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는 엘리자베스의 구빈법(1601)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구빈법은 영국에서 제정된 세계 최초의 빈민 구제에 관한 법률이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1516)’나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1838)’ 등의 소설도 일종의 사회복지에 대한 고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1942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무렵 영국에서 출간 된 베버리지보고서(Beveridge report)는 사회보장에 구체적 내용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현대적 복지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도 베버리지보고서에서 나온 말이다. 사회복지의 자세를 말하는 이 말은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전 생애를 국가가 최저한도의 사회보장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복지는 어떠했을까. 오래전부터 환과고독(鰥寡孤獨) 등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은 국가가 돌보았다. 그러나 공적 부조나 제도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왕의 은혜에 불과했다. 좋은 왕을 만나면 복지혜택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를 맞았고 6‧25 동란이 일어났다.

그 여자의 바다. ⓒKBS2

KBS2 TV소설 ‘그 여자의 바다’는 ‘60~70년대를 배경으로 시대의 비극이 빚어낸 아픈 가족사를 딛고, 피보다 진한 정을 나누는 세 모녀의 가슴 시린 성장기를 담은 드라마’라고 한다.

‘그 여자의 바다’에서 윤수인(오승아 분)과 최정욱(김주영 분)은 인천 태산국수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사랑하는 사이였다. 태산국수 사장 정재만(김승욱 분)의 딸 정세영(한유이 분)은 어릴 때부터 윤수인의 친구였다. 그러나 정세영은 윤수인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사사건건 윤수인이 하는 일에는 훼방을 놓는데, 최정욱이 윤수인의 연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최정욱에게 접근한다.

최정욱도 처음에는 정세영을 거부했으나, 결국 윤수인보다는 모든 것이 우세한 정세영을 택한다. 그러면서 사장 정재만과 결탁해서 윤수인에게 탈세혐의를 씌워 감옥으로 보내고 정세영과 약혼한다.

윤수인은 탈세혐의로 구속되면서, 최정욱의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된다. 윤수인은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풀려났으나 최정욱은 이미 정세영의 약혼자였다.

태산국수의 최정욱과 정재만 사장. ⓒKBS2

아무도 몰래 집을 나온 윤수인은 서울에서 천길제분 조금례(반효정 분) 회장을 만나 그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면서 아이를 낳는다. 그 집에는 조금례 회장의 손자이자 천길제분 사장 김선우(최성재 분)도 같이 사는데 김선우는 윤수인을 좋아한다.

태산국수에서는 천길제분과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정재만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조금례 회장과 함께 천길재단을 출범시킨다.

정재만이 선거자금이 부족할 것 같다며 고민하자 최정욱은 걱정 말라며, 천길재단에서 후원하는 보육원에서 돈을 빼내자고 한다. 그야말로 줬다 뺏겠다는 것이다.

정재만이 표면적으로는 태산국수를 운영하지만 안과 밖이 다른 이중인격자였다. 뒤로는 사채놀이를 하면서 밀수도 하고, 폭력배를 동원해서 살인 청부도 하는 등 온갖 권모술수로 악덕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런 정재만에게 붙어서 최정욱은 한술 더 뜨고 있었으니, 정재만의 수하인 사채놀이 남 사장(김경응 분)까지 꼼짝 못하게 했던 것이다.

보육원에서 빼돌린 후원금. ⓒKBS2

최정욱은 남 사장을 통해서 하늘보육원 원장을 만났다.

“천길재단에서 하늘보육원에 후원금을 낼 테니 70%는 다시 돌려주십시오.”

“그러면 30%는 제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지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후원금을 더 올려 줄 테니 원생을 두 배로 늘리십시오.”

‘그 여자의 바다’에서 보육원에서 후원금을 빼돌리는 것은 그래도 정재만의 선거자금을 위해서라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도 있다. 세상에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으랴마는 각종 사회복지 시설이나 단체에서는 지금까지도 공금을 횡령하고 원생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적인 사회복지는 대부분이 1950년 6.25 동란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구호물자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사회복지 쪽에 눈을 뜬 사람들은 구호물자를 받아서 사회복지를 시작했다. 그러나 고아나 장애인을 위해서 사용하겠다는 구호물자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 시절 보육원이나 장애인시설에서 생활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헐벗고 굶주리며 학대 받는 등 비참하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1970년에 제정 된 사회복지사업법. ⓒ국가법령정보센터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된 것은 1970년이다. 이전에는 ‘사회복지사업법’도 없었던 터라 사회복지시설은 주먹구구식이었는데 원생들은 헐벗고 굶주렸지만 사회복지시설장과 가족들은 떵떵거리며 잘 살았다고 한다. 그 후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되면서 사회복지시설은 대부분이 많은 땅을 가진 합법적인 사회복지재벌이 되었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고 ‘사회복지사업법’이 여러 번 개정된 최근까지도 ‘도가니’의 무대가 된 인화원이나 대구 희망원에서처럼 장애인의 인권유린이나 공금 횡령 등 부정과 비리는 여전한 것 같다.

