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즈와이어즈 박성호 사장.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장애예술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관련 기관 사람들을 만나 의논을 하니 이번에는 장애예술인 일자리 사례를 모아 오라는 것이었다.

기업에서 장애인예술단체의 어떤 사업을 지원하는 사례는 있지만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사례가 있을까 싶어 자신이 없었지만 해오라고 하면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서 부지런히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해 사례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바로 이거야!’ 하는 사례를 찾았다. 장애예술인을 고용 형태로 후원하고 있는 회사를 발견한 것이다. 너무 반가워서 바로 인터뷰 요청을 하였고, 인터뷰가 여의치 않으면 자료만 주셔도 된다고 한껏 자세를 낮추었다.

검색해 보니 장애인을 후원하는 일인데도 기사화된 것이 없었고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사업에 대한 사진 한 장이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인터뷰를 거절당할 것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포기할 무렵 전화가 왔다. 사장님과의 인터뷰로 결정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서둘러 인터뷰 날짜를 잡고 회사를 방문하였다. 회사 안으로 들어가서 회사 밖으로 나올 때까지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어 계속 놀랐다.

방송작가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이토록 선함, 기쁨과 감동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특히 우리의 목표와 딱 들어맞는 기업을 만난 것은 장애예술인후원고용제도의 청신호이다.

인터뷰와 동석한 분은 와이즈와이어즈 박성호 사장, 김완수 상무, 담당자 홍구표 과장이었다.

와이즈와이어즈 박성호 사장과의 인터뷰1. ⓒ한국장애예술인협회

Q: 장애예술인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펴고 있는 회사는 최초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였는지.

우리 회사는 2003년에 설립되었다. 10년이 지나자 직원 수가 많이 늘었다. 우리 회사도 장애인의무고용이 적용되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당연히 그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장애인고용을 실천하려고 했지만 우리 회사는 각종 소프트웨어 제품을 검수하는 업무라서 매우 전문적인 기술을 요한다. 업무 자체가 특수하다 보니 해당 업무에 맞는 장애인 근로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근로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지 않았을 때 정부에 지불해야 하는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미션이 나눔인데 벌금을 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애인을 고용할 방법을 찾다가 장애인들이 자기 일을 하면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장애인화가 고용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2013년 11월부터 ‘한마음 일자리’를 신설하여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와이즈와이어즈는 장애인미술 화가와 사회를 연결하는 보다 좋은 세상 만들기 운동을 통해 고용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Q: 소문을 듣고 홈페이지를 꼼꼼히 조사해 보고, 관련 기사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하였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홍보가 주목적 아닌가.

우리는 장애인고용의무를 실천하고 있을 뿐이라서 홍보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E美지』 인터뷰에 응한 것은 『E美지』에 좋은 작가분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고 해서 오히려 우리가 도움을 받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가 원하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어렵듯이 좋은 작가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Q: 장애예술인을 고용한 형태라고 들었다.

작가를 선정하는 방법은 이메일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형식의 문건을 받아서 검토를 하는데 작가 인지도가 아닌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분들을 대상 으로 선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12명의 장애인미술 작가와 함께 일을 했는데, 작가는 매달 10호 이상의 작품을 회사에 납품하고 회사와 저작재산권양도계약서를 작성하며 회사는 작가에게 매월 활동비와 재료비 그리고 액자비를 지원한다. 매월 지급되는 내용은 개인에게만 공유되는 사항이다. 계약 기간은 1년이고 최대 2년까지 가능하다.

담당 과장에게 12명 사내 장애인미술 화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정리를 해 보니 성비율은 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남성이 많았고, 연령대별로 2~30대 2명, 4~50대와 60대 이상이 각각 5명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장애 유형은 지체장애 8명, 청각장애 2명, 발달장애 1명, 뇌병변장애 1명으로 역시 지체장애가 앞도적으로 많았다. 장르별로는 서양화 10명, 동양화 1명, 조각 1명으로 「장애예술인수첩」에 나타난 장애예술인 특징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으로 선정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마운 것은 계약기간이 2년인 경우가 12명 가운데 10명으로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할 정도로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Q: 장애예술인 후원 사업의 결실이라면.

한마음 일자리를 외부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우리 직원들에게는 모든 과정을 사내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어떤 작가와 새로 계약을 했고, 그 작가의 작품은 어떤 것이고 하는 것을 자세히 소개한다. 직원들이 ‘좋아요’를 눌러 자기 뜻을 표한다.

우리 회사의 벽에 걸린 그림은 모두 우리 사내 장애인미술 화가 작품이다. 2015년부터 회사 달력도 그분들 작품으로 제작하고 있다. 직원은 물론 외부 거래처에 선물하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직원들 축하 선물, 외부 감사 선물 모두 사내 장애인미술 화가 작품으로 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사내 장애인미술 화가 작품들을 모아서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열어 작품을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사내 장애인미술 화가로 지원을 받은 후 작품 활동이 왕성해져서 수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

와이즈와이어즈 박성호 사장과의 인터뷰2. ⓒ한국장애예술인협회

Q: 와이즈와이어즈는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기업인데 혹시 장애인 직원이 있는지.

현재 직원이 370여 명이다. 5급 장애인 직원이 한두 명 일하고 있지만 사내 장애인미술 화가 분들까지 합하면 그보다 훨씬 많다.

