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인형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패션 재벌 은 회장 家. 화려하고 빛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 있는 서로 속고 속이며 각자의 욕망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 그 뒤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들까지.

복수로 이어진 살기등등한 관계와 혈연관계, 사랑으로 이어졌지만 지독한 악연이 되어버린 연인 등 수많은 사연과 원망이 얽혀 있는 미스터리한 은 회장 저택.

은폐된 진실과 비밀이 가득한 곳, 당신을 <인형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KBS2 일일드라마 ‘인형의 집’ (극본 김예나 이정대, 연출 김상휘) 기획의도의 일부이다. ‘인형의 집’은 ‘애끓는 모정으로 비롯된 두 여자의 엇갈린 운명. 복수와 음모가 뒤섞인 그 곳에서 시작 된 한 여자의 가슴 뜨거운 열정, 사랑, 그리고 용서의 드라마.’라고 한다.

인형의 집. ⓒKBS

은기태(이호재 분) 회장은 맨주먹과 고집 하나로 명실상부한 일류 기업 위너스 그룹을 키워낸 사람답게, 엄격하고 가부장적이며 말 한마디에 천근의 무게가 실려 있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자 은경혜의 조부다.

은경혜(왕빛나 분)는 은기태 회장의 손녀이다. 재벌 3세지만 충동조절 장애로 쇼핑중독, 강박과 노이로제. 온갖 병명을 주렁주렁 달고 비밀리에 정신과 닥터 주치의 치료를 받고 있다.

이재준(이은형 분)은 미스터리에 싸여 있는 위너스 그룹 비서실 실장으로 은 회장을 모시고 있다. 그림자처럼 조용히, 유령처럼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 은 회장 家에서 일어나는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한다.

홍세연(박하나 분)은 낮에는 고품격 명품관 3년 연속 우수사원이고, 밤에는 몇 만원 마진에 몇 백짜리 자부심 쩌는 음지의 디자이너이다. 혼자 몸으로 고생하며 자신을 키워온 엄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금영숙(최명길 분)은 은 회장 가의 집사이자 세연의 엄마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속정 깊은 엄마이자 가사도우미 일을 하면서도 경제력 없는 남편에게 잔소리 한번 안하는 부드러운 성품의 아내이다.

이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한 번 보자. 은기태 회장은 사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아들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이 대단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혹독하게 후계자 수업을 시켰는데 자신이 반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아들은 아버지 대신 여자를 택해 야반도주를 했다. 아버지는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으나 그 고집 때문에 아들을 잃고 말았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혈육은 손녀 경혜 뿐이다. 아들을 잃은 슬픔 대문에 손녀 경혜가 평범한 회사원인 장명환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장명환(한상진 분)은 최연소 사시 패스 출신으로 위너스 그룹 법무팀에 있을 때 봉사활동에서 경혜를 만났다. 그런데 은경혜와 결혼하고 나자 정신과 닥터이자 경혜의 주치의 김효정(유서진 분)과 내연관계로 아내 은경혜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은형과 박하나의 만남. ⓒKBS

홍세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는 기울었고 부모의 어깨에서 짐을 나누고자 명품관에서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남에서 명품관을 휩쓸고 다니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한 재벌 3세 쇼핑 중독녀 은경혜를 만난다.

은경혜의 남편 장명환은 닥터 김효정과 함께 은경혜를 조롱하고 모욕했다. 특히 은경혜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였다며 동영상을 조작해 윽박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당하기만 하던 은경혜가 홍세연을 만나면서 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은경혜가 홍세연을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하자 은 회장은 이재준 비서실장을 시켜 홍세연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한다. 그러자 웬일인지 은 회장 가의 집사 금영숙은 은경혜와 홍세연의 만남을 탐탁지 않게 여겨 홍세연을 유학 보내려 한다.

은 회장이 홍세연의 유학을 막았다. 경혜는 은회장이 애지중지 키운 손녀였기에 안하무인의 천방지축이었지만 경혜가 아팠다. 그런데 경혜의 병세가 홍세연을 만나면서부터 호전되는 것 같아서 은 회장은 홍세연에게 아픈 은경혜를 도우라면서 은경혜 비서를 시키려고 유학을 못 가게 했던 것이다.

박하나와 이호재. ⓒKBS

은 회장은 자기 손녀 경혜를 위해 남의 딸 홍세연은 희생해도 된다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또 한사람 이재준은 은 회장의 그림자 같은 비서 역할을 했지만 그도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이재준이 칼을 갈고 있던 원수는 은 회장이었다.

