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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전통유산 ‘맹인독경’ 아시나요

천년 내려온 역사, 작년 서울무형문화재 ‘지정’

“장애인식개선 한몫…세계문화유산 도전까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0-22 11:27:14
지난 19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제2회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8호 서울맹인독경 정기공연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19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제2회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8호 서울맹인독경 정기공연 모습.ⓒ에이블뉴스
‘맹인독경’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현재 안마사가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는 특화 직종인 것처럼 조선시대에 시각장애인들만 할 수 있던 직종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옥추경 등과 같은 여러 경문을 읽으며 복을 빌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전통 신앙 의례로, 역사에 기록된 고려와 조선 시대의 맹승이 단체로 참가해 국행 기우제 등을 지낸 전통이 내려온 겁니다.

국가가 어려울 때, 가정에 좋은 일이 있거나 나쁜 일이 있을 때 등 여러 형태의 독경이 있다고 하는데요. 세종대왕 재위 시절에는 시각장애인들의 직업 교육의 일환으로 독경을 가르치기도 했죠.

지난 19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서울맹인독경 공개발표회’에서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들도 평안하게 살게 해주십시오.”라는 뜻이죠.

의식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당주 채수옥 보유자(78세)가 작은 종 모양의 경쇠를 치고 북을 치는 고수가 함께하는 ‘분향주’를 시작으로, 당주와 독경인의 선후창인 ‘고향게’, 독경하는 일시와 목적을 알리는 ‘축원’ 등으로 진행 됩니다. 다 함께 경문을 읽는 방식도 있고요.

“대한민국 나라도 태평하고, 국민들도 평안하고 나쁜 일 없이 무병하도록…남북간에 왕래가 되고, 국민들도 이만하면 됐다고 손을 잡고, 통일이 되도록….”

가만 들어보니, 내용이 들리네요. 낯선 광경이지만, 내용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죠?

19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제2회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8호 서울맹인독경 정기공연 자료를 점자로 읽는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9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제2회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8호 서울맹인독경 정기공연 자료를 점자로 읽는 모습ⓒ에이블뉴스
맹인독경은 20세기 초반까지 전국에 두루 분포했지만, 지금은 급격히 줄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현재 맹인독경인들은 전국 1000여명에 달하고요. 서울에만 200여명이 있다고 합니다.

이날 공연한 대한시각장애인역리학회 서울지부는 조선시대 맹인들의 단체 통명청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1925년에 설립된 조선맹인역리대성교를 계승하고 있는 단체고요.

북악당에서 1978년부터 연례적으로 독경행사를 이어오며 ‘서울맹인독경’을 활발히 전승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맹인독경’은 10가지 종류의 장단, 서서 하는 ‘선경’, 3명 이상이 참가한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특성이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제2회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8호 서울맹인독경 정기공연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19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제2회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8호 서울맹인독경 정기공연 모습.ⓒ에이블뉴스
지난해 1월에는 ‘서울맹인독경’이 서울시로부터 서울특별시무형문화재 48호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죠?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시각장애계 인사들 또한 “이곳에 와서 무형문화재인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연 1회씩 정기공연을 하는데, 이날 공연도 그 일환인 것이죠.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기 전까지 대한시각장애인역리학회 김동성 서울지부장(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장)의 노력이 상당했습니다.

인터뷰 중인 대한시각장애인역리학회 김동성 서울지부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인터뷰 중인 대한시각장애인역리학회 김동성 서울지부장.ⓒ에이블뉴스
“오래 전부터 서울시무형문화재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좌절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신청했던 것이 3년여만에 인정받게 된 겁니다. 예술성, 창작성, 독창성, 음악성 모두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왜 서울시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정안인 분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모릅니다. ‘우리는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고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장애인식개선과 더불어 오래전부터 내려온 시각장애인만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겠다는 거죠. 앞으로도 국가무형문화재, 더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울시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은 채수옥 씨는 1940년 경기도 연천군에서 태어나 3세 때 홍역으로 실명했습니다.

15세 때 승인 최재현 문하에 입문해 각종 독경을 전수 받았고, 19세 때부터 전문 독경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채수옥 보유자는 현재 4명의 전수생들을 두고 있고요. 그 또한 앞으로 자신이 이어받은 맹인독경 기술을 가르치고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울시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은 채수옥 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시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은 채수옥 씨.ⓒ에이블뉴스
현재 대한시각장애인역리학회 서울지부에서는 정기적으로 시각장애인 역학인 양성교육을 진행하며, 후대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증시각장애인만 대상으로 했지만, 신청률이 그리 좋지는 않아 장애급수와 상관없이 열어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경우, 헬스키퍼 등 취업률이 상당히 좋은 반면, 역학의 경우 취업이나 창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인데요. 그래도 1000년을 내려온 전통이 끊기지 않도록 ‘서울맹인독경’을 널리 전하기 위해 행사를 꾸준히 펼치겠다고 합니다.

숨겨져 있던 귀중한 우리문화 유산을 접하고, 우리 함께, ‘운수대통’하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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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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