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토·일 드라마로 송재정 극본, 안길호 연출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지난달 1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기획의도에 의하면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아서 C. 클라크- 고대의 마법과 현대의 과학은 의외로 같은 근원을 갖고 있다. 인간의 탐구심과 호기심, 미지를 향한 그 집념이 마법과 과학을 탄생시켰고, 아날로그의 시대에도, 현재의 디지털 시대에도 그것은 변함없다.”

이 드라마는 너무 다른 세계에 속한 유진우와 정희주의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마법과 과학, 아날로그와 디지털, 현대와 중세, 그라나다와 서울, 공유될 수 없어 보이는 세계들이 한데 섞이고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경험을 통해 사랑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tvN

드라마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낭만적인 기타 선율이 흐른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선율과 첨단과학기술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 만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연주해 볼 만큼 유명한 곡이라 필자도 한 때는 서툴게나마 튕겨본 곡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스페인의 기타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가 1896년 스페인을 여행하다가 알함브라 궁전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취하여 이 곡을 쓰게 되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타레가가 발전시킨 독특한 트레몰로 주법이 자아내는 신비로움과 서정적인 선율의 애절함이 일품이라고 한다.

알함브라 궁전은 13세기 그라나다의 술탄 무함마드 1세가 세운 나사르 왕조의 이슬람 건축이다. 그 후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의 항복으로 기독교도 손으로 넘어 갔고, 이슬람의 흔적을 지우느라 여러 차례 개보수를 하는 바람에 아름다운 건물들과 장식이 훼손되기도 했었다. 여러 왕조에서 보수공사를 했음에도 이베리아반도 전쟁 등으로 피해를 입었으나 1984년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선율이 흐르면 주인공 유진우(현빈 분)는 증강현실 속으로 빠져 들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정희주(박신혜 분)의 눈에는 증강현실이 보이지 않으므로 유진우를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유진우(현빈 분)는 ‘제이원 홀딩스’라는 IT회사의 대표이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멋모르고 얼렁뚱땅 만든 회사가 10년 만에 국내 최고의 IT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두 번째 결혼에서도 실패했다. 그런데 첫 번째 결혼에서는 그의 아내를 친구 차형석이 뺏어 갔고, 함께 했던 사업도 찢어졌다.

유진우가 차형석과 싸우다가 떨어진 나선형 계단. ⓒtvN

유진우와 찢어진 차형석(박훈 분)은 IT기업 ‘뉴워드’대표이다. 대학시절 유진우와 둘도 없는 친구로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회사가 커지면서 둘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그 와중에 유진우가 바쁜 틈을 타서 진우의 아내 이수진(이시원 분)에게 접근해서 이수진이 그의 아내가 되자 차형석과 유진우는 둘도 없는 앙숙이 된다.

한편 정희주(박신혜 분)는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꿈꾸며 가족들과 스페인 그라나다에 유학 왔으나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사망으로 졸지에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 하는 수 없이 그라나다에서 통역 일도 하고 기타를 만들면서 '보니따 호스텔'이라는 허름한 호스텔을 운영하는데 그에게는 할머니와 두 동생이 있었다.

정희주의 남동생 세주(찬열 분)는 고등학생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게임에만 빠져 있는 골칫거리 동생이다. 그런 세주가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팔아 가족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주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다.

왼쪽다리에 깁스를 한 유진우. ⓒtvN

게임의 천재 소년 정세주는 게임을 하면서 마르꼬 한(이재욱 분)이라는 프로그래머를 알게 되고 둘은 함께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수준의 AR게임을 개발한다.

유진우와 차형석은 마침 스페인 여행 중이었는데 마르꼬 한은 그가 개발한 AR게임을 들고 먼저 차형석을 찾아 갔으나 나중에 마르꼬 한은 죽음으로 발견된다. 그리고 정세주는 그 게임을 유진우에게 메일로 보내놓고 그라나다 보니따 호스텔에서 만나자는 공중전화를 마지막으로 실종된다.

유진우는 AR게임을 보자마다 정세주에게 만나자고 했으나 만날 길이 없어 보니따 호스텔을 찾아 갔다가 정희주가 세주의 누나임을 알게 된다. 유진우는 AR게임을 개발하기만 하면 1000억 정도의 수익은 될 거라고 보고, 미성년자인 세주의 보호자인 정희주의 호스텔을 100억을 주고 산다. 정희주는 동생 세주가 전에도 종종 며칠씩 사라지기도 했으므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100억이 꿈인가 생시인가 좋아한다. 할머니와 동생 민주도 같이.

