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원정대 5기 리틀빅히어로 팀. ⓒ천주현

하모니 원정대는 기아자동차(주)(대표 박한우)와 사단법인 그린라이트(회장 김선규)가 함께하는 대학생 모빌리티 프로젝트이다. 장애학생 2명과 비장애학생 3명으로 구성된 총 10팀(50명)이 전국 문화관광지의 장애인 접근성(Barrier Free)을 조사한다.

2017 하모니원정대는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4일까지 전국 문화관광지, 숙소 식당의 장애인 관광편의시설 점검을 하는 의미있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10박 11일간 도전과 열정을 품고 특별한 여행을 떠난 청춘들, 그들의 성장스토리를 담았다. 두번째는 리틀빅히어로 팀의 천주현 학생의 기고다.

무더위와 싸우며 팀원들과 관광지 조사. ⓒ천주현

2017년 6월 친한 친구가 슬며시 얘기해 줬던 ‘하모니 원정대’.

올 여름 최고의 이벤트이자 다정한 성장통으로 기억될 하모니 원정대를 알게 된 그 밤을 기억합니다.

스스로 마음이 동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주변에서 아무리 권해도 움직이지 않는 저를 움직인 건 사진 속에서 다 같이 환하게 웃고 있던 4기 대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뭐가 저렇게 즐거울까? 고생길이 눈에 보이는데 왜 힘든데도 웃을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 후 인터넷으로 활동 후기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 가까운 지인을 통해 어렴풋이 존재만 알고 있던 하모니 원정대를 많은 사진과 UCC, 뉴스, 홍보단, 게시물 등을 통해 제대로 알아가면서 진심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 재밌어 보였거든요.

마음이 먼저 진심으로 하모니 원정대를 할 수 있길 원하고 나니, 함께 지원을 준비하는 친구가 놀랄 정도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장애인 관광권에 대해 얘기하면서 저희가 살고 있는 진주의 관광지부터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에게 한곳이라도 조사를 해보자고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창 뜨거워지기 시작하던 6월, 진주의 대표 문화재이자 관광지인 ‘진주성’을 사전 답사하고, 발견된 문제점들과 개선 사항에 대해 시에 개선 요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과 그들의 권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저희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며 장애인의 입장에 느껴볼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행한 일이었기에, 몸은 힘들었지만 보람과 기쁨이 참 큰 시간이었습니다.

시민으로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진 권리를 분명한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행사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깨닫고,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인 장애인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팀원 준영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천주현

진심으로 행동하여 준비한 결과 저는 하모니 원정대 5기 리틀빅히어로 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개인이 아니라 리틀빅히어로의 팀원이 되어, 발대캠프에서 무엇을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를 배우며 실습을 하고, 친목도 다지면서 하모니 원정대원이 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실습을 위해 카니발에 처음 탔을 때, 의자를 조작해 보면서 설렜던 마음이 아직 생생합니다. 또한 교육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생겨나는 궁금증을 멘토님들께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려 노력해 주시는 모습도 참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2박 3일의 발대캠프 기간은 조사를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여러 멘토님들, 매니저님, 국장님의 친절한 지도를 받으며 하모니 원정에 더욱 깊은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조사활동! 언제 끝나나 했던 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다른 팀원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았지만, 특히 저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준영이를 보며 매일 매일 반성하고 깨닫고 느끼고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7월 27일은 첫날부터 일산에서 경북 청도로 내려가느라 5-6시간 동안 운전하며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팀장 오빠를 대신해 제가 준영이의 휠체어를 밀게 된 날입니다.

처음엔 휠체어를 미는 순간부터 여기저기 바퀴가 걸리고 발이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라 준영이에게 연신 사과를 하며 겨우겨우 밀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편평한 아스팔트길도, 울퉁불퉁한 자갈길도 지나다니다 보니 준영이에게서 ‘누나 이제 정말 잘 미시네요!’ 라는 감탄을 들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휠체어를 밀수 있게 되었습니다.

