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과연 누가 무슨 비밀을 가지고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김정호 연출 이도현 극본의 MBC 일일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은 ‘빼앗기고 짓밟혀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가는 여자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거짓과 편법의 성을 쌓은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라고 한다.

비밀과 거짓말. ⓒMBC

미성그룹 오회장(서인석 분)에게는 오연희(이일화 분)라는 딸이 있다. 오연희는 신명준(전노민 분)과 결혼해서 신화경(오승아 분)이라는 딸을 낳았다.

신명준에게는 한주원(신혜선 분)이라는 연인이 있었으나 신명준은 한주원을 버리고 재벌집 외동딸 오연희를 택했었다.

한주원은 신명준에게서 버림받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딸 우정(서해원 분)과 아들 우철(이준영 분)을 낳고 MBS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한주원이 남편은 죽었다고 하지만, 웬일인지 딸과 아들이 둘 다 엄마인 한 씨 성을 갖고 있다.

오연희 딸 신화경과 한주원 딸 한우정은 어렸을 때부터 단짝 친구였다. 그러나 둘 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라보는 직장이 MBS방송국 아나운서였다.

MBS방송국에서 형 윤도빈(김경남 분) PD는 한주원 아나운서와 같이 일하고, 동생 윤재빈(이중문 분)은 한주원 아나운서의 매니저를 하고 있다. 도빈과 재빈은 복국집을 운영하는 윤창수(박철민 분)와 허용심(김희정 분) 부부의 아들인데 이들 부부에게는 윤재희(김예린 분)라는 대학생 막내딸도 있다.

한주원과 한우철. ⓒMBC

이 드라마에서 한주원의 아들로 나오는 한우철이 서번트 증후군이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발달장애에 속한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란 의사소통 능력 등 뇌 기능 장애가 있으나 암산 등 특정 부분에 우수한 능력을 가지는 증후군이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 능력이 낮으며 반복적인 행동 등을 보이는 여러 뇌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기억, 암산, 퍼즐이나 음악적인 부분 등 특정한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는 증후군이다.

발달장애인 관계자 A 씨는 서번트 증후군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비장애인 중에서도 과학이나 예술분야 등에서 뛰어나거나 천재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는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탁월한 재능이나 천재라고 하면서, 왜 굳이 발달장애인이 재능이 있으면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는가 말이다.

놀러나가는 윤재희와 한우철. ⓒMBC

‘비밀과 거짓말’에 나오는 한우철의 등장인물 소개를 보자.

한주원의 아들 한우철은 서번트 증후군으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다. 클라리넷에 꽂혀 하루 종일 클라리넷 연주를 하면 행복하다. 콜라는 하루에 세 병을 꼭 마신다. 특수학교를 오가는 버스에서 내려 음악학원 들렀다 용심네 가게에서 윤재희와 함께 콜라를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게 하루 일과다.

어느 날 윤재희는 한우철과 같이 놀러 나갔다가 재희가 머리핀을 보느라고 한 눈을 파는 사이 우철이가 없어졌다. 재희는 우철이를 잃고 망연자실하여 두 오빠에게 연락했고 도빈과 재빈이 우철이를 찾아 나섰다.

음악회에서 연주하는 한우철. ⓒMBC

그러는 사이에 한주원과 딸 우정이가 우철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용심네 복국집으로 달려 왔다.

한주원 “우리 우철이 찾았어요? 따님이 애를 데리고 나갔다면서요. 우리 우철이 평범한 애들과 다르잖아요. 왜 그렇게 하도록 놔두셨어요. 어쩌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허용심 “무책임하다니요! 듣다보니까 못 참아주겠네요. 책임감을 따지자면 무슨 엄마가 그렇게 책임감이 없대요? 우철이가 그렇게 걱정되거든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 직접 돌보면 되잖아요? 방송합네 하고 아들은 나 몰라라 하더니 이제 와서 누구에게 화풀이 하는 거예요?”

허용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주원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한주원 “예 방송하느라 우리 우철이 제대로 못 챙겨준 거 맞아요. 저 엄마 자격 부족해요. 그렇다고 엄마가 아닌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우리 우철이를 잃어버려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우철이 못 찾으면 어떡해요?”

한주원이 서럽게 울자 곁에 있던 허용심의 남편 윤창수가 아내 허용심에게 너무 한 것 같다고 나무랐다.

허용심 “아 내친 김에 그냥 퍼부은 거지 누가 엄마 자격 없대?”

시청자 게시판. ⓒMBC

이 글을 쓰면서 ‘비밀과 거짓말’ 시청자 게시판을 훑어보았다. 한 시청자가 “남의 아이를 잃어 버렸으면 사과를 해야지 엄마 자격 운운은 무슨 경우인가, 지적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자격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닙니다. 말조심 하십시오.”라는 글이 있었다. 아마도 부모이거나 관계자 일 텐데 더 힘들게 살고 있음을 피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정신지체가 지적장애로 바뀌었다는 것은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아무튼 도빈과 재빈이 우철이를 찾아다니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렸다. 재빈이가 다가가보니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고 그곳에서 우철이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이놈의 자식 어렸을 때부터 혼자 다니지 말라고 했지?”

