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를 소재로 제작한 오멸 감독의 '인어전설'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섹션에서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인어전설'은 총 6회 상영된다고 하는데 필자 일행은 13일(금요일) 오후 5시 CGV센텀시티 7관에서 관람했다. 7관 입구에서 청각장애인은 자막수신기를, 시각장애인은 해드셋을 신분증과 교환했다.

인어전설에서 전혜빈. ⓒ국제영화제

문희경과 전혜빈이 주연을 맡은 '인어전설'은 아쿠아리움에서 잦은 취중 공연으로 쫓겨난 전 국가대표 선수 영주가 제주도로 내려가 해녀들에게 싱크로나이즈드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다. 동네 이장은 전단을 뿌리며 해녀들에게 싱크로나이즈드를 하자고 설득하지만 거듭 무시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영주(전혜빈 분)는 해녀 대표 옥자(문희경 분)와 잠수 대결을 하게 된다. 대결에서 이기는 쪽이 원하는 대로 하기로 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해녀들은 싱크로나이즈드를 시작한다.

해녀들과 싱크로나이즈드를 준비하는 동안 영주는 날마다 술에 절어 있었다. 영주는 술에 취해 있었음에도 밤에 홀로 바다에 나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한다. 그 때 바닷가에 아들을 데리고 나온 심방(제주 무당)이 영주를 보고 있었다.

나중에 심방은 영주에게 물춤을 한 번 더 보여 달라고 하는데, 영주가 술에 취해 쓰러지자 심방은 영주를 간호한다. 그러다가 아들에게 귀신에 씌었다고 한탄하다가 바다에 투신하고 만다. 심방 할멈이 죽자 그제야 영주는 홀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하는데 옆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같이 춤을 추고, 바닷가에서는 할멈의 아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 출연배우와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되었다. 이 자리에는 문희경과 전혜빈을 제외하고 오멸 감독을 비롯하여 이장과 이장 아버지, 옥자 아들 등이 나왔다. 오멸 감독은 ‘인어전설’을 제작하게 된 제작과정 등을 얘기 한 후 관객들의 질문을 받았다.

마을 사람들. ⓒ국제영화제

여러 가지 질문 중에서 한 관객이 “밤 바다장면에서 처음에는 밝았는데 나중에는 어둡던데 무슨 의도가 있느냐”고 물었다. 관객의 질문은 평범했는데 오멸 감독의 답변은 너무나 적나라했다. “처음 촬영할 때는 바다에 큰 배가 있어서 그 불빛으로 촬영했는데, 두 번째 씬에서는 배가 떠나고 없어서 우리 조명 두 개 로 겨우 촬영 했다.”는 것이다.

해녀들이 실제 해녀냐고 묻는 관객이 있었는데 그 속에는 실제 해녀도 있었고, 문희경 배우도 제주 출신이라고 했다.

망설이다가 필자가 질문을 했다. “무당 아들이 발달장애인 같았는데 그런 아들을 두고 엄마가 먼저 죽으면 그 아들은 어떻게 하냐?” 오멸 감독은 거기 까지는 생각을 못했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제주도에는 오백장군 설화가 있는데 설문대할망이 자신의 뼈와 살로 500백 아들을 키운다는데서 착안 했다고 한다.

‘자녀보다는 하루만 더 살기를 바란다’는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있는데 아들은 어찌 살라고, 아들을 두고 엄마 혼자 먼저 간다는 말인가…….

영화의 화면과 음악이 좀 안 맞는 것 같았는데 가장 잘 맞은 음악은 중간과 끝에 나오는 ‘감수광’ 노래인 것 같았다. 영화에는 대사가 제주도 사투리로 나왔는데 보는 사람들은 화면을 보면서 적당히 유추할 수 있었지만 화면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들은 제주 사투리도 표준어로 해설(설명)을 좀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수광’ 은 길옥윤 작사·작곡으로 혜은이가 노래했다.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감수광 감수광 날 어떡헐랭 감수광

설릉사람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저옵서예

겨울 오는 한라산에 눈이 덮여도

당신하고 나사이에는 봄이 한창이라오

감수광 감수광 날 어떡헐랭 감수광

설릉사람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저옵서예

어쩌다가 나를 두고 떠난다 해도

못잊어 그리우면 혼저 돌아옵서예

감수광 감수광 날 어떡헐랭 감수광

설릉사람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저옵서예’

이 노래에서 ‘감수광’은 ‘~가십니까?’이고 ‘혼저옵서예’는 혼자 오라는 것이 아니라 ‘어서 오세요“라는 의미란다.

관객과의 대화. ⓒ이복남

그리고 영화와는 별도로 배리어프리의 문제점이다. 청각장애인용 자막 수신기에서 자막은 청각장애인들이 알 수 있는 말로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특히 음악에 관한 내용이 많았는데 ‘불길한 음악이 흐른다’고 할 때 불길을 수화로 하면 ‘운+나쁘다’가 되지만 ‘불길하다’는 단어는 잘 모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굿음악, 평화로운 음악, 우스꽝스러운 음악 등도 청각장애인이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했다.

강주수 수어 통역사는 ‘그건 그렇고…….’하는 말도 청각장애인은 잘 알 수가 없을 것이므로 ‘A는 아니고, B는 다시 생각해 보자’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헤드셋이 지급되었는데 화면 해설은 전반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시각장애인은 앞서 얘기 했듯이 제주도 사투리를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리고 중간에 관객들이 몇 번이나 웃었는데 일부 시각장애인들은 왜 웃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웃음을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해녀학교 장면에서도 외국인 지망생은 해녀복이 작다며 빅사이즈를 원했는데 이장은 그 말을 못 알아듣고 자기소개로 동문서답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영어 대사를 화면해설로 통역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그밖에도 화면과 해설의 시간차가 생겼고, 화면에서는 장기(장군·멍군)을 두고 있었는데 해설에서는 바둑을 둔다고 하는 등의 일부 해설 내용 표현에 오류가 있었다.

시각장애인의 화면해설에서 제일 큰 문제점은 화면해설에는 묵음 상태에서 화면해설을 하는 지, 해드셋으로 양쪽 귀를 다 막으면 극장 내에서 나오는 입체 음향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A 씨는 “화면해설에는 영화전체가 그대로 다 들리고, 거기에 화면해설만 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인어전설’에서도 해드셋으로 양쪽 귀를 다 막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기술적인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시각장애인 화면해설의 경우 부가적 내용 해설도 필요할 것 같다. 영화가 시작 되는 시점과 끝나는 시점의 화면해설은 빠져 있었다. 화면에는 자막과 음악이 나오는데 해설은 영화 시작 후 제작기관 등의 서지사항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끝날 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영화의 몰입을 위해서라도 시작 시점(예를 들면 광고 후)부터 끝 시점(자막 엔딩)까지 완전한 화면해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청각장애인 자막해설 또한 청각장애인의 언어 능력에 대한 함의가 필요하다. 위 사례에서는 선천성 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점에서 설명되었으나 현재는 후천성 청각장애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청각장애인계 내부에서의 함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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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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