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1.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안진환 대표를 보면 샤이보이(shy boy)란 생각이 든다. 장애인운동가처럼 보이지 않는다.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인데 어떻게 그렇게 힘찬 주장과 물러서지 않는 배짱을 보여 주는지 놀랍다.

안 대표가 장애인계에서 활동한지 15년이 됐다. 그 전에는 작은 건설회사에서 경리 일을 하며 나름 안정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불어 닥친 구조조정 바람으로 가장 먼저 해고당했다.

그 원인이 IMF라는 정치 무능과 장애인이 해고 1순위가 되는 사회 차별 현상을 온몸으로 느낀 그는 장애인복지계에 몸을 담았다.

장애인복지관, 장애인단체 등에서 일을 하다가 2011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 대표, 2015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연) 대표를 하면서 어느덧 장애인계의 리더로 우뚝 섰다.

장애인운동을 하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는가.

운동 주체가 변화하고 있다. 2017년도 장애인 예산 때문에 75일 동안 천막 투쟁을 할 때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층에서 참가한 것을 보면서 장애인운동의 다양성을 느꼈다.

그것은 주장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집단적 주장보다는 당사자성이 강한 소수자운동이 앞으로의 장애인운동을 이끌어 간다고 본다. 또 한 가지 변화는 리더십의 변화이다.

예전에는 리더가 모여라 하면 삽시간에 동원이 되었 지만 이제는 단체가 민주적 운영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에 자발성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발전적인 변화이다.

장애인복지의 궁극적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개인의 이익에 철저히 부합되는 서비스를 원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연금이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자신의 통장에 바로 꽂혀져서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식을 장애인복지의 목표로 삼는 것이다.

정부가 장애인시설이나 단체에 예산을 주어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직접 예산을 주는 개인예산제 방식을 영국에서는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부정수급 문제 때문에 도입이 요원하다. 하지만 장애인이 소비의 주체가 되어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단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같은 성격의 단체들이 세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성별 단체의 활동이 필요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만 벽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장애 유형에 대한 벽도 있고, 같은 장애 유형에 속해도 장애 원인에 따라 장애 정도에 따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작은 키 장애인이나 근육장애인 등은 장애인계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법인도 아니고 장애인 복지법이 규정하는 장애 유형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소수 장애인들의 단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큰 장애인단체가 양보하며 지지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장애인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장애인복지의 기초가 되는 장애인복지발전5개년계획, 장애인 실태조사가 아직도 한국보건 사회연구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장애인계에도 조사와 정책연구 사업을 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있지 않은가.

개발원에서 장애인복지5개년계획, 장애인 실태조사를 디자인하면 적어도 지금처럼 보고용 페이퍼는 되지 않을 것이다. 개발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원이 백화점식 직접 사업을 하기 때문에 개발원의 정체성이 의심받고 있고 위상도 줄어들고 있다.

장애인 단체마다 고유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한국장애인재단은 그야말로 장애인을 인재로 키우는 사업을 해야 한다. 장애인계에 인력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가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 아닌가.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장애인계가 우리끼리만 뭔가를 하려고 하지 사회적 약자 전반과 협력을 하거나 연대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외연을 확대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장애인단체 2대 연합기구의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장애인계의 목표가 마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장총)과 장총연의 통합인 듯이 말한다. 두 단체가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나의 명칭 아래 하나의 공간에서 사업을 펼치는 조직 통합은 선언적 의미는 있다.

하지만 같은 이념을 갖고 같은 목표로 모두가 동의하는 비전을 제시 하지 않는다는 통합은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기득권을 가진 이해 관계자들이 다 빠진 상태에서 제3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통합 작업을 해야 화학적 통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통합이 기득권의 전유물이 되면 더 심각한 패권주의에 매몰될 것이다.

장애인의 목소리를 이슈화시키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가.

당연하다. 대안 논쟁이 필요하다. 정부, 국회를 압박할 수 있는 이론으로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토론 문화를 통해 어젠다를 개발하고 이슈화시키면서 합의점을 도출해 내야 하는데 아무도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니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거다.

앞으로는 정책 토론, 아고라를 통해 장애인의 목소리를 이슈화시켜야 한다. 이 단계를 넘어 서면 정부와 국회도 우리를 파트너로 생각할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2.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장애인계서 활동하며 느낀 개인적인 소회는.

우리 장애인계에는 어른이 없다. 장애인 이슈를 의논드리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원로 그룹이 형성되어 있어야 장애인계의 위계질서가 잡힐 것이다.

장애인단체장을 하다가 잘 되면 국회에 가고, 그 후에는 장애인계에서 사라진다. 그분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그분들을 통해 장애인 이슈를 주류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 행사에 원로들을 초대해서 공로패를 드리고 원로에게 역할을 주는 장애인계 내부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장애인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복지에 무능한 권력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이 선거를 통해 원하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정치권에서 뼈저리게 인식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장애인복지는 한 개 주무 부처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정부 각부처의 협업이 요구된다. 그래서 ‘장애인청’ 신설을 오래전부터 요구해 왔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복지발전5개년계획을 비롯해서 모든 장애인 정책의 기획 단계부터 집행, 평가까지 장애인이 참여하는 구조를 꼭 만들어야 한다. 특히 여성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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