한주원은 울면서 우철이를 끌어안았다.

“엄마 울지 마요. 엄마가 눈물 흘리면 우철이 마음이 아픕니다.”

“우철아! 엄마가 미안해!”

“우철이는 엄마를 사랑합니다. 엄마가 왜 미안합니까?”

한우정과 한우철 그리고 엄마 한주원. ⓒMBC

이 일로 한주원은 우철이 도우미를 구하겠다고 했다. 윤재희가 정식 도우미는 아니었다. 그러자 윤재희가 자기가 해 보겠다고 했다. 한주원도 일단은 윤재희에게 시켜보고 괜찮으면 정식으로 계약하자고 했다.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윤재희가 우철이와 놀러 나갔던 모습과 돌아 온 우철이의 옷이 다른 것은 윤재희가 우철이의 옷을 새로 사 입혔던 것이다. 다시보기 전에는 필자도 이상하게 생각했으니까.

물론 ‘비밀과 거짓말’은 드라마이다. 드라마니까 윤재희가 한우철의 도우미를 자처하자 엄마 한주원도 당분간만 해 보고 윤재희가 잘하면 정식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현실에서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1급~2급 장애인이라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거주지 동주민센터에 신청을 하면 관계자가 나와서 인정조사표에 따라 조사를 하고 시간을 배정한다. 시간을 배정 받으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하는 센터에 등록을 하고 배정된 시간만큼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요금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는 무료이고, 그 외에는 약간의 본인 부담금이 있다. 활동지원사의 급여는 시간에 따라 국가에서 부담한다.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를 하려면 전문가(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는 32시간, 비전문가는 42시간의 교육과 실습을 마치고 이수증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수증이 있는 활동지원사는 활동지원기관 등 각 센터에 소속되어 장애인에게 파견된다. ‘비밀과 거짓말’에서 윤재회는 활동지원사에게 필요한 소정의 교육을 받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한우철의 인물 소개에 보면 우철이는 특수학교를 다니고 음악학원에서 클라리넷을 배우고 용심네 복국집에서 콜라를 마시는 것이 하루 일과라고 되어 있다. 물론 복국집에서 윤재희도 만나지만.

필자는 ‘비밀과 거짓말’에 서번트 증후군인 한우철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되도록 드라마를 빠지지 않고 보려고 했다. 간혹 필자가 못 볼 수도 있겠지만 우철이가 특수학교와 음악학원에서 공부하는 모습도 한번쯤 보여줬으면 좋으련만 우철이는 집과 용심네 가게 외에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특수학교에 오갈 때는 어떻게 가고 음악학원은 어떻게 다니고 있을까.

최근 JTBC에서 끝난 드라마 ‘라이프’가 휠체어 장애인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가 되는 것 같다. ‘비밀과 거짓말’에서도 남은 회차라도 사실적으로 그려주면 좋겠다.

‘비밀과 거짓말’에서 한우철은 이상한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한우철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어요. 제 재능은 클라리넷 연주입니다.”라고 말한다. 한우철은 성인 인 것 같은데 바가지머리에다 나비넥타이를 메고 멜빵바지를 입은 모습은 너무나 유아틱하다.

더구나 우철이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그려지고 있어 사람들은 한우철을 무능아(?) 내지 무생물로 보는 지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나누는 대화 장면을 한우철이 보고 그대로 따라서 반복하곤 한다.

아줌마가 나쁜 어른이라고 말하는 한우철. ⓒMBC

한우철은 색종이로 여러 가지 모양을 접어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는데 그 종이 안에는 우철이가 어디선가 본 ‘신명준과 한우정은 생물학적으로 친자관계’라는 내용이 쓰여 있어 윤재희를 놀라게 한다.

또 어디선가 누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 첫사랑이 아니라 국민 첫사랑 한주원 이야기라니까. 한주원이 불륜이라니까.”

허용심은 한우철이 있다는 것을 잊은 듯, 한주원과 한우정에게 큰아들 도빈이와 헤어지라고 소리 지른다. 한우철이 테이블에서 윤재희와 콜라를 마시고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아줌마는 나쁜 어른입니다. 엄마와 누나한테 소리 지릅니다.”

발달장애인 관계자 A 씨는 항변한다. A 씨는 ‘비밀과 거짓말’을 잘 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유아 내지 어린이로 그려진다는 것은 하지 마, 이것 해 등으로 명령하거나 훈육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인에게는 차마 그럴 수가 없을 테니, 따라서 어린애로 취급하여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음으로써 인권침해가 일어날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굉장히 불편하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인식이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무지 내지 일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비밀과 거짓말’에서는 드라마 진행상 한우철이 필요해서 양념으로 넣었겠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수동적이거나 인간 승리자로 그릴 필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통사람으로 그리면 된다. 장애인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므로.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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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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