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훔쳐다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로운 도적을 의적(義賊)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의적으로는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 전우치, 일지매 등을 꼽는다.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은 실록에도 나오는 도적인데 사람들은 이들을 의적이라고 한다. 이들이 의적으로서 활동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의적이라고 함은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그들을 통해 해소하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때문일 것 같다.

도둑놈도둑님. ⓒMBC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암울한 현대사회에서도 의적은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나마 부패한 권력을 조롱하고 법과 권력 앞에 ‘좌절하고 지친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 기획의도란다.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는 일제강점기시절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독립이 되자 독립자금을 어디엔가 숨겨 두고 비밀지도를 3등분하여 나누었다. 그 세 장의 비밀지도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김찬기(조덕현 분), 윤중태(최종환 분), 장판수(안길강 분)의 아버지들은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인데 막바지에 윤중태의 아버지가 배신을 하고 친일파로 돌아 섰다. 윤중태는 또 다른 친일파였던 천문그룹 홍일권(장광 분)의 둘째 딸 홍신애(최수린 분)와 결혼하고 검사장이 된다.

대망을 꿈꾸던 윤중태는 자신을 독립군의 후손이라고 소개했는데 자신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독립군의 후손들이었다. 윤중태는 장판수(안길강 분)를 잡아다 족쳤다. 장판수는 고문에 못 이겨 친구 김찬기를 불고는 풀려났다. 김찬기에게는 4살 아들 김수현이 있었는데 윤중태에게 죽임을 당하는 아버지를 보았다.

장판수는 아무도 몰래 김수현을 데려와서 장돌목(지현우 분)으로 길렀다. 장판수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보다는 장돌목을 더 보살피는 아버지를 보면서 어머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집을 나와 한준희(김지훈 분)는 보육원으로 갔다.

장돌목이 어린 시절 같이 어울리던 친구 중에 윤중태의 딸 윤화영(임주은 분)이 있었고, 비리경찰 강성일(김정태 분)의 딸 강소주(서주현 분), 그리고 홍일권의 큰 딸 홍미애(서이숙 분)의 아들 이윤호(한재석 분)가 있었다.

장판수는 큰 아들이 집을 나가고 없어도 장돌목을 돌보았다. 장돌목은 고등학생이 되어 펜싱선수를 했는데 아버지 장판수는 가난한 좀도둑이었다. 장돌목이 상대할 이윤호는 기세등등한 천문그룹의 손자였다. 장돌목과 이윤호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편파판정에서 불구하고 장돌목이 승리했다. 그러자 학교장은 장돌목에게 도둑 누명을 씌웠다. 그리고 장판수는 장돌목에게 장하다며 국대에서도 승리하라고 했지만, 홍미애에게 납치되어 장돌목은 국대를 포기해야 했다. 그 후 장돌목은 펜싱을 그만두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나 도둑 J가 된다.

한편, 한준희는 열심히 공부하여 검사가 되었다. 강소주의 아버지는 장판수의 아내 교통사고가 미심쩍어 조사를 하다가 살해당한다. 강소주는 아버지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경찰이 되었는데 한준희의 눈이 띄어 수사관이 된다.

장돌목은 도둑 J가 되어 윤중태의 비리를 하나씩 파헤치는데, 수사관이 된 강소주는 도둑 J를 잡으려고 동분서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장돌목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장판수 “내가 살자고 네 아버지를 밀고했다. 그 놈 때문에 네 아버지가 죽은 거다.”

장판수는 장돌목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돌목아! 내가 죽일 놈이다. 내가 네 아버지를 배신했다. 평생 이게 날 괴롭혔다.”며 사과했다.

장돌목은 자신이 김수현이고 친부를 윤중태가 죽였음을 기억한다. 그동안 자신을 길러준 장판수가 친부가 아니고 한준희가 장판수의 친아들임도 알게 된다.

그리고 김수현의 엄마 민해원(신은정 분)은 남편 김찬기가 죽자 아들과 함께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그로인해 아들 수현을 잃어버리고, 홀로 윤중태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윤중태 집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장돌목이 윤중태가 자신의 친부를 죽였음을 알게 되자 복수를 꿈꾸는데, 윤중태를 비롯하여 천문그룹 홍일권도 혈안이 되어 비밀지도를 찾고 있다. 그러자 윤중태도 장돌목이 김수현임을 알고는 장돌목을 제거하기 위해서 노심초사 한다.