필자는 장애인상담을 하고 있다. 가끔 사회복지시설에 대해서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약간의 땅이 있는데 땅만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면서요?”

땅만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니, 대체 누가 그 사람에게 이같이 허황된 정보를 알려 준 것일까?

땅이 있다면 그 땅에 사회복지시설을 지어서 시·도에 기부채납을 하면 밥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생활시설에 대해서는 시·도에서 운영비를 지원하니까. 그런데 부자라니…….

“사회복지사업을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을뿐더러 만약 부자가 된다면 그것은 도둑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기자를 납치하는 남 사장. ⓒKBS2

지금도 ‘그 여자의 바다’에 나오는 몇몇 사람들처럼 안과 밖이 다른 이중적인 생활로 사람들을 기만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속담에도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한 번 잘못 된 길로 들어서면 좀처럼 고치기가 어려워진다. 어쩌면 부와 권력으로 남 보기에는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겠지만, 속으로는 곪을 것이고, 언젠가는 패가망신 할 것이다.

‘그 여자의 바다’에서도 정재만은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지만 이제 곧 그의 몰락을 보여 줄 것 같다. 최정욱이 돈 가방을 건네받는 것을 기자가 목격하고 최정욱을 협박한다. 돈을 내 놓으라고. 그러자 최정욱은 남 사장에게 기자를 없애라고 지시하고 기자는 행방불명된다.

아마도 ‘그 여자의 바다’가 끝나기 전에 정재만과 최정욱은 천벌을 받을 것이다. 적어도 작가나 연출자가 우리사회에 부정과 비리가 활개 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므로……. 물론 돈을 바라는 사이비 기자 때문에 시간은 좀 끌겠지만, 사회복지는 결코 부와 권력을 위한 치부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그 여자의 바다’에서도 보여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사업법’은 1970년에 제정되었고, 법이 제정되기 이전이나 이후에도 사회복지 내지 사회사업은 사회복지사업종사자들이 맡아왔다. 1983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사회사업종사자의 명칭이 사회복지사로 규정되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발급되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내지 사회사업은 사회복지사가 담당하고 있고, 사회복지사는 윤리강령을 준수해야 한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 전문에 ‘사회복지사는 인본주의·평등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천부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보장활동에 헌신한다. 특히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사회정의와 평등·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선다.’고 되어 있다.

윤리기준에 보면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복지 전문직의 가치와 권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사회복지사 윤리강령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말로는 공정사회를 내세우지만, 매일같이 언론에 보도되는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와 비리, 탈세와 파렴치한 사건들을 보면서 부와 권력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것 같다.

출세만능시대에 기회주의자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끓임 없이 세상과 타협하고 자신을 변화 시키므로 그들에게 부끄러움이란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는 하등 필요 없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이해타산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그리고 걷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기를 바라고 싶다.

책상 위를 쓸어버리는 김선우. ⓒKBS2

그리고 주제와는 다른 얘기지만 드라마에서 화가 났다는 것을 책상 위를 쓸어버리는 장면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 여자의 바다’에서도 김선우는 친어머니가 살아 있어 윤수인과 결혼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자 책상 위를 쓸어버린다. 또한 정세영이 김선우가 결혼하려는 사람이 윤수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책상 위를 쓸어버린다.

‘그 여자의 바다’가 아니더라도 드라마에서는 걸핏하면 책상 위를 쓸어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언젠가 그런 장면을 보면서 “저 건 누가 치우나?” 했더니 손자 놈 하는 말이 “할머니는 그것도 몰라요? 방송국 사람들이 치우잖아요.”라고 해서 웃고 말았다. 제발 책상 위를 쓸어버리는 장면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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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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