차형석도 부인과 처제까지 동반한 스페인 여행 중이었는데 먼저 마르꼬 한을 만났었다. 차형석이 아직 AR게임을 계약은 하지 않았으나 AR게임을 먼저 알고 레벌4가 되었다. 유진우가 그라나다에서 차형석을 만났으나 유진우는 겨우 레벨2였다. 유진우는 레벨 업을 위해 AR게임 속에서 열심 노력했고 전사의 열쇠를 얻어 레벨4가 되자 그제야 차형석과 겨룰 수가 있었다. 유진우와 차형석은 중세시대의 전사로 싸웠다. 차형석이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지자 싸움은 끝났다. 유진우는 서울에 있는 ‘제이원 홀딩스’에 전화를 걸어 유진우의 브레인 같은 최양주(조현철 분)에게 차형석을 밟아버렸다고 말했다.

다음 날 차형석은 공원 벤치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시체에는 피가 다 빠져 나간 것 같다고 했다. 주사 바늘자국이나 (흡혈귀에게 물린) 외상은 전혀 없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유진우가 AR게임에서 차형석을 죽인 거라고는 유진우 자신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정세주가 만든 AR게임의 오류일지도 모르겠지만…….

쓰러진 유진우의 왼쪽다리 깁스. ⓒtvN

유진우가 정희주의 호스텔 6층에서 잠을 청하려는데 똑똑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유진우가 “누구세요?” 물으며 문을 열었을 때 그 앞에는 피를 철철 흘리며 긴 칼을 든 차형석이 서 있었다. 차형석은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유진우는 차형석의 칼에 여지저기 찔려서 비명을 질렀고 그러자 유진우의 손에도 칼이 한 자루 쥐어졌다. 그러나 유진우는 차형석을 상대할 수가 없어서 밖으로 달아나다가 그만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최양주는 서울에서 유진우와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유진우의 전화가 끊어지자 정희주에게 전화를 걸어 유진우를 좀 찾아보라고 했다. 정희주가 유진우를 찾으러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6층에서 뭔가 떨어졌는데 유진우였다.

정희주의 호스텔은 6층 건물이었는데 계단이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 1층에서 6층 계단이 보이는 구조였다. 정희주가 구급차를 불러 유진우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유진우는 6층에서 떨어지면서 여기저기 계단 모서리에 부딪히는 바람에 목숨은 건졌으나 왼쪽 팔과 다리를 많이 다쳤다. 6층에서 바로 1층으로 떨어졌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거라고 했다.

유진우는 왼쪽 팔과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데 정희주가 병실 문을 노크하고 문을 열자 정희주 뒤에는 피 흘리는 차형석이 서 있었다. 유진우는 들어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유진우가 처음 AR게임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특수 렌즈를 사용했었다. 그런데 차형석이 호스텔에 나타났을 때부터는 유진우가 렌즈를 착용하지도 않았었다.

정희주를 찾아 온 유진우의 왼손 지팡이. ⓒtvN

정희주가 문 밖에서 들어가지 못하자 차형석도 들어가지 못했다. 방해꾼이 있으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다른 환자가 병실을 잘못 알고 들어오는 사람에 유진우는 차형석을 피해서 달아나야 했다. 마침 정희주가 그를 찾으러 오자 유진우는 차형석을 피해 정희주를 끌어안았다. “잠깐만 이대로 있어 주세요.” 유진우는 정희주를 끌어 않으며 1분을 기다렸다. 1분이 지나면 시간초과로 싸움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유진우에게 왜 그러느냐고 묻지 않는 대신 유진우가 환영을 보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유진우는 잠든 사이에는 차형석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계속 수면제로 잠을 청했지만 혼자 남겨진다는 무서움에 잠결에서도 정희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랜만에 유진우는 수면제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유진우 곁을 정희주가 줄곧 지켰었는데 마침 정희주의 생일이라 친구들이 정희주를 불러냈고 유진우도 괜찮다고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정희주가 나가자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기타 선율이 울리고 차형석이 나타났다.

