연이자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우 잭이 그의 ‘삶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그들의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첫 번째는 영화 촬영이 시작되기까지와 그들의 만남에 대해 다룬다.

잭의 우여곡절 영화 데뷔기

잭의 영화 출연은 2018년 7월, 본지 통권 72호의 ‘글로벌 뉴스, 이슈’에서 <미국 다운증후군 배우 영화 출연>이라는 제목의 기사로도 다뤄진바 있다. ⓒ David Levene

영화 <더 피넛 버터 팔콘(The Peanut Butter Falcon, 이하 ‘더 피넛’)>은 현대판 마크 트웨인(Mark Twain, <톰 소여의 모험> 작가) 스타일의 모험 이야기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청년 자크(잭 갓츠에이즌 역)는 프로 레슬러가 되고 싶은 꿈을 좇기 위해 거주시설에서 도망쳐 나와 레슬링 학교로 간다. 몇 가지 사건들은 자크와 타일러(샤이아 라보프 역)를 길거리로 내몰고, 타일러는 의도치 않게 자크의 코치가 되는데, 그렇게 자크와 타일러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34세인 잭에게 많은 인터뷰와 영화제는 전혀 새로운 일이었다. 반면 올해 33세인 라보프에게는 덜 신나는 일이었다. “이런 롤러코스터(일약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다시금 가라앉는 현상을 의미)에는 몇 번 타본 적 있죠. 그래서 재밌게 타려면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해요.” 라보프는 말했다.

잭은 어렸을 때부터 아마추어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리스(Grease)>, <헤어스프레이(Hairspray)>와 같은 연극에 영감을 받았고, 배우로서 두드러지는 재능을 보였다. 영화에서 잭과 라보프는 모두 아름다운 연기를 해 보였다.

“난 항상 내 감정을 표현하고, 내 능력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잭은 말했다.

잭은 장애·비장애 배우를 위한 캘리포니아 영화제작 캠프에서 <더 피넛>의 감독이자 작가인 타일러 닐슨(Tyler Nilson)과 마이크 슈왈츠(Mike Schwartz)를 만났다. 세 사람(잭, 닐슨, 슈왈츠)은 잭을 대중 앞에 공개하기로 결심했지만, 영화업계 내에 연결되는 사람이 없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당시 닐슨 감독은 로스앤젤레스에 설치한 텐트에서 지내며 영화 작업을 추진했는데, 경영진에게 영화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마다 실제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배우를 출연시키겠다고 하면 그 즉시 대화가 끝나버렸다고 한다.

결국 많지 않은 수준에서 예산이 정해졌고, 3인방의 ‘증명서’ 역할을 할 영상이 라보프에게 보내졌다. 그때가 2017년 4월이었는데, 라보프는 당시 공연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라플란드의 외딴 오두막에서 한 달 동안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라보프는 여러 번 그 동영상을 보았고, 잭의 상대역이 되고 싶은 뜨거운 열망을 느꼈다고.

친구가 된 두 사람

잭이 주는 참신함(novelty)이 그러한 열망을 만들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라보프는 강하게 부정했다. “참신함은 절대 아니죠. 베이스 점핑(높은 곳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스포츠)을 할 때,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참신하다고 하지 않잖아요? 참신함은 안전하다는 의미가 있죠. 이건 절대 안전하진 않았어요.” 잭과의 긴 눈맞춤 끝에 라보프는 말했다. “불 위에 몸을 던지는 기분이었어.”

라보프는 영화 <님포매니악> 시사회에서 “나는 더 이상 유명하지 않습니다(I Am Not Famous Anymore)”이라고 적힌 종이봉지를 머리에 쓰고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 Picture Perfect/REX

한편 잭은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 라보프를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라보프가 14살에 찍은 첫 작품 <이븐 스티븐스(Even Stevens,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방영된 시트콤)>부터 <트랜스포머>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이후는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다.

영화 <님포매니악(Nymphomaniac)> 시사회에서 “나는 더 이상 유명하지 않습니다(I Am Not Famous Anymore)”라고 적힌 종이봉지를 머리에 쓰고 등장해 화제가 되었고,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하워드 캔투어 닷컴(Howard Cantour.com)>이 표절시비에 휘말려 돌연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 후로도 경찰서를 여러 번 오가기도 했다.

어쨌든 라보프가 라플란드에서 한 달을 보낸 후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라보프와 잭은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밴을 타고 조지아까지 함께 왔다고 한다. 워낙 말이 많은 편이었던 라보프는 조용한 잭에 무장해제 되었고, 결국 그들은 손을 잡았다. (라보프가 잭의 손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이 손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제일 아름다운 손이죠. 이 손을 잡으면 모든 두려움이 나아져요.”

조지아로의 여행에 대한 잭의 기억은 더 멋졌고, 더 심오했다. 그가 절대 전문 배우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평생 들어온 끝에, 결국 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영화업계가 장애를 가진 배우도 영화배우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하기를 바랐다.

영화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매 저녁마다 둘은 놀러 나갔다. 잭이 너무나 좋아해 마지않는 레슬링을 보았고, 각자의 단점에 대해 소리를 질러가며 싸우기도 했다.

잭은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했고, 라보프는 진(gin, 술의 한 종류)을 너무 많이 마셨다. 알콜은 늘 문제가 되었다. 2017년 7월 8일 오후 4시 경 사바나(Savannah) 주에서, 술에 취한 라보프가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라보프의 체포 후 있었던 일들과,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깊게 다루어 보겠다.

※ 참고자료

: <‘It was like lighting yourself on fire’: how Shia LaBeouf’s co-star changed his life>

https://www.theguardian.com/film/2019/oct/18/it-was-like-lighting-yourself-on-fire-how-shia-labeoufs-co-star-changed-his-life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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