홍세연의 유학은 무산되고 위너스 그룹에서 일하게 되면서 동병상련이었을까. 이재준과 홍세연은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장명환은 더욱 더 은경혜의 목을 조르며 예전에 교통사고로 사람인 죽인 살인자라고 협박한다. 은경혜도 더 이상은 남편 장명환에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장명환을 별장으로 불러 엽총으로 쏜다.

은경혜는 장명환을 죽이고 자신도 끝장 낼 생각이었는데 장명환에게 총을 쏘는 것을 홍세연이 목격했다. 그 모습을 보자 은경혜는 마음이 바뀌어 CCTV에 찍힌 홍세연이 범인이라고 덮어씌운다. 그러자 홍세연의 엄마 금영숙은 딸을 위해 자신이 총격 사건의 범인이라며 자수를 한다. 은경혜는 금영숙이 최대한 가벼운 형을 받고 빨리 풀려날 수 있게끔 손을 썼고, 금영숙은 초범에 우발적인 총기 사고가 인정돼 징역 2년 4월에 집행유예 4년 형을 받고 풀려난다.

은 회장은 총격 사건의 범인이 은경혜임을 알자 병세가 악화된다. 은 회장은 경혜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입원도 포기했다. 은 회장은 위너스를 경혜에게 넘기고 쉬고 싶다는 것이다. 은경혜는 “주치의가 안정을 취하시는 게 제일 좋다고 했어요. 회사 일은 걱정 마시고 쉬세요. 이렇게 아프시면 싫어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혜는 “저한테는 할아버지가 전부에요. 그러니까 얼른 나으세요.”라고 말했다.

이호재에게 무릎 꿇고 비는 최명길. ⓒKBS

은 회장의 병세는 점점 심해졌다. 은 회장의 병은 간경변이었다. 간경변의 경우 간이식을 하면 살 수가 있다고 했다. 은경혜는 자신이 간이식을 하겠다고 했다. 금영숙은 은경혜가 은 회장에게 간이식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은경혜를 검사한 의사도 은경혜의 간 항체가 할아버지와 맞지 않아 생존율이 희박하다며 다른 혈육을 찾아보라고 했었다. “회장님을 돌아가시게 할 작정이었어?” 금영숙은 안된다고 했다. “내가 간이식을 해야 내 할아버지야” 은경혜는 은기태에게 자기가 간이식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은경혜가 은기태의 손녀인데 항체가 맞지 않다니, 이건 무슨 소리일까. 은경혜는 은기태의 친손녀가 아니었던 것이다. 금영숙은 은기태 앞에 무릎을 굻었다.

“경혜는 회장님의 친손녀가 아닙니다.”

금영숙은 예전부터 은 회장 가의 집사 같은 가사도우미였다. 은기태가 내친 며느리 박수란(박현숙 분)이 경혜를 낳았을 무렵 금영숙도 미혼모로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금영숙이 낳은 홍세연이 심장병을 앓았는데 수술할 돈이 없었다. 금영숙은 아이를 바꿔치기해서 자신의 아이를 은경혜로 수술을 시키고, 원래의 은경혜는 자신의 딸 홍세연으로 키운 것이다.

그 후 은경혜의 아버지는 비명횡사하고, 어머니 박수란에게는 딸이 죽었다고 했다. 박수란은 딸이 죽었다는 말에 통곡하다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금영숙이 30년동안 박수란을 돌보기는 했었다.

은경혜는 자신이 은 회장의 친손녀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주치의 김효정 닥터에게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고, 그 때부터 홍세연을 미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홍세연이 이재준과 언약식을 하겠다고 했다.

은 회장은 자신의 친손녀가 홍세연임을 알고는 통곡했으나 차마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병세가 악화되었음을 알고는 홍세연 앞으로 유산상속에 관한 서류를 준비해 놓고는 홍세연을 불렀다.

“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언젠가 회장님이 말씀 하셨던, 입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옷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 주세요.”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죽기 전에 세상에 남기고 싶은 디자인이 있는데 연필 들 힘도 없으니 자네가 날 좀 도와주게”

이은형이 나타나지 않는 박하나의 언약식. ⓒKBS

은 회장은 홍세연의 언약식에 참석했다. 홍세연은 아름다운 신부가 되어 신랑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신랑 이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시각 은경혜는 이재준을 불러 홍세연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내 보였다. 은경혜는 이재준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러 은 회장 가에 들어 온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홍세연이 은 회장의 친손녀임을 알렸던 것이다.

언약식에 이재준이 나타나지 않자 은 회장은 졸도하여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은경혜는 병실의 은기태에게 차갑게 말했다.