게임 속에서도 유진우의 지팡이는 왼손에. ⓒtvN

유진우는 서정훈(민진웅 분) 비서를 불러 당장 이곳을 떠나자고 했다. 비행기 표가 없다고 하자 기차로 떠나자고 했다. 유진우는 차형석을 피해서 부랴부랴 그라나다를 떠났다. 정희주는 서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유진우가 떠난 것을 알고 기차역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기차는 저만치 떠나고 있었다. 그 길로 유진우는 서울로 갔다가 재활을 위해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정희주는 유진우가 말도 없이 떠나자 망연자실 했었다. 그러나 정희주에는 100억이 있었으므로 마음을 수습하고 서울로 돌아 와서 기타를 만드는 공방을 열었다. 여전히 남동생 세주의 소식은 모른 채.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정희주가 시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앞에 웬 남자가 서 있었다. 유진우였다. 유진우는 그라나다의 보니따 호스텔에서 차형석을 피해 달아나다가 6층 계단에서 떨어져 왼쪽 팔과 왼쪽 다리를 다쳤었다.

유진우는 그라나다에서 왼쪽 다리를 다쳤었고 미국에서 재활훈련을 했었다. 시간이 지나서 왼쪽 팔은 다 나은 모양인데 왼쪽 다리는 후유증이 남았는지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그래서 유진우는 지팡이를 짚었는데 왼쪽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올바른 지팡이 사용 방법. ⓒ구글 이미지

지체장애인의 경우 다리가 불편할 때는 목발을 짚는다. 목발은 대부분이 쌍으로 짚는데 목발을 쌍으로 짚는 사람은 두 다리가 다 불편하거나 한쪽 다리를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간혹 목발을 한쪽만 짚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경우 한쪽 다리는 괜찮고 다른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그 불편 정도가 그래도 좀 나은 사람 즉 불편한 다리로 그나마 땅을 디딜 수 있는 사람은 목발 대신 지팡이를 사용하는데 한쪽 목발이나 지팡이는 불편한 다리 쪽이 아니라 불편하지 않은 쪽으로 짚는다. 목발이나 지팡이가 불편한 다리를 보완하는 것이므로 불편한 다리가 나갈 때 목발이나 지팡이도 같이 나가서 불편한 다리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유진우는 왼쪽 다리를 다쳤는데 왼쪽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는 게 아닌가.

어라, 이상하다. 필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지팡이는 불편하지 않은 다리 쪽으로 짚는 법인데……. 지팡이를 사용하는 장애인 몇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지팡이를 어느 손으로 짚고 있나요?”

모두가 불편하지 않은 성한 다리 쪽으로 짚고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했고, 저절로 그렇게 되는데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지팡이를 판매하는 몇몇 회사에서 ‘지팡이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불편한 다리 반대쪽 손에 지팡이를 짚어서 불편한 다리를 지지하라고 나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동상. ⓒ구글이미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팡이를 사용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느 쪽 다리가 불편했으며, 과연 어느 쪽에 지팡이를 짚었을까.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 해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친 다리는 오른쪽 다리라고 했지만…….

당시의 사진을 찾아 봐도 어떤 사진에는 왼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고, 또 어떤 사진에는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후 여러 곳에 동상을 세웠는데 동상도 대부분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인데 어떤 곳에는 오른손에, 또 어떤 곳에는 왼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느 쪽 다리를 다쳤는지, 그리고 어느 쪽 손으로 지팡이를 짚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AR게임 속에서 만나는 엠마(정희주)와 유진우. ⓒtvN

사실 필자는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른다.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선율에 끌려서 우연히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케이블 방송인 tvN 드라마가 시청률 9%을 넘다니 게임에 관심 있는 유저들이 많은 모양이다. 필자는 유진우의 왼손 지팡이 때문에 계속 보게 되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면 신비로운 마법이 시작된다.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과 그라나다에서는 AR게임이 믿을 수 없는 마법으로 전개 된다. 그 마법 속에서 싸우다가 다친 상처 등은 마법이 사라지면 마법과 함께 깨끗이 사라지는데 죽으면 시체로 남겨진다. 그 가운데 유진우와 정희주의 로맨스도 마법처럼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유진우는 분명 왼쪽 다리를 다쳤고 그래서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지팡이를 왼쪽 손으로 짚고 있으니 작가나 연출자가 잘 몰라서 저지른 실수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유진우가 지팡이를 오른 손으로 바꿔 짚어야 된다고 알려줘야 하는 걸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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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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