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는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지적, 자폐성, 정신,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안면, 장루·요루, 뇌전증 등 15가지 장애유형이 있다.

시각장애는 시력장애와 시야장애 그리고 색각장애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장애인복지법에는 시력장애와 시야장애만 해당되고 색각장애는 빠져있다. 아마도 색각장애가 시력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그런 것 같다.

색맹시험도. ⓒ네이버 두산백과

색각장애는 색깔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선천적인 색각이상은 망막의 시세포에 이상이 있어서, 색깔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유전 형질이다. 후천적으로는 당뇨와 같은 망막혈관질환이나 시신경질환 등에서 발생한다.

색각이상에는 색맹(色盲)과 색약(色弱)이 있다. 색맹은 적색, 녹색, 청색 세 가지의 원추세포 가운데 어느 한 색의 원추세포가 결손 되어서 없기 때문에 두 가지 색만으로 모든 색깔을 보는 경우이다. 색약은 정상인과 같이 적색, 녹색, 청색 3가지의 원추세포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이상의 원추세포가 부실해서 해당되는 색이 다른 색과 섞여 있을 때 그 색을 구분하지 못한다.

색약은 색약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고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으나 색맹인 경우는 운전면허가 불가다. 우리나라 교통신호는 적색, 황색, 녹색인데 색맹은 이 같은 3색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KBS

KBS1 일일드라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기획의도에는 드라마를 통해 가족의 힘,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가슴 저린 사랑을 애틋하게 그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이며 중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참수리파출소에 근무하는 무궁화(임수향 분)와 차태진(도지한 분)을 중심으로 한 그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무궁화에게는 쌍둥이 오빠 무수혁(이은형 분)이 있다. 그리고 무궁화를 좋아하는 진도현(이창욱 분)과 무수혁을 좋아하는 진도현의 여동생 진보라(남보라 분)가 등장한다.

무수혁은 광고회사 다미기획 대표로 따뜻하고, 자상하고, 인간성은 좋은데 색맹이다. 지난 시절 괜찮은 광고 시안을 만들기도 했으나 색맹이라는 이유로 선배에게 빼앗기기도 해서 언제나 가난하다. 그런데 광고하고 색맹은 무슨 상관일까? 그리고 광고는 시각디자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색맹이 광고를 한다는 것도 뭔가 좀 이상하다.

아무튼 무수혁이 일하는 오피스텔 옆에 진보라 사무실이 있다. 진보라는 요리 연구가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다. 무수혁과 진보라는 같은 오피스텔 옆방에서 일하고 있었음에도 서로가 모른 채 살았으나 진보라가 장을 본 물건을 들고 오다가 무수혁과 부딪히는 바람에 핸드폰이 바뀌게 된다. 핸드폰이 뒤바뀌게 된 인연으로 만난 무수혁과 진보라는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사채업자인 아버지 진대갑(고인범 분) 밑에서 이 여자 저 여자 방황하는 진도현이 황금을 돌 같이 보는 여자 무궁화에게 반한다. 그러나 무궁화에게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 차태진이 있다.

진보라와 무수혁. ⓒKBS

무수혁은 진보라를 좋아하지만, 진보라가 진도현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헤어지자고 한다. 한편 진대갑의 변호사 서재희(김재승 분)가 진보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진보라는 무수혁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안 서재희가 두 사람의 관계를 진대갑에게 고자질 한다.

진대갑은 무수혁을 집으로 불러 그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무수혁의 엄마 이선옥(윤복인 분)이 보는 앞에서 무수혁의 따귀를 때리며 “여자 앞세워 출세할 생각을 하냐?”며 진보라와 헤어지라고 한다.

무수혁은 진보라와 헤어지고, 오피스텔도 나와서 손주영(양승필 분)과 함께 집에서 일을 한다. 그러다 광고일이 있다며 무주로 가는데 엄마는 혼자 가는 길이니 졸지 말고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무수혁은 무주로 가는 길에 졸다가 사고를 내고 만다.

무수혁에게 차를 원상복구하라는 피해자. ⓒKBS

무궁화가 무수혁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내 과실이야, 깜빡 졸다가 뒤에서 박았어.”

“많이 다치지 않았어?”

“나는 다치지 않았는데 상대편 차 수리비가 많이 나왔어.”

“수리비야 보험에서 처리하면 될 테고…….”

“외제차야, 내 보험은 제일 낮은 가격이라 대물배상이 3천만 원 밖에 안 돼.”

“수리비가 얼만데?”

“1억 4천.”

무수혁과 무궁화는 병원에 있는 피해자를 찾아가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따라붙긴 왜 따라붙어? 지 주제도 모르고…….”

피해자는 수리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까 원상복구 시켜 놔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수혁과 무궁화가 피해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정하는 모습을 진도현이 우연히 보게 된다. 진도현은 무궁화에게 매몰차게 거부를 당하고 과음으로 탈이 나서 그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무궁화가 피해자에게 사정하는 모습을 본 진도현. ⓒKBS

진도현이 교통사고 피해자를 만났다.

“너 나보다 좋은 차 끌고 다니더라? 너희 아버지는 우리 돈 빌려다가 문어발 사업하는 게 취미고, 넌 외제차 끌고 다니며 갑질하는 게 취미냐? 병원 로비에서 대단하더라. 동영상 찍어서 뉴스 제보할 걸 놓쳤다”

무수혁은 돈이 없었다. 무궁화도 돈이 없고 엄마도 돈이 없었다. 무수혁은 구속될 각오를 하고, 엄마는 전셋집을 내 놓았고, 무궁화는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무수혁이 돌아왔다.

“보험처리 하는 선에서 합의해 주기로 했어요.”

이것은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진도현의 또 하나의 갑질이었다.

그런데 진도현의 갑질과는 별도로 무수혁은 색맹이었다. 무수혁은 색맹이라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가 없음에도 교통사고를 유발시키다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무수혁이 색맹이라면 무면허여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으니 정말 어이없는 설정이다.

‘색각 장애인에게 색상변환기술로 원 색상과 가까우면서도 구별이 가능한 색으로 바꿔주면 원래 이미지와 비슷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된 이 기술은 2004년 10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엠펙-21(MPEG-21)의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었다.’-[네이버 지식백과]

운전면허 시험자격. ⓒ도로교통공단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색맹으로 인해 제한되는 영역이 더러 있는데 운전면허도 그 중 의 하나다.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 시험자격에 의하면 신체검사 기준에 “색채식별 : 적,녹,황색의 색채식별가능”이라고 되어 있다. 적색, 녹색, 황색의 구별이 안 되는 사람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가 차별이 아니라 다름이듯이 색맹은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기사가 운전하는 차 뒤 좌석에 앉아서 우아하고 여유롭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는 없을까.

언제나 등긁개를 가지고 다니는 파출소장. ⓒKBS

그리고 또 하나, 얼마 전 경찰가족이라는 한 장애인의 전화를 받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대해서는 이교석(손광업 분) 파출소장 이야기를 꼭 해달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세상 어느 파출소장이 하루 종일 등긁개나 가지고 논답니까? 파출소장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파출소도 있답디까?”

그 장애인은 아무리 드라마 컨셉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찰에서 별 말이 없는 것을 보니 경찰들은 너무 바빠서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던가, 아니면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므로 별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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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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