“홍세연의 할아버지로 사느니 차라리 내 할아버지로 돌아가세요.”

홍세연은 이재준을 찾았으나 이재준이나 은경혜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홍세연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부짖었다. 금영숙 입장에서는 은 회장의 병세도 위독하고, 몸부림치는 홍세연도 애처로웠다.

“세연아 엄마 말 잘 들어, 은기태 회장님이 네 할아버지야, 나는 너를 낳지 않았어. 난 네 친엄마가 아니야, 네 친 엄마는 박수란이야”

홍세연에게는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엄마! 은경혜가 그렇게 시켰어!”

“30년 전에 경혜 살리려고 바꾼 것을 말 못 했어”

금영숙은 울부짖는 홍세연을 달랬다.

“세연아 정신 차려! 은 회장님이 너 아니면 돌아가셔.”

시청자 게시판. ⓒKBS

홍세연이 정신을 차렸다. 은경혜를 찾아가서 할아버지 간이식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수술하고 싶으면 네가 할아버지의 친손녀가 아니라는 각서를 쓰고, 유산에 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해!”

“알았어 그렇게 해. 그런데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니 수술부터 먼저 할게”

“안 돼! 네 말을 어떻게 믿어, 할아버지가 너 때문에 골치 아픈 서류를 작성해 놓으셨어.”

홍세연은 수술부터 먼저 하자고 했지만 은경혜는 서류부터 작성하라고 고집을 부렸다

“수술은 비밀리에 할 거야, 수술하는 사람은 네가 아니고 나니까.”

“만약 수술시기를 놓쳐서 할아버지가 어떻게 되면 가만 안 놔둘 거야”

홍세연은 은경혜가 요구한 서류를 준비했다. 서류를 준비하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은기태의 손을 잡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병실에서 깨어난 홍세연은 자신의 배를 만져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술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홍세연은 몸부림치며 병실 문을 두들겼다. 병실 문이 잠겨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은경혜는 이사들을 모아 놓고 은 회장의 죽음을 알렸다.

“오늘 새벽 오전 6시 12분 은기태 전 회장님이 운명하셨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박하나와 이호재. ⓒKB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에게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게 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간은 다시 회복되어 프로메테우스는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되었다.

간은 우리 신체 중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데 프로메테우스의 간처럼 재생력이 있다. 간은 소화 기계통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하여 인체의 화학 공장이라고 불린다.

간은 체내의 독소와 피로물질을 제거하고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에 간이 망가지게 되면 거의 모든 장기가 망가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장기이다. 그러나 간과 관련된 질환은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서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하는 만큼 말기질환까지도 본인이 잘 모른다. 어쩌다 건강검진에서 밝혀지기도 하지만.

간장애인은 2003년 7월 1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유형으로 분류되었다. 보건복지부(통계청)에 의하면 현재(2017년 말)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545,637명인데 이 가운데 간장애인은 11,843명이다.

간장애인은 1~3급 그리고 5급이 있다. 간장애인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1~3급은 죽은 목숨이고 살기 위해서는 간이식을 해야 되고 그러면 5급이 된다. 간장애인 11,843명 중에서 1~3급은 1,329명이고 5급이 10,514명이다.

간의 위치. ⓒ네이버 지식백과

필자는 한 달에 한 명씩 장애인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동안 간장애인도 서너 명은 만났다. 필자가 장애인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가 20여년이 다 되어 가는데 간장애인 이야기는 한 번도 쓰지 못했다. 아직도 간장애인은 자신이 장애인임을 인정하기도 싫고 드러내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간장애인 1~3급은 간이식을 해야 살 수가 있는데 현재 간이식은 생체간이식과 뇌사자 또는 사체간이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간이식은 기존의 손상된 간을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이식하여 간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러나 간이식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기증자의 부족을 비롯하여 장기간의 수술 및 고비용 등이 아닐까 싶다.

외국에는 사체이식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자식이나 친인척 등의 생체이식을 많이 하고 있다. 기증자의 조건은 혈액형의 적합성 및 적절한 간의 크기 등으로 수술 전 다양한 검사방법을 통해 기증자의 적합성이 평가된다고 한다.

‘인형의 집’에서 간이식에 관한 내용을 다뤄 준 점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간이식 시기를 일부러 미뤄 간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것은 너무 한 처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형의 집’이 이제 겨우 절반을 넘겼고, 앞으로 그려 나갈 작가의 의도를 잘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은기태가 수술실로 들어간 뒤 사라졌으므로 마지막 즈음에 짠-하고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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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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