Q: 회사 비전이 ‘성공을 함께 나누는 기업’인데 장애인도 포함된 것 같다. 특히 어떤 분들과 성공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고객이 성공해야 회사가 성공하고 회사가 성공해야 나눔을 통해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 회사는 국내외 소프트웨어 제품의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스트 전문 엔지니어 3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전자, 통신, 전자상거래, 금융, 의료, 자동차, 정부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서 품질 테스트 외에 품질 관리, 품질 컨설팅 등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 회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재계약율이 99% 이상이다. 설립 이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일터(GPTW INSTITUTE 주관)에 다섯 번이나 선정되었다는 것이 큰 자랑거리이다.

성공은 기업이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함께한 구성원과 나누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의 나눔이 넘쳐나서 사회 환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그것은 향후 방향이고 지난 4월에 회사를 강남에서 성동구로 이전했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있는 지역사회부터 살펴보려고 한다. 우리 지역 한부모 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등 어려움 속에 있는 청소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 (지정기탁 후원)을 계획하고 있다.

Q: 여성친화기업이라는 것도 눈에 띄었다. 여성 직원의 어떤 점에 신경을 써서 다가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성 직원이 40% 정도인데 우리 업무가 여성의 꼼꼼함이 큰 장점이 된다. 출산과 육아휴직에 고민을 하지 않고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도록 회사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휴직 후 복직이 불안하지 않도록 휴직 기간에도 근무할 때처럼 생일과 결혼기념일 선물을 보내고 복직 몇 개월 전부터 복직에 필요한 절차를 의논해서 회사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복직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 친화라는 것이 여성 직원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남성 직원도 똑같이 육아휴직을 당당히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자녀가 3명이어서 3번 출산과 육아휴직을 한 경우도 있을 정도로 우리 회사는 출산을 장려하고 있어서 여성친화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Q: 다른 기업들은 힘들다고 하는데 와이즈와이어즈는 일자리창출 확대로 올 초에 대한민국SW기업경쟁력대상을 수상하였다. 일자리 확대의 비결은.

매년 수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일자리가 확대되었기 때문인데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어려운 시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회사가 어려워도 기업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경영 철학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테스트 업무 단가는 낮추지 않는다. 그래야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워져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불안감이 없다.

그 시기에는 재교육을 시켜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더 고급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 효과를 믿고 있고 또 실제로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 업무에 최선을 다한 것이 우리 회사의 평판을 유지하며 신뢰를 쌓게 하였고 그것이 지속 성장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당장 업무 능력보다는 업무 능력을 키워서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만들어 가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그래서 일자리가 가장 취약한 취준생들을 고용하여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다.

Q: 박 사장님은 2006년 부사장에서 10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을 하신 노력형 CEO란 생각이 든다. 선배로서 청년들에게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 주겠는가.

이 분야에서 일한 지 25년이 되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13년 전 지분을 갖고 이사로 입사를 했다. 빠른 성공이 아닌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가는 발전을 선택하고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직장생활의 노하우이다. 계획을 시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Q: 장애예술인들에게 창작 활동을 할수 있는 힘을 주고 계신데 미술 이외의 다른 장르로 확대할 계획은 없는지.

우리가 미술로 시작한 것은 결과물이 바로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었다. 고용은 근로를 의미하는데 다른 장르는 어떻게 결과물을 측정해야 할지 막연하였다. 우리도 장르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고민해 보겠다.

Q: 와이즈와이어즈에서 하고 있는 일이 장애인 메세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기업에서 벤치마킹한다면.

우리 회사의 ‘한마음 일자리’가 장애인 메세나 활동이고 장애예술인후원고용제도 1호 기업이 라고 하니 얼떨떨하다. 우리는 그저 필요에 의해서 방법을 고민하며 새롭다면 새로울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장애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기업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아는데 고용 형태가 아니어서 우리가 모델 사례가 됐다는 것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우리 회사는 나눔이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벤치마킹은 대환영이다. 사실 우리도 완전히 정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보완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Q: 장애예술인들은 장애예술인후원고용제도를 원하고 있다. 장애인의무고용율을 지키지 않아서 내는 고용부담금을 장애예술인에게 후원하면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로 기업과 장애예술인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가 시행된다면 와이즈와이어즈는 적극 참여할 것 같다.

1회성 지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고용계약서를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계약 기간이 1년인데 보다 많은 작가에게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이다. 장애예술인후원고용제도가 마련된다면 장애예술인고용이 안정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이 고, 그러면 장애예술인들에게 더 도움이 될 테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우리로서는 제도가 마련되면 한마음 일자리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상식적인 일이 되는 것뿐이다.

Q: 장애예술인 지원 사업을 계속하려면 기업에 부담이 가지 않아야 할 텐데 염려되는 점은.

계약이 종료된 후 각자의 사정을 말씀하시지만 모두 다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부담 때문에 생기는 막연한 염려를 먼저 하기보다는 진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선한 의도를 갖고 있으면 그 결과도 선하다고 생각한다.

와이즈와이어즈 박성호 사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한국장애예술인협회

Q: 앞으로의 계획은.

회사는 늘 도전을 받는다. 고객의 안전을 우선 생각한다는 기업의 가치가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가치를 이어 가는 것이 계획이다. 2011년에는 일본과 중국에 2017년에는 싱가포르, 베트남, 2018년에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여 해외 진출을 조금씩 확장시키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의무이자 권리이다. 우리도 그동안 연탄 나르기, 김장, 요양원 청소와 식사 봉사 등 지속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위 ‘보다 좋은 세상 만들기 운동’인데 진심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보다 좋은 세상이 되어야 모두가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글 방귀희/사진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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