팔이 후들거릴 정도로 힘든 길이 많았지만 이런 경험 덕분에 준영이에게 감탄도 듣고, 여기서도 제가 성장한 것이 느껴져 정말 뿌듯했습니다.

더욱 돈독해진 리틀빅히어로 팀 다섯명. ⓒ천주현

6박 7일 동안 많은 문화재, 관광지, 체험지를 조사했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발대캠프에서 배웠던 교육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점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계단 옆에 경사로만 있으면 휠체어가 수월히 올라갈 수 있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경사로도 경사로 나름이었습니다.

평소에 경사로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고, 사용해도 기울기를 신경 쓰지 않아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눈으로 보고 걸어보는 것만으로 휠체어 사용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보기엔 완만해 보이지만 휠체어를 끌고 올라가는 것도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경사로가 정말 많았기 때문입니다. 경사로가 있다 해도 휠체어를 뒤에서 미는 것도 힘든데 팔 힘이 약하신 분들은 혼자서는 경사로를 사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준영이를 보며 장애인 분들이 그동안 직면했을 수많은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절실히 느껴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준영이가 그렇게 용감해 보였나 봅니다. 준영이의 용감함은 부산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부산에서의 첫 관광지였던 ‘흰여울문화마을’은 급한 경사의 좁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라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준영이가 걸어서 오르내리는 방법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팀원들의 걱정은 시작되었습니다.

경사도 급하고 울퉁불퉁한 많은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거친 돌계단이라 크게 다칠 것 같아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준영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끝까지!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해냈습니다.

손을 잡고, 워커를 잡고, 벽을 짚으며 한 계단씩 천천히 조심스럽게 신중히, 그렇게 해냈습니다. 준영이의 이런 모습들을 매일 보며, 혼자서 저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되짚어보며 반성도 하고, 스스로에게 용기의 말을 건네기도 하며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값진 성장통을 경험했습니다.

하모니 원정대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느낄 수 없던 감정, 배울 수 없던 경험이었을 겁니다.

평생 기억할 추억을 만든 10박 11일. ⓒ천주현

6박 7일의 조사활동 기간 동안, 조사를 다 끝내기도 전에 땀은 줄줄 흐르고 지치기 시작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 계단, 돌과 자갈길, 많은 턱들을 마주할 때마다 휠체어로 지나가는 것조차 팔다리가 너무 아프고 힘이 들어 조사할 기운마저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해서였을까요. 함께 걷고 밀고 업으며 고난 끝에 관광지에 도착해 느낄 수 있었던 멋진 풍경, 즐거운 체험들, 우연한 인연들이 더욱 소중하게 추억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4기 대원들의 모습이 왜 그렇게 즐거워 보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즐겁고 신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가는 길이 힘든 덕분에 멋진 풍경을 보고 있기만 해도 좋았고,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났을 땐 노력한 만큼 보답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연꽃들, 넓고 깊은 바다, 신나게 노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순간을 즐길 수 있으니 제가 봤었던 그런 해맑은 웃음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현재, 모든 활동을 끝내고 노트북 앞에 앉아 그간의 활동을 한자 한자 담담히 써내려가며 되돌아보니, 하모니 원정대는 제 곁에 둘러싸여 있던 일들과 맡고 있던 책임들, 그리고 그로 인한 압박감들로부터의 짧은 일탈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몇 번이나 서울을 다녀와야 하고, 합격하고 나서는 10박 11일 간의 여정을 해야 하는 활동에 지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하모니 원정대는 지쳐가고 있던 저에게 잠시 멈추고 자신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강하게 이끌렸던 것 같습니다.

짧은 일탈이 끝나고 다시 돌아온 일상이 힘이 들 때면, 아직도 생생히 느껴지는 바람, 온도, 느낌,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면 또다시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여전히 존재하는 그 시간들 속에서 위로받고 또 힘을 내어 하루를 살아갑니다.

앞으로도 하모니 원정대는 저에게 그렇게 존재할 것입니다. 품속에 고이 숨겨두다 남몰래 잠시 열어보는 보물 상자처럼, 슬며시 자랑하고 싶은 선물들처럼 소중하고 귀하게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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