윤중태는 홍일권 회장의 유언장 때문에 가족들을 전부 모이게 하고, 그 자리에 장돌목도 불렀다. 민해원은 장돌목이 아들 김수현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윤중태가 복어 독을 술잔에 바르는 것을 알고는 장돌목에게 술잔을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윤중태가 장돌목에게 복어 독이 든 술잔을 건네자 안절부절한 민해원이 일부러 술잔을 덮쳐 깨진 잔에 손을 벤다. 민해원의 손을 치료하기 위해 윤중태와 장돌목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윤호가 모든 잔에 술을 따른다. 윤중태와 장돌목이 돌아오자 이윤호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건배를 하자고 했다. 모인 사람들은 건배를 했고 장돌목은 몸이 좋지 않다며 술을 거절했다.

그런데 장돌목에게 돌아갈 복어 독이 든 술잔은 윤중태가 마셨다. 잠시 후 윤중태가 복어 독에 중독되어 괴로워함을 보면서도 가족들은 자신의 입지를 가늠하느라 머뭇거리자 하는 수 없이 장돌목이 119를 불렀다.

얼마 후 윤중태는 병원에서 깨어났으나 오른쪽 눈이 실명되었다. 윤중태가 복어 독이 든 술잔을 마시고 말은 할 수 없었지만 그 순간에도 의식은 있어서 아무도 119를 부르지 않은 가족들이 괘씸했다. 처형이나 조카, 아내는 물론이고 딸까지도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다.

복어 독 즉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독 중 가장 강한 독으로 유명하다. 청산가리보다 1,000배에 달하는 독성으로 성인의 경우 0.5mg이 치사량이다. 알, 정소, 간, 창자, 혈액, 껍질 등 거의 모든 부위에 분포하는 복어 독은 맛과 냄새가 없어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다.

복어의 독은 사람의 신경전달체계에 작용하여 감각신경, 운동신경 등을 마비시킨다. 경미한 경우에는 구토나 입술 주위 마비증세만 보이다가 사라진다. 먹은 즉시 이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4~6시간 안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물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윤중태는 복어 독이 든 술잔을 마시고도 살아났고 한쪽 눈만 실명되었다. 필자가 장애인복지 일을 하면서 복어 독으로 한쪽 눈이 실명된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나 해서 A안과에 문의를 해보니 그럴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아무튼 한쪽 눈이 실명되는 경우 시각장애 6급에 해당 되는데 그 원인은 사고로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외상의 경우 예외가 있다지만 성인병과 같은 눈 질환에 의한 실명일 경우에는 초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예방해야 한다.

한쪽 눈밖에 없는 경우 건강한 눈의 보호에 남들보다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눈이 나쁘다 해도 렌즈 착용을 가급적 피하고 가능하다면 안경으로 시력교정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쪽 눈의 시력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안과의사의 지시에 따라 초기부터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며, 새로운 증상이나 문제가 생기면 즉시 안과의사와 상의하라고 한다. 스스로가 남은 한쪽 눈의 중요함을 깨닫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눈이 하는 일은 ‘본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대부분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즉 육감의 작용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보고, 코로 맡아보고, 혀로 맛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마음으로 느껴본다.

‘본다’는 것은 눈의 중요 기능이다. 그밖에도 색깔을 구분하고, 주변을 파악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인간의 눈은 두 개다. 그러나 한쪽 눈을 상실했을 때는 두 눈으로 보는 기능에 차질이 생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거리와 높낮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이 두 개인 이유는 두 눈을 이용해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면서 거리감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두 눈으로 볼 때는 입체감이 있는데 한쪽 눈으로 본다는 것은 평면으로 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도둑놈, 도둑님’에서도 윤중태는 복어 독으로 한쪽 눈을 실명한 후 술잔을 들고 다른 사람들과 짠하고 부딪히는 게 잘 안 된다. 거리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쪽 눈 실명 즉 시각장애 6급 장애인도 1종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한쪽 눈으로 보는 세상에 숙달되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각장애인으로 등록 된 사람들은 25만 명 정도이다. 5천만 인구 중에서 25만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인데 그들은 자신이 가진 신체의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의 가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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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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